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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뉴욕의 잘 나가는 매장에는 '3S'가 있다

이 스토리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상상력이 미래를 바꾼다>6화입니다



*이 콘텐츠는 네오밸류의 제작비 후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안경 렌즈를 닦아낸 기분이었습니다. D2C 브랜드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의 가능성이 보다 선명하게 보였으니까요.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해진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물건을 파는 역할을 홀로 짊어지거나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5화에서 언급했던 양초처럼요. 양초는 여전히 빛을 밝히는 도구지만, 전구가 등장한 후 불을 밝히는 기능적 용도로 쓰이기보다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예술적 용도로 쓰이잖아요. D2C 브랜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오프라인 매장은 매체의 역할을 하면서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오프라인도 미디어다.

퇴사준비생 이모씨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마치 어느 노래에 꽂히면, 노래를 듣지 않더라도 귀에 멜로디가 들리는 것처럼요. 머릿속을 간지럽히는 이 말을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노트를 펴고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오프라인이 미디어가 되는 변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관련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써놓고 보니 이 변화의 양상은 4화에서 설명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진화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4화에서 설명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진화는 여전히 '공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온라인과의 유기적인 연계로 공간의 구성과 효율을 바꾼 거죠. 반면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화가 되는 현상은 오프라인 매장의 중심축을 바꿨습니다. 공간에서 '시간'으로요. 정보를 얻건, 재미를 느끼건 미디어의 속성은 사람들의 눈길을 모아 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니까요. 오프라인 매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니 수익 모델, 핵심 역량, 운영 방식 등 여러 요소가 달라집니다.

#1. 수익 모델 - 스토어에서 스폰서(Sponsor)로

미디어라면 광고비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닐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오프라인 매장의 본질적 속성이 바뀐다면, 수익 모델도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디어가 구독료나 광고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니까, 오프라인 매장도 그럴 수 있다는 거죠. D2C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이야 자기 브랜드를 광고하려는 목적으로 운영해 다른 브랜드 광고를 노출하는 데 관심이 없겠지만,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는 광고 모델을 도입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파리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백화점에 갔을 때 목격한 흥미로운 시도가 떠올랐습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2019년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파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리에 연 이 백화점은 간판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백화점 이름을 파격적인 폰트로 입구에 걸어 놓았죠. 폰트를 통해 백화점의 개성과 이미지를 표현한 정도인 줄 알았는데, 백화점에 들어서니 폰트가 이 백화점 전체를 관통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였습니다. 백화점 내 안내판에 이 폰트를 활용한 건 기본이고,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도 각 브랜드 고유의 폰트와 로고를 사용해서 간판을 거는 것이 아니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폰트로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걸어 놓았습니다. 낯선 풍경이었죠.

어느 정도였냐면, 명품 브랜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콧대가 높다고 소문난 브랜드들도 이 백화점에 입점하려면 로고나 폰트로 표현한 그들의 정체성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브랜딩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결과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입점 브랜드의 간판이 통일되니 개별 브랜드가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백화점이 하나의 거대한 편집숍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선별하고 제안하는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백화점의 정체성이 살아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가 있었습니다. 스폰서로 입점해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이 브랜드만큼은 브랜드 이름을 걸 때 고유의 폰트를 사용할 수 있었죠. 퇴사준비생 이모씨가 방문했을 때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가 들어와 있었는데,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방식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메인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팝업 매장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상층부를 둘러싸고 있는 스카이박스 형태의 공간을 모조리 로저 비비에에 내주었죠. 어디를 둘러봐도 로저 비비에가 보였습니다.

스카이박스 바깥에 로고만 걸어준 게 아니라 스카이박스 공간 모두를 로저 비비에가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쇼룸처럼 진열할 수 있게 내주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려는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판매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많은 스카이박스 모두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폰트로 구성된 공간에 로저 비비에만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온전히 사용하니 브랜드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스폰서로서의 광고 효과가 뚜렷한 셈이죠.

물론 이러한 수익 모델이 기존에 없던 모델은 아닙니다. 야구장에서 스폰서에게 스타디움의 명명권을 팔거나, 스타디움 내 전광판 혹은 펜스에 스폰서의 광고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의 모델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눈길을 수익화하는 거죠. 그렇지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시도가, 이미 물건을 파는 수익 모델을 가진 매장에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화점뿐만 아닙니다. 마트 등의 유통 업체도 스폰서를 유치하는 광고 모델을 진지하게 수익 모델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매장에서 P&G, 유니레버 등의 광고를 해온 월마트가, 광고 에이전시에게 외주를 주던 이 광고 영역을 2019년부터 내재화해서 하나의 수익 모델로 만든 걸 보면요. 스폰서를 유치하는 광고 모델이 수익 모델로 자리잡는 건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미디어화되는 현상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 핵심 역량 - 스토어에서 스토리(Story)로

광고 수익 모델은 대형 유통 업체에게만 가능한 일 아닐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매장 내에서 광고를 하려면 트래픽이 많아야 하니까요.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해 있고, 월마트도 미국 전역에서 연간 3억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합니다. 스폰서가 광고비를 집행할 유인이 분명하죠. 그렇다면 태생이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트래픽을 유도하는 곳이 아니라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수익 모델로 광고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트래픽이 없다면, 트래픽을 창출하면 되니까요. 뉴욕의 편집매장 '스토리(Story)'처럼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스토리를 처음 만난 건 뉴욕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스토리가 가진 스토리에 매료되었던 곳이죠. 스토리는 잡지같은 매장입니다. 공간을 매거진화한 거죠. 잡지가 그 호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를 글로 엮어내듯, 스토리는 하나의 테마를 정해 제각각인 제품들을 스토리 안에 입체적으로 녹여냅니다. 그래서 매장 입구엔 '편집장의 말'처럼 테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컬러', '메이드 인 아메리카', '연휴의 집', '뉴욕 이야기' 등 하나의 테마 하에 제품을 진열하니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맥락이 살아나죠.

잡지 같은 매장을 지향하는 스토리는 두 달마다 50평 남짓한 매장을 갈아엎습니다. 테마에 맞춰 인테리어, 제품, 소품 등을 싹 바꿔 주기적으로 완전히 다른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거죠. 예를 들어 '컬러'를 테마로 정했을 때는 유리창 전면을 색색깔의 셀로판지를 입히고, 색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해 바닥이나 쇼케이스에 해당 색을 부여하며, 각 색에 맞춰 색감이 돋보이는 제품을 엄선해 진열합니다. 기존의 카테고리를 무너뜨리고, 색으로 제품을 구분하니 제품 구성도 다채로워집니다. 여기에다가 주황색 헤어 드라이기, 노란색 무선 스피커, 초록색 립스틱 등 평소에 보기 어려운 색의 제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생기죠. 하지만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자주 매장을 새롭게 하면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는 이 문제를 광고 수익 모델로 해결했습니다. 잡지에 광고주가 있는 것처럼, 스토리에도 메인 스폰서가 있습니다. 인텔, 타깃, GE, 리바이스, 펩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맥 등 스폰서의 클래스가 쟁쟁할 뿐만 아니라 협찬 금액도 짱짱합니다. 적게는 7만 5000달러(약 8300만원)에서 많게는 75만 달러(약 8억 3000만원)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두 달에 한 번 매장을 갈아 엎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죠. 협찬을 한다고 해서 스폰서의 제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폰서의 제품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스폰서들이 거금을 주고 스폰서를 자처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스폰서는 스토리에서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광고비를 내는 게 아닙니다. 매장이 아니라 미디어인 스토리가 끌어 모으는 고객의 발길과 눈길을 사는 것입니다. 제품 판매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브랜딩과 노출을 위해 기업들이 잡지 등의 미디어 광고 스팟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는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법이 없다는 걸 증명했을 뿐이죠.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에 잡지 등의 미디어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테마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차별적 경쟁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험사 '시그나(Cigna)'가 스폰서한 'Feel good' 테마가 대표적입니다. 보험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후 보상이 아니라 사전 예방인 만큼, 명상, 영양, 운동 등 일상을 건강하게 하는 제품들로 매장을 꾸몄습니다. 특히 VR 명상을 할 수 있는 의자를 체험하게 하거나, 그룹으로 트램펄린 운동 세션을 열기도 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특성을 살렸습니다. 또한 GE가 스폰서로 참여한 'Making things' 테마에서는 공간의 25%만 제품 판매 공간으로 할애했습니다. 나머지는 GE의 레이저 커터, 3D 프린터 등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한 거죠. 단위 면적당 '매출'이 아닌 단위 면적당 '경험'을 핵심 지표로 삼는 스토리답습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려 가던 스토리는 2018년에 '메이시스(Macy's)' 백화점에 인수됩니다. 인수된 후, 스토리는 하나의 매장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메이시스 백화점 중 30개가 넘는 매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스토리를 펼쳐냅니다. 미디어로서의 발신력이 더 강해진 셈입니다.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잡지처럼 감각적인 스토리의 매장을 경험하면서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습니다. 오프라인이 미디어가 되기 위해선, 결국 오프라인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야 콘텐츠 없이도 단순 노출 효과만으로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트래픽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발걸음을 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미디어의 한 채널일 뿐, 그 안에서 보여줄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이 그 채널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이 미디어가 되면 콘텐츠화 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는 거죠.

#3. 운영 방식 - 스토어에서 스킨십(Skinship)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로 채우는 또다른 방법은 없을까?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에 빠져들었습니다. 콘텐츠를 가지고 스스로 트래픽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궁극의 모델이 될거란 직감이 들어서죠. 스토리처럼 매장을 잡지화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는 또다른 방법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을 살려, 여타 미디어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공간을 누군가가 만들었을 거란 거죠. 그리고 그런 매장을 뉴욕에 있는 스토리와 가까운 곳에서 발견합니다. 바로 '쇼필즈(Showfields)'입니다.

쇼필즈는 설치 미술과 D2C 브랜드로 구성한 일종의 작은 규모의 백화점입니다. 그러나 쇼필즈를 이렇게 형태적으로만 설명한다면, 이곳의 진가를 놓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쇼필즈는 다른 매장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쇼필즈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쇼가 펼쳐지는 브랜드의 장입니다. 물건을 파는 매장이지만, 스스로를 공연장으로 정의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매장(The most interesting store in the world)'을 추구하죠. 당연히 설치 미술과 D2C 브랜드로 공간을 구성한 것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다는 타이틀을 내밀기는 스스로도 머쓱할 겁니다. 쇼필즈를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매장으로 만드는 건 운영 방식입니다.

우선 이 매장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사전에 티켓을 예약해야 합니다. 공연처럼요. 차이가 있다면 무료입니다. 오픈 시간부터 30분 단위로 일정 규모의 고객을 입장시킵니다. 분명히 물건을 파는 매장인데 아무 때나 들어갈 수도, 지나가다 들를 수도 없습니다. 마치 공연장에 입장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차례가 되어 매장에 들어가면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3층으로 올라갑니다. 3층에는 패션과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로 채워져 있습니다. 백화점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하나하나의 브랜드가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쇼룸처럼 꾸며 놓았죠. 여기까지야 특별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3층의 끝에 위치한 '이달의 책(Book of the month)' 코너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달의 책 코너에서 대기를 하고 있으면 책장으로 된 비밀의 문이 열립니다. 3층은 티켓 없이도 들어갈 수 있지만, 이곳부터는 티켓이 있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거죠. 이 문으로 들어가면 2층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계단도 아니고, 에스컬레이터도 아니고, 엘레베이터도 아니고, 미끄럼틀을 타고요. 단순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를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닙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2층으로 이동하는 덕분에 호기심이 가득했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심리적으로 무장 해제가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착한 2층에서 쇼필즈의 진면목이 펼쳐집니다.

'하우스 오브 쇼필즈(House of Showfields)'로 불리는 2층에서는 공연이 펼쳐집니다. 그렇다고 공연장처럼 무대에서 배우가 공연을 하고 관객이 관람하는 건 아닙니다. 2층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쇼룸을 넘나들며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고객들은 그 쇼룸들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배우들의 공연을 즐기는 거죠. 정해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공연도 아닙니다. 고객들과 호흡하면서 인터랙티브하게 이뤄집니다. 다만 공연의 중심 소재는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브랜드들이죠. 배우들은 각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상황적 요소를 가미해서 흥미롭게 설명해줍니다. 시연을 해보이기도 하고, 고객을 시연에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직원의 역할을 배우가 하는 셈입니다. 공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쇼룸에서는 공연만 하고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쇼룸으로 이뤄진 공연장을 다 거친 후 마지막 코너인 '더 랩(The lab)'에서 살 수 있죠.

이처럼 쇼필즈가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화 하면서 주목한 건 '사진'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설치 미술 등이 강렬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지만, 쇼필즈는 고객들이 사진을 찍는데 시간을 보내기 보다 공연에 공감하고 배우들과 교감하면서 고객이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 바랍니다. 참고로 쇼필즈 내부적으로는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가 금지어일 만큼 사진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습니다. 쇼필즈의 이러한 시도는 현장성과 정서적 스킨십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일을 배우라는 '사람'을 통해 극대화시킨 거죠. 온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는 설명이지만, 배우가 공연하듯 전달하니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브랜드 혹은 제품의 뻔한 설명을 콘텐츠로 승화시킨 건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면 전달력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쇼필즈 1층은 여느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쇼룸처럼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전시했을 때와 2층에서 전시했을 때의 고객 반응 차이를 비교해보면 효과를 확인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박피 크림 브랜드인 '누리아(Nuria)' 브랜드의 결과를 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1층에서는 50%의 고객만이 테스트해 본 반면, 2층에서는 100%의 고객이 누리아를 체험해봤습니다. 체험에 참여하는 비율뿐만 아니라 매출도 두 배 높았으니,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D2C 브랜드 매출에 도움을 주는 쇼필즈는 돈을 어떻게 벌까요? D2C 브랜드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여기에 당연하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비용의 명목이죠. 보통의 매장이 임대료(Rent fee)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반면, 쇼필즈에서는 구독료(Subscription fee)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합니다. 이 대목에서 쇼필즈의 지향점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를 담아내는 미디어로 보는 거죠.

앞서 '수익 모델 - 스토어에서 스폰서로'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디어의 주요 수익 모델은 구독료나 광고료인데, 쇼필즈는 구독료를 택한 셈입니다.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구독료를 내는 거긴 하지만요. 쇼룸의 위치에 따라 구독료가 책정되는데, 모든 고객이 방문 가능한 1층과 3층의 경우는 매월 6천 달러(약 660만원)에서 1만 2000달러(약 1320만원) 수준이고 티켓 예약을 한 고객만 입장할 수 있는 2층은 매월 4천 달러(약 440만원) 수준입니다. 그리고 판매에 따른 매출은 전부 D2C 브랜드가 챙겨갑니다. 이러한 컨셉과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쇼필즈는 2020년 5월, 마이애미에 2호점을 오픈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위기 속에서도 말이죠.


퇴사준비생 이모씨는 파리와 뉴욕에서 마주한 조짐과 징후를 곱씹으면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미디어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봅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화되면 공간 자체보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걸 체감하게 되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이 매장의 기능을 할 때야 온라인 커머스 업체와 경쟁하지만, 미디어의 역할을 하게 되면 미디어나 콘텐츠 업체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거죠. 경쟁의 판이 바뀌는 셈입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미디어화 되는 현상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미래로 보였는데, 어쩌면 더 험난해지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퇴사준비생 이모씨의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습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미디어나 콘텐츠 업체와의 경쟁을 버틸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월마트가 광고 사업을 추진한다 (ㅍㅍㅅㅅ)

매장을 잡지처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 스토리 (퇴사준비생의 여행)

Showfields Imagines A New Kind Of Department Store Combining Retail With Theater (Forbes)

The department store of the future is using actors to sell you stuff (Fast Company)

We went to the first-ever 'retail theater' show at 'the most interesting store in the world' — here's what we saw (Business Insider)

1 year in: How Showfields’ experiential add-on worked to boost sales (Glo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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