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
  • 조직문화

김민석PD가 말하는 '유퀴즈팀이 함께 일하는 법'

이 스토리는 <팀 유퀴즈 :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1화입니다

3줄 요약

  •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20년 넘은 베테랑 작가와 평균나이 29세의 젊은 PD들의 만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연륜과 트렌디함을 두루 갖추게 됐죠. 
  • PD팀을 이끄는 김민석 메인 PD는 4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PD들의 역량과 동력을 끌어올리는 업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 MZ 세대인 PD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 PD는 그 비결을 6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베테랑 작가와 헤매는 PD의 조합"

김민석 메인 PD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유퀴즈'를 처음 만든 건 이언주 작가와 김민석 PD인데요. 이언주 메인 작가는 20년 넘게 예능 작가로 일하며, '무한도전', '나는가수다', '꽃보다할배', '꽃보다누나'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 베테랑 작가입니다. 반면 33살, 7년 차에 '유퀴즈' 연출을 맡게 된 김민석 PD는 "나는 이 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김 PD 외에도 10명의 PD가 유퀴즈의 시작을 함께 했고, 4년 후인 지금은 무려 14명의 피디가 협업하고 있습니다.

평균 연령 29세의 PD들이 '간판 예능'을 이끄는 프로페셔널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 PD는 유퀴즈 팀만의 커뮤니케이션, 일의 분배 방식, 온보딩 방식 등에 관해 들려줬습니다.

왼쪽부터 '유퀴즈' 박근형 PD, 이향란 작가, 김나라 작가, 김민석 PD. 베테랑 작가들이 포진한 작가 팀에 비해, PD 팀은 절반이 1~2년 차로 구성되어 있다. ⓒ최지훈

20년 차 작가 X 20대 PD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저는 7년 차에 tvN으로 이직하게 됐는데요. 그 당시 CP(Chief Producer)였던 고민구 선배에게 이언주 작가님을 소개받았어요. 나영석, 김태호, 김영희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PD와 일한 경험이 많은 분이죠. 회의할 때마다 저 스스로 '헤매는 PD'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이 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선배 작가·PD들보다는 서툴 거니까요. 걱정이 많았죠.

게다가 유퀴즈를 시작할 때 PD팀은 저 포함 총 10명이었는데요. 저보다 낮은 연차의 PD들이 많았어요. 1~6년 차가 대거 포진해 있었죠. 베테랑 작가와 헤매는 PD의 조합에, 젊고 패기 넘치는 후배들이 더해진 거예요(웃음).

걱정이 앞섰지만, 제가 스스로 답을 찾았던 것 같진 않아요. 후배 PD들한테 많이 의지했죠. 이 작가님의 연륜과 리더십, 그리고 저를 포함한 저년차 PD들의 트렌디함이 만나서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경험치는 적지만 패기 있고 트렌디한 PD들이 저를 덜 헤매게 해줬고, 덕분에 묵직함과 트렌디함을 함께 갖춘 프로그램이 나오게 됐죠.

절반이 1~2년 차, 유퀴즈 PD팀이 ‘함께’ 일하는 법

방송국에는 공식화된 연수 시스템이 없어요. 대신, 하나의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연차가 낮은 PD와 작가들에게 일터이자 자신을 단련시키는 장이 되죠. 유퀴즈 역시 그런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를 소모하기보다는, 내 성장을 고민하는 일터가 되길 원하죠.

유퀴즈 팀이 '좋은 연수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작가와 PD들이 다른 팀에 갔을 때,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요. 저도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해가 지날수록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해요.

14명의 '유퀴즈' PD 
김민석, 박근형, 정도담, 김남호, 위승연, 김소영, 이기연
박준영, 한재희, 한유진, 김재희, 오현진, 조수현, 김희주

현재는 저를 포함해 총 14명의 PD가 일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저년차 PD들이 대부분이에요. 1~2년 차가 절반이죠. 실행력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동료들과 일하고 있어요. '조직 문화' 같은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저희 팀의 일하는 방식에 관해 들려드릴게요. 업무 단계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나눠봤어요.

      1. 수시로, 산발적, 기약 없는 '편집실 토크'

프로그램 휴지기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기획 회의를 정기적으로 해요. 정해진 룰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분위기인데요. 매주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전시(戰時)'가 되면 정해진 시간에 기획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시에는 PD들 각자의 편집실이 곧 사무공간이 됩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모으죠. 그런데도, 다 함께 반영하면 좋을 듯한 아이디어는 수시로 논의해요. '편집실 토크 시간'이 그 역할을 합니다.

토크 프로그램을 편집하는 PD들이어서 그런지, 다들 토크를 엄청 좋아해요(웃음). 시답잖은 농담부터 편집 과정의 고민,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 등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잡담을 나눠요. 그 잡담이 힌트가 돼서 자막이 되기도 하고요. 편집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가 있으면, 토크 후에 후배 작업실을 방문해요. 고민되는 부분만 후배랑 같이 보고 '나라면 이것도 좋겠는데' 하면서 아이디어가 더해지죠.

'한글날' 특집에는 세종대왕 이미지가 유퀴즈 로고와 함께 쓰였다. (사진제공: 유 퀴즈 온더 블럭)

저희 팀만의 '토크 규칙'이 있는데요. 수시로, 산발적으로, 기약 없이 한다는 거예요. 프로그램 전체를 뒤흔들 만한 아이디어를 묵직하게 서로 주고받는 건 아니지만, 작은 아이디어를 자주 나눠요. 예를 들면 "다음 주는 '한글날' 특집이니까 유퀴즈 로고에서 이응을 세종대왕 얼굴로 해볼까"라는 식이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디테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요. 

100명 중 5명이 좋아해 주면 다음 주에도 해보자고 이야기하죠. 처음에는 반응이 적더라도 계속해서 누적하다 보면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더라고요.

선배들도 '토크 시간'이 있어요. 차이점은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는다는 거죠. 저와 박근형 PD, 이언주 작가 세 명만 있는 단체채팅방이 있는데요. 셋은 서로에게 무엇에 관해서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의논해요. 마치 무전기를 켜놓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기민한 대처가 가능한 것 같아요.

2. 어린이만 편집하는 PD가 있다? 유퀴즈만의 업무 분장법

PD 한 명이 한 분의 출연자를 담당하게 되는데요. 되도록 각 PD가 촬영에 참여한 출연자를 담당한다는 것 외에 중요한 규칙이 하나 더 있어요. 기계적으로 담당자를 나누기보다는, 각자 잘하는 분야를 고려하는 거죠.

여의도 'Balance' 편에서 유재석 MC를 밀어내고 의자에 앉은 어린이. '유퀴즈'에는 어린이 출연자의 편집을 주로 담당하는 PD가 있었다. (사진제공: 유 퀴즈 온더 블럭)

예를 들면, 시즌2 때는 어린이만 편집했던 PD가 있어요. 디테일한 자막, 폰트부터 시작해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는 편집을 했죠. 여의도에서 진행했던 'Balance' 편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유재석 MC의 엉덩이를 밀었던 아이, "신은 저한테 남김없이 다 줬어요"라고 말한 아이 등 어린이 출연자가 나왔다 하면 그 PD에게 편집을 맡겼죠.

공유, 정우성, 신하균, 배두나 등 톱스타 출연자의 편집을 도맡는 PD도 있어요. 연예 분야를 좋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놀라운 토요일'에서 오랫동안 편집을 맡았거든요. 톱스타가 출연할 때는 주로 이 PD에게 편집을 맡겨요.

저는 현재 팀 안에서 유일한 아이 아빠인데요. 그래서 육아 관련된 출연자는 주로 제가 담당해요. 또, 어릴 때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할머니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르신 분들 영상을 많이 편집해요. 시즌2에서 ‘인싸템’으로 생선 슬리퍼를 선물 받으셨던 할머니*, 풍기에서 딸한테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던 할머니를 제가 담당했었죠.   

*생선 슬리퍼를 선물받았던 할머니 출연자는 '유퀴즈 레전드'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영상 출처: 유 퀴즈 온더 튜브)

3. "1분짜리 장면 8시간 찍어도 괜찮다" 효율보다 의미가 우선

연차가 낮은 PD들의 강점은 기민하다는 점이에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거침이 없죠. 젊은 PD들의 빠른 실행력은 추가 촬영에서 빛을 발해요.

수능 출제위원을 하신 교수님이 출연하신 적이 있는데, 후배 PD가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출연자 등장 이전에 짧은 인트로가 있는데요. 인트로를 기출문제 느낌으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기출문제를 출력해서 찍었죠. '다음 중에서 유퀴즈에 출연했으면 하는 자기님은?'이라는 문제를 찍고, 3번에 BTS를 체크하는 장면을 또 찍어요. 몇 달 후에 BTS가 출연하면서 현실이 됐죠(웃음).

(사진 제공: 유 퀴즈 온더 블럭)

손편지로 고민 상담을 해주시는 온기 우체부님이 출연하신 적이 있어요. 손편지를 직접 읽고 답장을 쓰시는 장면을 추가촬영 해달라고 1년 차 후배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고민을 써서 찍었더라고요. 그냥 시늉만 할 수도 있는데, 시간을 들여서 고민을 쓴 정성에 감동했어요. '허투루 하는 게 없고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전설의 고향' PD가 출연하셔서 공포연출의 노하우를 이야기해주신 편도 있는데요. 말씀해주신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배 PD들이 '공포 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했어요. 막내 PD는 귀신을 보고 놀라는 역할을 맡기도 했죠. 방송에는 1분가량 나간 장면이지만, 찍는 데는 7~8시간이 걸렸어요.

어쩌면 비효율적인 작업이라고도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8시간 동안 각자가 작업하면서 무언가 느꼈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단계의 작업을 할 때는 그 경험이 내공으로 승화될 수 있을 테니까요.

4. 4~5배의 시간 걸려도 포기할 수 없는 ‘트레이닝’

저와 박근형 PD는 각자 맡은 분량을 편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후배 PD들의 편집을 다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는 기분이에요. 마감 시간은 다가오고 '후배에게 차분하게 알려줄지 그냥 내가 하고 말지'의 내적 갈등이죠. 웬만하면 매번 전자를 택하려고 해요.

PD의 일은 어떤 연수과정을 거쳐 습득된 지식으로 실무를 펼치는 일이 아니거든요. 일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경험치가 되죠. 선배나 동료 등 먼저 경험한 사람이 알려주지 않으면, 몸으로 직접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오고요.

후배 편집실에서 제가 편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의 이유를 차분하게 하나하나 알려줘요. 여기에는 왜 이 자막을 쓰지 않았고, 여기에는 자막을 썼는지 등을 알려주는 거죠.

이렇게 일을 처리하려면 저 혼자 하는 것보다 시간이 4~5배는 더 걸리는데요. 시간과 품이 많이 들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후배가 덜 외로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시행착오도 혼자 겪는 것보다 같이 겪는 게 낫거든요.

4년 동안 메인 PD로 후배 PD들을 마주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죠.

5. “왼쪽 상단에 로고만 있으면 OK” 통일성보다는 다채로움

한 회차에 보통 네다섯 분이 출연하시는데요. 각 출연자를 다른 PD가 담당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방송 화면을 보실 때 통일성이 있거나 매끄럽지만은 않아요. 예전에는 한 회차가 한 사람이 편집한 것처럼 물 흐르듯 흘러가길 바란 적도 있어요. 이를 위해 전체적인 톤 앤드 매너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죠.

같은 회차에 출연한 출연진이라도 담당 PD에 따라 편집의 ‘결’이 달라진다. 서정적인 분위기로 편집한 나태주 시인 방송분(위)과 밝고 쾌활한 분위기로 편집한 아티스트 니키 리 방송분(아래). (사진 제공: 유 퀴즈 온더 블럭)

이제는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요소만 통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왼쪽 상단에 '유퀴즈'라고만 쓰여 있으면 톤 앤드 매너의 통일은 충분하다고 보죠. 요즘은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아티스트 니키 리와 시인 나태주님을 편집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방송 화면에서도 보였으면 해요. 누군가가 편집한 영상에는 편집한 사람의 인생이 투영되기 때문이에요. 후배 PD들에게도 "나를 흉내 내려고 하지 말고, 네 말맛에 맞춰서 네 목소리를 이 주제 안에 담아줘"라고 얘기하죠. 이제는 통일성보다는 다채로움으로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드리고 싶어요.

6. '나도 같은 일 겪을 수 있어' 동료 공백 메우는 것도 업무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발투수라도 쉼 없이 계속 공을 던질 수는 없어요. PD 역시 마찬가지예요. 각자의 편집 기량을 최대한으로 펼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죠. 중간에 휴식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대소사가 생길 때가 있어요. 슬럼프가 오기도 하고요. 예기치 않은 공백을 서로가 채워줄 수 있다는 믿음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로 인해 누군가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부채의식을 갖게 되니까요.

누군가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도 각자의 보이지 않는 업무 영역이라고 여기게 된다면 어떨까요. 갑자기 일을 대신하게 됐을 때 '내 일이 아닌데, 내가 왜 이걸 하지?'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데'와 같은 방향으로요.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매주 프로그램이 굴러가는 동력이 돼요.

그런데 누군가의 공백을 채우는 일을 연차가 어린 후배들에게 맡길수록, 팀의 분위기는 안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갑자기 업무 공백이 생겼을 때 선배들이 그 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갑자기 일을 못 하게 돼도 선배가 공백을 메워준다고 생각하면, 팀이 튼튼하게 굴러갈 수 있거든요. 주로 저희 팀에서는 저나 공동연출을 맡은 박근형 PD가 이런 역할을 해요.

※ 8월 12일(목) <팀 유퀴즈> 2화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유퀴즈가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비결이 소개됩니다.



지금 폴인멤버십 가입하면
1,400여 개 스토리를 무제한으로!

폴인멤버십 회원 임OO님 일에 치여 산업의 흐름을 놓칠 때,
저는 망설임 없이 폴인을 찾습니다

  • 멤버십 혜택 첫번째

    디지털 콘텐츠
    무제한 열람

  • 멤버십 혜택 두번째

    온라인 세미나
    월 2회 무료

  • 멤버십 혜택 세번째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
    상시 할인

이런 스토리 어때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