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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브랜드 모베러웍스 만든 세 번의 실패

이 스토리는 <프리워커스: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브랜드, 모베러웍스>1화입니다

3줄 요약
  • 브랜드 '모베러웍스'는 라인프렌즈 직장 동료였던 모춘, 소호, 대오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모베러웍스를 만들기 전, 세 사람은 따로 또 같이 3개의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라인프렌즈 브랜드 전략을 기획하는 'BX Phase 2', 단편소설을 짓는 '소호사',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Brain Booster Korean' 프로젝트입니다.
  • 목적도, 성격도 다른 3개의 프로젝트는 모베러웍스만의 색깔을 만들었습니다. "무엇이든 하는 것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값진 경험이 된다"는 깨달음은 이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되었죠.

※ 이 스토리는모빌스그룹의 책 『프리워커스: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중 브랜딩 과정을 다룬 일부를 폴인이 단독 사전연재하는 콘텐츠입니다.

3만 7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MoTV', 위트 넘치는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와 노트, 경의선 숲길에 긴 줄을 세운 팝업스토어, 누룽지를 밥플레이크로 재해석한 오뚜기와의 콜라보까지. 모베러웍스(Mobetterworks)는 경계를 넘는 '힙한' 행보로 주목받는 브랜드입니다.

모베러웍스는 라인프렌즈 동료였던 모춘·소호·대오 세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 스토리는 모베러웍스 브랜드를 만들기 전, 세 사람의 회사생활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백수듀오'를 표방하는 '두낫띵클럽'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모베러웍스 굿즈. 직장인의 필수품인 '투두리스트'를 '낫투두리스트'로 탈바꿈했다. ⓒ 모빌스그룹

왜 퇴사하셨어요?

우리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왜 번듯한 직장을 두 발로 차고 나왔는지 궁금해한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회사를 그만둘 무렵 우리의 하루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소호는 대체로 무기력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 커피로 애써 잠을 깨운다. 오전에는 왜 참석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는 회의, 오후에는 가능한 피하고 싶은 회의에 참석한다. 남은 시간은 회의 때 불거진 감정을 추스르거나 따라가지 못한 일을 수습하는 데 쓴다.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해보려 하지만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멍한 채로 하루를 통째로 보내는 날도 부지기수다.

모춘은 대체로 과열되어 있다. 아이스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잠을 쫓아낸다.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회의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어젠다(agenda)가 쌓여 간다. 좋아하는 동료와 일, 상사로부터의 인정. 분명 더할 나위 없는 회사인데 왜 점점 지쳐갈까? 갈수록 커지는 조직과 일의 양, 책임감에 허우적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온 에너지를 회사에 쓰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녹아내린다.

라인프렌즈 동료였던 세 사람, 회사를 나오다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공개한 이래로, 정신질환처럼 여겨져 내보이기를 꺼려하던 병이 감기처럼 흔히 앓을 수 있는 질병이 됐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를 포함해 주변의 동료들도 조심스레 각자의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공황 증세뿐만 아니라 편두통, 디스크, 이명증, 고지혈증, 당뇨, 종양... 때로는 여기가 회사인지 종합 병원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반응이 나타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난다거나 갑자기 화가 치밀기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도 지금이야 흔하게 쓰는 용어가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영문 모르고 속만 끓이는 경우가 많았다. 무던하고 건강한 친구들은 나름의 취미도 찾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면서 일의 균형을 잘 잡아가기도 했지만, 모춘은 때때로 출근길에 숨 쉬기가 어려워 중도에 버스에서 내려야 했고 소호는 끝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6-7년의 라인프렌즈 생활의 막바지 즈음, 대오는 2018년 6월, 소호는 2019년 6월, 모춘은 2019년 9월 퇴사했다. 세 명이 지금의 상황을 그리면서 의기투합해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당찬 포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회사를 나왔다기보다 끝은 언제나 그렇듯 쓸쓸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_BX Phase 2 : 브랜드 경험의 다음을 기획하다

오랜 회사 생활의 말미,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우리는 나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돌파해 보려 노력했다. 몇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지금의 모베러웍스에 큰 영향을 준 프로젝트가 있다.

모춘과 대오가 주축이 되어 진행한 'BX Phase 2' 프로젝트로, 라인프렌즈 브랜드 경험의 다음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회사에서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는 데 있다. 한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을 짜는 거대한 일을, 이사도 팀장도 아닌 일개 디자이너들이 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윗선에서는 시큰둥했고 실무선에서는 갸우뚱했다.

사건의 발단은 회사의 변화였다. 우리는 5년 넘게 라인의 캐릭터를 자식처럼 여기며 일했다. 라인이 도쿄와 뉴욕에 동시 IPO(기업 공개) 상장하고, 라인의 캐릭터들이 글로벌 각지에서 사랑받는 친구들이 된 것은 물론 우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인 덕분이었지만, 초창기 멤버로서 '우리가 잘했다'는 맹랑한 마음이 있었다.

우리 몸에 새겨진 어설픈 성공 방식에 대한 확신, 아마도 이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변화할 때마다 우리는 뭔가를 빼앗기고 있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비뚤어진 애착 같은 것이었다.

회의실에서는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오가는 대신 형식적인 보고가 줄지었고, 그런 회의가 반복될수록 불만이 쌓였다. 선택지는 3가지였다. 절이 싫으니 중이 나가는 것, 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토 달지 않고 지내는 중이 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절을 바꿔보는 것. 우리는 세 번째 선택지를 택했다. 그 시도가 'BX Phase 2' 프로젝트다.

절 전체를 바꾸려니 할 일이 넘쳐났다. 회사의 거의 모든 실무진들과 인터뷰하고 100개가 넘는 브랜드 사례를 분석했다. 조용히 진행하다간 묻히기 딱 좋은 일이었기에 더 요란하게 일했다. 동료들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대차게 하는 모습을 지지해 주기도 했지만 몇몇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그렇게 수개월을 고민해서 전략 지도를 그렸고 단 한 번의 임원진 프레젠테이션 기회가 주어졌다. PT라고는 몇 번 해본 적도 없는 모춘이 발표를 맡았다. 모춘은 발표 중간에 던지는 농담까지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웠고 어느 자리에 누가 앉을지 파악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일지 동선도 모두 맞췄다. 너무 비장했던 나머지 발표 전날부터 벌벌 떠는 바람에 당일에는 급기야 한 동료가 결혼식 날 긴장하지 않으려 먹었다는 '안 떨리는 약'을 주기도 했다.

약빨은 잘 받았고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얼마 후 새로운 브랜드팀이 생기고 모춘은 리더가 됐다. 그럼에도 당시 생각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구현되지 못했다. 팀이 꾸려진 후 대오는 퇴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춘도 회사를 떠났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것, '일할 맛 난다'는 감각

우리는 결국 절을 바꾸지 못하고 떠난 중이 됐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새드 엔딩인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절을 바꾸려 망치도 들어보고 톱도 들어보면서 얻은 귀한 감각이 하나 있다. '이렇게 일할 때 일할 맛이 난다'라는 감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일은 재미있어진다는 것.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무엇보다 컸다. 결과는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깨달음은 우리가 일을 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줬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가는 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가보자'라는 생각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 츠즈키 쿄이치(都築 響一), 『권외편집자』, 컴인, 2017

실마리는 언제나 내 안에 있다. 회사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수시로 변한다. 변화를 마주하고 힘든 시기에 회사 탓도 해보고 내 탓도 해보면서 알게 된 건, 변한 환경 탓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좋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 마음을 힘들게 했던 건 변한 환경이라기보다 어떤 시도도 해보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였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글을 엮은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보면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무력감의 뿌리"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무기력하다면 뭔가를 탓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내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 나서는 게 이득이다. 안 될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막상 한 걸음 내딛고 나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보인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보자.

두 번째 프로젝트_소호사 : 단편 소설을 짓다

대오가 퇴사한 2018년 하반기, 소호와 모춘은 왠지 모를 갈증에 시달렸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뭔가가 있는데, 나올라치면 이내 꼬리를 내려버렸고 마음은 항상 해소되지 않은 채로 머물렀다. 그런 시기에 시작한 것이 '소호사'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다. 소호와 모춘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그때 만든 활동 명이다.

모두 모춘이 작명했는데 본인의 아버지 존함을 거꾸로 해서 모춘이라는 이름을, 미소 짓는 호랑이라는 뜻으로 소호라는 이름을 지었다. 모춘이 재미있게 본 무협 영화에 나온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한데 소호가 호랑이띠에 잘 웃기 때문에 의미가 맞는다고 했다. 회사 이름은 소호사로 짓고 퇴근 후에 동네를 걸으며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소호와 모춘의 첫 협업이니 지금 우리 그룹의 전신이 된 셈이다.

처음엔 모춘이 동화책 일러스트레이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동화책이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만들다 보니 우리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최종적으로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쓴 것이다.

모춘이야 그림책 작가이기도 했고 그림의 완성도는 훌륭했지만 글이라곤 이메일밖에 써본 적 없는 소호가 소설을 잘 쓸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우리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활력이 됐다. 새로운 일이 취미가 되어준 셈이다. 집에 리소 프린트기를 들여 직접 인쇄도 하고 책으로도 엮었다.

당시에는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베러웍스의 세계관을 담은 소호사의 단편소설 ©모빌스그룹

반응은 어땠냐고? 대실패였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 그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그 당시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은 오래도록 180명을 넘기지 못했다. 지인들만 모두 팔로우했어도 그 숫자는 넘었을 텐데. 수익이 1원도 없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름대로 수개월 공을 들였는데 처참한 무관심으로 마무리되었다.

단편 소설은 이런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인생이란 게 원래 엉터리야, 알겠냐? 네 꼴을 좀 보라고.
- 스티븐 킹(Stephen King) , 《스탠 바이 미》, 황금가지, 2010

줄거리는 위트랜드라는 밀밭 마을에 사는 꼬마 아이들이 동네를 더럽히는 라면 공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천식이 있는 아이 부, 탐정 도일, 먹보 포, 헛똑똑이 스푸키.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기에 부는 연약하기만 하고, 도일은 혼자 진지한 괴짜 탐정, 먹보 포를 얕보는 책벌레 스푸키는 백과사전만 읊어대는 헛똑똑이다. 죄다 엉터리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엉터리고, 그래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악의 축인 라면 공장을 무찌르지는 못하지만 이들만의 방식으로 유쾌한 승리를 거둔다. 모든 일에는 각자의 대응 방식이 있다는 주제다. 엉터리라 할지라도 내 의지로 한 일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것.

자기 방식대로의 일, 주체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계관. 놀랍게도 모베러웍스가 말하는 메시지와 같다. 소호사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이야기는 그때부터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조차도 모베러웍스를 처음 만들 땐 몰랐다. 실컷 브랜드를 론칭하고 나서야 "어, 그런데 이거 소호사 때 생각했던 주제였잖아?" 하면서 웃었다. 마냥 실패한 프로젝트인 줄로만 여기고 덮어두기 바빴는데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터무니없이 연결될 때가 있다. 책이라는 것도 단편 소설 쓰면서 만들 줄 알았지, 이렇게 우리 브랜드 이야기로 책을 출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그것도 같은 주제로 말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_Brain Booster Korean :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다

어처구니 없는 실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오는 라인에서 카카오로 이직한 후 사이드 프로젝트로 'Brain Booster Korean'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영상 교육 콘텐츠로, 글로벌 유저를 공략하며 유튜브 채널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다. 결과는? 외국인 대상 콘텐츠인데 구독자 100여 명 중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었다고. 기대했던 영어 댓글 대신 '잘 봤습니다'라는 한국어만 난무하는 채널로 남았다.

누브랜딩 시리즈의 기반이 된 Brain Booster Korean 채널의 콘텐츠 일부 ©모빌스그룹

그러나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 시기에 영상 콘텐츠를 만들며 쌓은 경험이 지금 대오가 만드는 모티비 누브랜딩 시리즈에 녹아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며 이야기의 서사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누브랜딩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이 있고, 매번 100개가 넘는 댓글로 참여하는 팬들이 생길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궁금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였던 오만 가지 실패들 중에 무엇이 언제 어떻게 바뀌어서 튀어나올지. 뭐가 됐든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어이없는 모양새일 것이다. 아무렴 상관없다. 인생이란 게 원래 엉터리인 법이니까.

<프리워커스>는 4월 12일 (월) ~ 4월 16일 (금) 5일간 매일 1화씩, 총 5화가 연재됩니다.
내일(4월 13일 화요일) 2화가 발행되며, 1화 및 2화는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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