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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 부족한 건, 역량이 아니라 시간이다

이 스토리는 <일하면서 아이도 키웁니다>2화입니다

출산 전에는 연봉, 전문성 등 커리어패스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양보할 만큼 가치가 큰가를 기준으로 일을 판단해요.

Q. 무슨 일 하세요?

저는 4~13세 아이들을 위한 방문 돌봄,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자란다'의 대표입니다. 회사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회사를 계속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죠.

대표가 해야 하는 일의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단순해요. 직종으로 말하자면 사업 계획, 서비스 기획, 제휴, 채용, 조직 운영에 관한 일을 주로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하고, 중요한 일이다 싶으면 뭐든 합니다(웃음). 어떤 날은 회사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어떤 날은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요. 가끔은 대표의 일이 부모의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Q. 아이들은 몇 살인가요? 서정님의 하루 일과도 궁금해요.

저는 유찬, 유준이라는 이름의 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유찬이는 13살, 유준이는 11살입니다. 사실 지금의 저를 보면 감히 아이들을 '키운다'는 동사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오히려 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서로의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삶의 동반자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얼마 전에는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저를 보며 유찬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사업이 망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이 사업이 잘 될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그럼 사업이 성공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이 사업이 잘 될 거라는 자신감' 때문에!"

이 말을 툭 던지고 자기 방으로 휘리릭 들어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속으로 '저 자식, 유튜브로 뭘 본 거야?'하며 웃었어요.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갑자기 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다시 그 말을 곱씹으면서 위로를 얻고, 새롭게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해봤자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죠.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의 일과도 많이 바뀌었어요. 자란다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유찬이가 2학년, 유준이가 7살이었으니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한 가지 확실하게 느끼는 게 있어요. 부모의 단순노동은 급격히 줄어들고 정신노동이 늘어난다는 거예요(웃음). 이 과정은 마치 신입에서 부차장급의 매니저가 되는 과정과 비슷하죠.

저는 보통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준비를 도와줍니다. 아이들이 저학년일 때는 준비물부터 과제까지 다 확인해서 지각하지 않도록 제가 더 종종거렸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알아서 제 할 일을 합니다. 그리고 출근 준비 겸 슬랙과 이메일을 확인하고 11시까지 출근을 합니다. 자란다는 오전 9~11시 사이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거든요. 출근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둘째 유준이는 쉬는 시간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제게 말도 걸고 간식거리도 받아 가곤 합니다.

아이들의 학교 일정이 끝난 오후에는 자란다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시다가 저희 부부가 퇴근하면 돌아가세요. 이후 저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잠든 후 다시 일을 할 때도 있죠. 가끔 제가 새벽 1~2시에 메일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아이들과 시간을 다 보낸 후 일을 다시 하는 거니 너무 놀라지 않으셨으면 해요(웃음).

장 대표는 "아이들이 초등학생 고학년이 되니, 서로의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삶의 동반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서정

Q. 아이를 낳기 전과 후, 커리어에 특별한 변화가 있나요?

자란다를 창업하기 전에는 약 10년 동안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했어요. 제일기획에서는 3년간 디지털 부문에서 신규 사업기획을 담당했죠. 자란다의 서비스 모델을 만들 때 회사에서 쌓은 경력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산 전이었던 사원, 대리 시절의 저는 출장과 엄청난 야근이 예상되는 일도 자진해서 맡는 등 무척 적극적이었어요. 유학이나 이직 등 커리어 전환을 위해 제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죠.

저는 원래 아이를 예뻐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보이는 아이들이 다 너무 예쁜 거예요. 그렇게 아이를 품게 되었고, 출산의 세계에 들어갔죠. 그런데 육아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했었어요. 출산을 하고 나니 '천사와 함께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쉽게 지치고 우울했죠.

또 첫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 똑 부러진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쓸데없는 피해 의식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커리어의 방향도 급격히 바꿨죠.

육아휴직 기간에는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제일기획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합류했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이 생겨 일을 일찍 그만뒀습니다. 그 당시의 억울함과 바닥을 친 자존감을 부여잡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준비해 만든 게 자란다예요. 제가 일하는 동안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제공되는 솔루션이 없으면 전 어떤 일을 해도 다시 자괴감에 빠질 것 같더라고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이가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부모가 없어도 착착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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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1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게 대단한 일인가요?

  2. 2화

    워킹맘에게 부족한 건, 역량이 아니라 시간이다

    현재글
  3. 3화

    '일과 육아 다 잡았다'는 칭찬, 바라지 않는 이유

  4. 4화

    출근하면 집안일은 잊어라,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5. 5화

    엄마가 다 할 필요 없다, 죄책감 대신 체력을 키워라

  6. 6화

    막 내린 커피와 출근길 하늘, 거기에 삶의 기쁨이 있다

  7. 7화

    '아이가 있어서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해라

  8. 8화

    아빠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하는 이유

  9. 9화

    분리될 수 없는 워크·라이프, 어떻게 연결할까

  10. 10화

    출산하고 5개월, 성공하겠다는 야망이 더 커졌다

  11. 11화

    지금 나의 일이 딸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도록

  12. 12화

    돈을 쓰는 게 아닙니다, 시간을 사는 겁니다

  13. 13화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OK

  14. 14화

    천천히 가도 괜찮다, 속도보다 방향이다

  15. 15화

    우울을 참지 마라, 랜선으로라도 수다를 떨어라

  16. 16화

    아이의 삶과 내 삶은 다르다, 유아차 밀고 창업한 이유

  17. 17화

    나를 위해 소비하라,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니까

  18. 18화

    일단 해보고 힘들면 퇴사하려던 워킹맘, 4년 버틴 비결

  19. 19화

    육아서 대신 심리 서적을 읽어야 하는 이유

  20. 20화

    10년 뒤, 딸과 함께 할 '아이돌 덕질'을 꿈꾼다

  21. 21화

    남편과 페미니즘을 공유하며 가정이 더 건강해졌다

  22. 22화

    버티면 지나간다, 그리고 해결되는 것도 있다

  23. 23화

    시간은 약이 아니다,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라

  24. 24화

    목표가 없던 나, 아이를 낳은 뒤 1등이 하고 싶어졌다

  25. 25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 걱정은 내려놓자

  26. 26화

    모든 여성은 언니들의 등을 보고 걸어간다

  27. 27화

    역사에 만약이 없듯, 인생에도 만약은 없다

  28. 28화

    치료는 완벽하게, 생각은 유연하게 한다

  29. 29화

    남편을 내 커리어의 지지자로 만들어라

  30. 30화

    거절도 능력, 탁월함은 무리하지 않을 때 발휘된다

  31. 31화

    사회 문제에 눈 감지 않고 행동한다,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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