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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글을 써보세요"

이 스토리는 <에디터의 글쓰기>4화입니다

3줄 요약

  • (고수리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내 안의 글감을 꺼내기 위해 '300초 라이팅'이란 코너를 진행한다. 5분, 10분 이렇게 시간을 정하면 무의식 중에 있던 글감이 나온다.
  • 글쓰기는 브랜딩과 닿아있다. 글쓰기 기술을 가진 사람은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에도 장면을 구성하고 대본을 잘 쓸 수 있다.
  • '어떤 걸 쓰지?' 라고 접근하는 대신 '나의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그걸 '어떻게 나답게 쓸 건지'를 물어야 한다. 

2020년 1월 고수리 작가의 '나를 만나는 고유한 글쓰기' 강연 (사진 제공: 29CM)

"여기, 젊은 애들만 오는 데 아냐?"

"에이, 나도 왔잖아. 그런 데 아니야."

2020년 1월의 마지막 밤, 29CM 스토어로 엄마를 불렀다. 근사하고 잘 꾸며 놓은 곳에 오면 엄마에게서 자주 저 말이 나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엄마가 불면증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 마침 나는 여행 중이었고, 귀국할 즈음 엄마는 그새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병원에 몇 차례 함께 다녀왔고, 여러 검사 끝에 뇌와 신경 등 신체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행이었다. 그러고 다시 석 달이 흘렀다. 나는 밥벌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을 회복했다. 이제는 멜라토닌을 먹지 않아도 곧잘 잠에 드신단다.

그런데 엄마는 왜 깊이 잠들지 못했을까. 짐작하건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셨을 것이다. "이참에 글을 한 번 써보세요." 아들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잘 쓸 필요도 없으니 뭐든 해소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아무리 가족 사이라도 서로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이를테면 도로 연수나 심리 상담, 투자 조언이라든지… 그리고 내밀한 글쓰기를 권하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이 분이라면 응어리진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데 도움을 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고수리 작가였다. 마침 작가의 글쓰기 강연 소식을 접했다. 강연 제목은 '나를 만나는 고유한 글쓰기'였다. 바로 티켓 두 장을 예매했다.


저자 주: 강연 후 이번 원고를 위해 고수리 작가에게 따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2020년 10월 6일 오후 2시 합정동에서 진행했다.

"글쓰기가 처음이라면, 영상을 만들듯 글을 써보세요"

Q. 수리님은 광고 기획 PD를 거쳐 방송작가로, 또 아동문학부터 브런치 에세이까지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오셨잖아요. 지금의 글쓰기 방식을 완성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인간극장>*의 방송작가로 일했던 영향이 커요. 그때 일하면서 보는 시선과 쓰는 글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제게 골몰했던 시야가 밖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희로애락이 뒤섞인 삶에서 온기를 발견하도록이요. 지금의 제 글을 읽는 분들은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고 많이 말씀하시죠.


제 글쓰기의 선명한 전환점이에요. 글쓰기의 기본, 일하는 태도의 기본 등을 <인간극장>에서 다 배웠거든요.

* 매주 평일 아침 7시 50분에 KBS 1TV에서 방송 중인 5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2000년 5월 1일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으며,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Q.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매거진 《B》에서 객원 에디터로 일할 때 처음 맡은 기사가 어느 필기구 브랜드의 기업 인수합병 이야기였거든요. 당시 가이드가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팩트 위주로 정리해달라'였어요. 그 후 주로 팩트와 수치로만 이루어진 원고를 맡으면서 제 글도 팩트 기반으로, 건조한 느낌으로 쓰게 됐어요.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는 어디서 어떻게 훈련받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단단한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걸 몸소 경험했어요. 

<인간극장> 작가로 일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쳐본 것 같아요. 아이템을 찾고 사람들을 취재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20일 동안 60분짜리 영상 테이프 100개를 녹화해요. 총 6000분 분량의 테이프를 하나하나 보면서 프리뷰 원고를 만들고 5부작 편집 구성을 짜고 보도자료를 쓰는 일까지 다 해봤거든요. 제 직속 선배인 20년차 작가가 함께 하며 조언도 해주셨고요. 좋은 글쓰기 멘토와 환경을 만나 훈련한 셈이죠.

Q. 그 훈련의 밀도는 꽤 높았을 것 같습니다.

자연히 글쓰기를 영상처럼 접근하게 됐습니다. 방송작가 전에 하던 일이 프로듀서이기도 했고요. 대학생 때부터 스물 중반까지는 카메라를 들고 작업했거든요. 전 원래 영상으로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듯 영상 장면부터 떠올라요. 그 장면을 보여주듯이 쓰고요. 영상으로 말하던 일이 이제 보이는 글쓰기로 연결되었습니다.

Q. 어쩐지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이 종종 보이더라고요.

방송작가는 구성작가예요. 라디오나 TV 등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대본 쓰는 일을 배우다 보니, 같은 이벤트가 일어나도 장면 배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요. 인트로와 엔딩 사이에 무수히 많은 씬이 있듯이요. '이 장면을 여기에 넣을까, 저기에 넣을까'를 상상하곤 합니다.

Q. 좋은 방법이네요.

글을 처음 쓰려는 분, 책보다 유튜브가 더 친숙한 분에게는 영상을 만들듯 글을 써보라고 해요. 영상이 더 익숙한 시대잖아요.


"모든 글은 기억을 재구성하는 거예요"


Q. 최근 1~2년 동안 강연이나 수업을 통해 글쓰기 안내자로도 활동 중이에요.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상담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내가 어느 정도 글을 쓴다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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