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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률100%' 한국P&G의 육아휴직 운영 방식은?

이 스토리는 <P&G가 말하는 성평등 비즈니스>3화입니다

*이 콘텐츠는 P&G의 제작비 지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성평등은 브랜드가 '지향하면 좋을 가치' 중 하나가 아니라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20년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연구결과를 통해 '여성임원 비율이 30% 이상인 기업은 18.5%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발표했죠. 콘텐츠를 만들 때 역시 성평등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습니다.

요즘 브랜드는 어떻게 성평등을 비즈니스로 구현해낼까요? 고민하던 중 P&G로부터 자신들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WeSeeEqual 성평등 포럼'의 이야기를 담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P&G는 여성 임직원과 남성 임직원의 비중이 '50:50'으로 균등한 몇 안 되는 기업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일본, 미국 등 각국의 광고 및 캠페인에도 성평등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 스토리에는 P&G가 콘텐츠 및 조직문화에서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구현해내는 법을 담았습니다. '#WeSeeEqual 성평등 포럼'에 참가한 리더들의 강연을 통해 비즈니스계에 만연한 성차별과 그 해법을 모색해보고, 한국P&G 예현숙 대외협력본부 상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듣습니다.

아래에 이어질 3화에서는 P&G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성평등을 이루어 왔는지 알아봅니다. 한국P&G 대외협력본부 예현숙 상무를 만나 P&G가 50:50의 임직원 성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과,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3줄 요약

  • 한국P&G는 임직원 성비 50:50을 5년 넘게 유지하고 있어요. 성별, 인종, 나이, 종교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문화 덕분입니다.
  • 한국P&G 대외협력본부의 예현숙 상무는 성평등한 기업문화를 위해서는 '포용성'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각자의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모습으로 일할 수 있도록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 성평등한 기업문화를 위해서는 남성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P&G는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고,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트레이닝을 진행해요. 성평등한 문화는 남성 직원에게도 긍정적인 문화입니다. 다양한 남성성이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의 전 사무총장 리세 킹고(Lise Kingo)가 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보았습니다.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고위직의 30%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되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죠. 그는 "기업이 성 격차를 해소하는 일에 동참하는 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현명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클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UN 산하 국제 기구

P&G는 이 현명한 전략을 한발 앞서 시작한 기업입니다. 140여년 전 미국의 한 비누 공장에서 첫 여성 노동자를 고용한 이후, 지금까지 성평등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죠. 글로벌 본사뿐 아니라 한국P&G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임원 탄생'이라는 뉴스는 P&G에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죠. 이미 5년 전부터 전 직급에서 50:50의 성비를 달성했으니까요.

어떻게 이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동시에 비즈니스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한국 P&G 대외협력본부 예현숙 상무를 만나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든 비결에 대해 물었죠. 그는 성평등을 추구하는 건 기업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확신했어요. 덧붙여 '포용성'의 가치를 힘주어 말했습니다.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다운 모습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비로소 성평등한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잖아요.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객관적 지표가 있는데 성평등을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한국P&G 대외협력본부 예현숙 상무 ⓒ최지훈

P&G는 왜 성평등에 주목했을까?

Q.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게 P&G의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성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윤리적으로 행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잖아요. 성평등은 비즈니스 성과에 큰 도움이 돼요. 명백한 증거도 있죠.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2018년에 발표한 기업 내 다양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에서 남녀 비율의 차이가 적은 기업일수록 영업이익이 21% 높고,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한 기업은 33%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고 해요.

그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도시는 창의성, 경쟁력, 경제위기 회복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다는 방증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객관적 지표가 있는데 성평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죠.

Q. P&G는 언제부터 성평등이라는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나요?

140여년 전*부터예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1884년 미국 신시내티에 위치한 아이보리데일 비누 제조 공장에 처음으로 여성 노동자를 고용했고요. 1890년에는 이 공장 시설에 P&G 최초의 화학 분석 연구실을 설립해서 여성 과학자를 채용했죠. 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여성 고용을 확대한 결과, 1919년부터 1929년까지 10년간 아이보리데일 공장 직원의 13%가 여성으로 구성될 수 있었어요. 옛날부터 선진적으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거죠.

* 참고: P&G 성평등 고용의 역사(The History of Women and P&G)
미국 신시내티에 위치한 P&G 아이보리데일 비누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 ⓒP&G

Q. 140년 전이라면 '성평등'이라는 가치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때인데요. 일찍이 성평등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요?

생산하는 제품의 소비층이 다양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기저귀, 면도기, 샴푸 등의 생활용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고객이라 할 수 있어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도 다양한 성별, 연령,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필요하고, 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당연해요.

"다양성만으론 어렵다" 직원 성비보다 중요한 것

Q. 상무님이 입사했을 당시, 한국P&G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저는 2001년에 입사했어요. 당시에도 직원 성비는 균등한 편이었지만 문화는 지금과 사뭇 달랐던 것 같아요. 저희 팀에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직원이 여러 명 입사를 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하게 돼서 몇 개월 단위로 돌아가며 출산휴가에 들어갔어요. 그때 몇몇 관리자가 "이제 남자직원만 뽑자"는 말을 공공연히 하곤 했죠. 그후로 저는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근무를 하고 1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 당시 관리자로 있던 상사들이 모두 적극적인 성평등주의자가 되셨더라고요. 역시 문화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어요.

Q. 10년 만에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시스템과 문화가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시스템적인 측면으로는 채용할 때부터 성별, 나이, 인종, 문화적 배경에 따른 차별 없이 인재를 뽑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텍스티오*에 따르면 채용공고에 어떤 표현,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지원자의 성비가 달라지고, 성별 중립적인 표현을 쓰면 더 많은 지원자를, 약 3주가량 더 빠르게 모집할 수 있다고 해요. P&G 인사팀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무의식적인 성편향적, 성차별적 표현을 배제하고 차별 없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요.

*텍스티오: 언어 패턴 분석용 머신 학습 플랫폼.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채용공고문에 특정 성별에게 유리한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점검 후 성차별 요소가 없다는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공고를 게시할 수 있다.

인사 평가와 승진은 온전히 능력 위주로만 판단합니다. 저희는 그 해에 달성하고 싶은 객관적 목표를 직접 설정한 뒤, 해당 목표의 달성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자가 평가서를 작성해요. 이를 바탕으로 관리자가 평가를 진행하고, 그 평가의 결과를 본인이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여기에서 평가를 받는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이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만 시스템에 결과를 제출할 수 있죠.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여러 번의 검토를 거치고, 자신의 평가에 대해 확인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기에 성별이나 특정 배경으로 인한 차별이 개입하기는 어렵습니다.

Q. 문화를 만드는 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더 많이 노력해야 하잖아요. P&G의 성평등 문화는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해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운영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주장해 왔는데요. 2010년부터는 새롭게 '포용성'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어요. 다름이 존재하는 상태인 '다양성'에서 한 걸음 나아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인 '포용성'을 강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제가 공장에 파견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자 매니저가 뭘 알겠어?' 라는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새벽 일찍 나가서 공장 근로자들을 돕고, 그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남성처럼 터프하게 행동해요. 이게 평등하게 일하는 환경인가요? 결코 아니죠. 제 모습은 그게 아닌데 억지로 맞추는 거잖아요.

다양성만으로는 절대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없어요. 직원의 성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섞여 있어도 누구나 본인의 모습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포용성이 필요하죠. 저희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공존할 때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50:50 성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

Q. 발라카 니야지 한국P&G 대표의 강연에서 P&G는 '협력자로서의 남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성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회사 구성원의 절반이 남성이니까요. 특히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위관리직, 임원급은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남성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성별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요.

설문 결과는 각 지사 대표(General Manager)의 평가에 활용하고 있죠. '이 회사는 다양성을 지원한다' '나는 회사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등의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인데요. 이 점수는 해당 지사의 대표와 임원진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나아가 '협력자로서의 남성'이 조직에 그치지 않고 가정 내 평등까지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죠. 가정에서부터 평등이 실현돼야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거든요. 저는 폴인의 <일하면서 아이도 키웁니다> 시리즈를 보면서 워킹대디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부가 맞벌이인 경우에도 살림과 양육은 여성에게 치우친 경우가 대부분인데, 남성 가족 구성원의 동참이 없으면 여성 혼자서는 이 구조를 절대 개선할 수 없거든요.

Q. 양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먼저 근로기준법 기준 90일보다 더 많은 104일의 유급 휴가를 지원하고 있어요. 남편 및 파트너에게도 법정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10일)보다 4배 이상 긴 8주의 유급 휴가를 지원하죠. P&G는 두 가지 차원에서 남성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해요.

1. 직원 개인의 행복은 조직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신생아~영아 시기에 아빠와 아이가 유대를 맺는 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중요한 일이에요. 아빠가 된 직원에게도 무척 소중한 경험이고요.

2. 육아에 참여한 아빠는 여직원에 대한 존중이 생기고, 성평등 가치를 몸소 이해하게 돼요.

실제로 출산휴가를 다녀온 한 남성 직원이 "앞으로 성평등 정책의 챔피언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어요.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까 여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고 동지애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육아휴직을 했을 때 "힘들겠다. 아이와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와 같은 이야기를 건네는 남자들이 많으니 내부 분위기도 자연스레 바뀌는 거예요.

임직원의 양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P&G는 '돌봄을 나누세요(Share the car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출산 직후 아빠와 아이의 유대관계를 위해 산모에게 104일의 출산 유급휴가를 지급하고, 파트너에게 법정 휴일보다 4배 긴 8주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Q. 보편적으로 여직원 비율이 적은 파트에서는 50:50의 성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얼마 전 영업 부서의 부사장님께 남녀 비율을 50:50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해외 파견 기회를 여직원에게 우선 부여하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해외 파견은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남성 직원들은 생애주기에 상관없이 주재원을 가는 게 비교적 자유로우니까요.

반면 여성 직원은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거치며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죠. 아주 단순한 예로 임신을 하면 비행기를 타기 어렵잖아요.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건 '공평'이지만, 기회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건 '공정'이에요. 이러한 원칙 덕분에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의 비율이 적을 수 있는 영업 부서에서도 50:50의 성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국P&G의 육아휴직 복직률 100%, 어떻게 가능했을까

Q. 워킹맘의 경우 육아휴직은 커리어에서 큰 이슈 중 하나예요. 육아휴직한 직원을 위한 지원도 있나요?

한국P&G의 경우 육아휴직에 들어간 여직원이 복직하는 비율이 100%예요. 육아휴직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며, 복직했을 때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의사를 묻고 그에 맞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죠. 대부분의 직원들은 본인이 하던 일 혹은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해요. 육아휴직에서 돌아왔다고 더 쉬운 업무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Q. 아이가 있는 여성이 쉬운 일을 선호한다는 건 워킹맘에 대한 대표적 편견 중 하나죠. 이외에도 여성을 향한 편견을 깨는 P&G의 사례가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여성이 이공계 분야에서 취약하다는 건 비즈니스 계에 만연한 대표적인 편견이자 미신(myth)인데요. 단순한 예로, 국·영·수 수능 성적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의 성적을 앞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즉, 50%의 비율로 여성도 이공계에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이공계 직종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여성의 비율은 한 자릿수도 안 된다고 해요. 이 차이가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공계에 지원한다고 할 때 돌아오는 주변의 반응, 롤모델의 부재, 유리천장 등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여성의 입지를 좁히는 거죠. 

하지만 이 악순환을 푸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P&G에는 STEM* 기반의 기술직에도 여성 직원이 많아요.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의 공장장도 모두 여성이죠. 기업이 나서서 여성에게 생기는 장애물을 선제적으로 제거한다면 남초 분야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할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저희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여성 기술직의 퇴사율이 유독 높았어요. 그래서 이유를 살펴보니 가정 내 돌봄 의무가 여성에게 부과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고 공장 안에 돌봄 시설을 만들었더니 퇴사하는 여성이 사라졌어요. 덕분에 현재까지 남성과 여성 직원의 비율을 50:50으로 유지하고 있죠.

*STEM: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침묵하는 부장님'을 성평등 협력자로 이끄는 방법

Q. 최근 몇 년간 젠더 이슈가 중요한 아젠다로 여겨졌지만, 여전히 그 의식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요. 기업문화에서 새로운 의식을 도입할 때 반발은 없었나요? 다른 생각을 가진 직원과 어떻게 의견 합치를 했는지 궁금해요.

부장급 이상 남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크(MARC: Men Advocating Real Changes)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돼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죠. 하나의 예를 들면 '나는 지방 출신이다' '우리집에는 장애인 가족이 있다'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O/X를 선택해 이동하게 하는 거예요. 질문이 쌓일수록 누구나 한 번쯤 O의 자리에 서는 경험을 하죠.

사실 직접 겪지 않으면 여성이 어떤 차별과 불편을 겪는지 알기가 어렵잖아요. 이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나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면서 남성 직원들이 성차별을 자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매년 이틀씩 진행하는데 지난해에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 참석을 의무화해서 80%의 참여율을 달성했어요.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 안에서도 다양한 기질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호응이 좋더라고요.

Q. 남성이 다양한 기질을 존중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다양성이 포용되는 문화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개개인의 다양성도 인정받을 수 있어요. 올해 열린 #WeSeeEqual 성평등 포럼에서 P&G 글로벌 스킨&퍼스널케어 대표 마커스 스트로블(Markus Strobel)이 한 발표 중, 성평등에 관한 X세대 남성의 인식 분포도가 인상적이었어요.

P&G 글로벌 스킨&퍼스널케어 대표 마커스 스트로블은 올해 '#WeSeeEqual 성평등 포럼'에서 성평등 관련 X세대 남성의 인식이 위와 같은 분포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초적인 남성(TOXIC MASCULINITY)과 성평등 의식을 가진 남성(WOKE, UBER-WOKE)은 소수인 반면, 대다수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SILENT MAJOITY) 침묵을 지킨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규정된 마초스러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을 가진 남자는 일부에 불과했거든요.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찬성, 반대 등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남성(SILENT MAJORITY)'이었죠. 특히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고위직의 남성들이 이 그룹에 속한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다수의 남성들을 성평등의 적극적 협력자로 이끌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한국 P&G 임원 중에도 조용한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 계세요. 마크 트레이닝을 받고 나면 마초적이지 않은 남성 직원들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시작해요.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고,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커리어 위크, 1:1 멘토링… 닮고 싶은 '여자 선배' 만나는 법

한국P&G 대외협력본부 예현숙 상무 ⓒ최지훈

Q. P&G에는 여성 롤모델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지난 1화에 등장한 펩시코 전 대표 인드라 누이와 P&G 뷰티 CEO 알렉사 키이스도 여성 연대를 강조했는데요. 여성 직원 멘토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부서별로 선배가 자신의 커리어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커리어 위크(Career Week)'가 매년 열려요. 후배들은 일주일간 자기가 원하는 선배의 세션을 수강신청하듯 골라서 들을 수 있죠. 올해 3월에 진행된 행사에서는 발표자와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어요.

또 린-인 서클(Lean-in Circle)이라는 사내 여성 네트워크가 있는데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직원들이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극복 방안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지원하는 활동이죠. 린-인 서클을 통해 나온 의견들은 회사의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반영하고 있어요.

여성 사장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엑셀러레이트 Top 100 우먼(Acceleate Top 100 Women)이라는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아시아⋅중동⋅아프리카는 여성 사장의 비율이 아직 50%가 되지 않거든요. 100인의 여성 임원진 후보를 선출해서 선배 사장(성별 불문)이 1:1 멘토링을 하는 세션이죠.

이외에 비공식적인 루트로도 다양한 멘토링이 이루어져요. 저는 두 달에 한 번씩 후배들과 담소를 하는데요.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후배들은 저에게 업무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저는 여기에 대답을 해주는 시간이죠. 이렇게 선후배가 만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Q. 앞서 이야기한 발라카 니야지 대표의 강연에서 나온 말 중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몫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매일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상무님이 하고 있는 '자기 몫의 노력'이 있을까요?

팀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요. 특히 건강, 돌봄 등 어떤 개인사가 생겨도 언제든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죠. 자기 사정을 이야기하는 게 조금이라도 부담스럽고 불편한 환경에서는 절대 평등과 포용성이 이루어질 수 없거든요. 아기가 아픈데 회사를 왜 나와야 하나요?(웃음) 안 되는 이유를 하나둘씩 열거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배려 받을 수 없어요. 저는 팀원들이 자기 몫의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회가 바뀔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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