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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롤리데이는 어떻게 브랜드를 지키는 팬을 갖게 됐나

이 스토리는 <찐팬을 당기는 기술>11화입니다

3줄 요약

  • 찐팬은 규모가 작고 빠르게 드러나지 않지만, 확실하고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줍니다. 오롤리데이가 느리지만 찐하게 크는 방식을 선택하고 찐팬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한 뒤, 소규모 코어 팬을 확보하고 점차 범위를 확장했어요. 팬들이 직접 움직이면서 구매와 입소문이 따라왔죠.
  • 코로나 19, 인스타그램 해킹, 중국 브랜드 표절 사건까지, 오롤리데이는 숱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팬심을 두텁게 하는 건 물론, 팬들이 직접 브랜드를 지켜주기도 했죠.

10화 '오테일이 나타났다! 오롤리데이의 넘사벽 친절함' 에서 이어집니다.
오롤리데이 박신후 대표는 위기 상황일수록 '팬'이 있는 브랜드가 빛난다며 찐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간웰컴

이번 화에서는 오롤리데이가 찐팬을 얻기 위해 한 활동들을 공유드릴게요.

1. 분명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갖추기

행복을 주기 위해 꼭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오롤리데이를 시작하고 처음 5, 6년 동안은 저희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왜 제품을 만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고,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그게 꼭 제품이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 거죠. 그리고 이 의문은 '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런 고민을 발전시키다 보니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이전에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졌는지를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6년 동안 브랜드를 운영해 왔지만, 누군가 "너희는 어떤 브랜드야?"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헷갈리더라고요.

'문구 브랜드일까? 의류 브랜드일까? 라이프스타일브랜드일까?' 브랜드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디자인도 중구난방이었고, 웹사이트도 그저 제품이 나열된 쇼핑몰 같은 느낌이었죠.

마침 OKR을 도입해보자 하던 차였어요. 그래서 첫 번째 OKR 목표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로 정확히 자리매김한다'를 설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디자인 팀은 웹사이트 리뉴얼을 목표로 했고요.

예상치 못한 위기 1.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매출이 줄다 

그런데 본격적인 브랜딩을 앞두고 의욕에 불타던 중, 생각지 못한 위기가 찾아왔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거죠. 국내 오프라인 매출 전반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오롤리데이 역시 오프라인 매출이 10분의 1 정도로 줄었어요. 저희가 제품을 납품하는 소품 샵들도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큰 타격을 받았죠.

그런데 신기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자사몰 주문량이 늘기 시작한 거예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어려우니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거죠. 원래 자사몰 매출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많은 편이긴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눈에 띄게 늘어서 기존의 매출을 넘어설 정도였어요.

덕분에 예정돼 있던 웹사이트 리뉴얼 계획에 박차가 가해졌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었고, 썸네일을 통일했어요. 브랜드 메세지도 정돈했고 사이트 곳곳의 글도 전반적으로 톤 앤드 매너를 맞췄고요. 카테고리도 정리해서 제품도 분류도 새로 했어요.

사이트 리뉴얼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평소 저희 사이트 방문자 수는 평균 1000명 안팎이었는데요. 리뉴얼 오픈 당일 접속자 수는 6000명을 기록했고, 그 달 자사몰 매출은 전월 대비 130% 증가했어요. 당시가 4월이었는데, 4월이 새해와 새 학기가 지난 뒤 매출이 급감하는 시기라는 걸 고려하면 정말 많이 오른 거죠.

이 과정에서 하나 느낀 게 있어요.

코로나가 오프라인 매장들을 덮친 상황에서도 매출이 증가한 브랜드들은 '팬'이 있는 곳들이더라고요. 위기 상황일수록 팬이 있는 브랜드가 빛나는 거예요.

저만 해도 맨투맨을 사고 싶을 때 인터넷에 '맨투맨'을 검색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걸 사는 그런 기억은 오래됐어요. 내 돈을 조금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쓰고 싶으니 그 브랜드를 직접 찾죠. 그런 팬을 만들기 위해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요. 코로나 위기를 지나며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자 한 저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 2.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킹당하다

성공적인 리뉴얼의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을 해킹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5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저희의 공식 계정이었는데요. 저희의 유일한 고객 소통 창구였다 보니 정말 날벼락 같았죠.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하나밖에 없는 마케팅 채널이 없어졌는데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또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죠. '그럼 그동안 무엇이 팬을 만들고, 그들을 움직이게 한 거지? 그동안 어떤 마케팅을 했던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발견하게 된 게 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었어요. 브랜드를 빌드업해 온 모든 과정이 기록돼 있는 곳인데요.

저는 개인 계정에 저희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아요. 브랜드를 만들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 신경썼던 점 같은 걸 구구절절 썼을 뿐이죠.

그런데 그것들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제 애정이 전달되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진심을 느끼시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이 '진심'이 가진 힘이 엄청나요. 누군가가 제게 작은 브랜드에서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물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드린 답변이 "작은 브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하세요"였어요. 바로 진심을 전하고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우리 브랜드가 어떤 곳인지 열심히 이야기하고, 고객 한 분 한 분을 친절히 응대해드리는 것 같은 거요.

브랜드가 커지면 직원이 많아지고, 그 직원들이 모두 초창기 멤버들처럼 브랜드를 100% 사랑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제품을 팔기 위한 퍼포먼스도 계속해야만 할 거고요. 브랜드가 작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해요.

뜻하지 않은 찐팬의 발견

해킹당한 기존 계정을 포기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기로 하면서 이제는 마케팅팀을 꾸릴 때가 왔다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이 창구가 큰 임팩트를 갖지 못했던 건 그간 우리가 이 계정을 점점 가볍게 대했기 때문이란 걸 인정한 거죠. 우리 브랜드를 나보다 더 가치 있게 잘 설명해 줄 사람들, 마케팅 채널을 전략적으로 잘 운영해 줄 사람들과 함께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신설된 마케팅팀과 함께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했어요. '금방 팔로워 수도 회복되겠지' 막연히 기대했는데, 4개월이 지나도 1만 3000명 정도뿐인 거예요. 처음엔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1만 3000명은 정말 저희의 '찐팬'이겠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1만 3000명이 엄청 크게 느껴졌어요. 이 분들께 정말 잘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위기가 있을 땐 이보다 더 많은 분이 우리를 찾도록 노력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우리를 진짜로 좋아해 주는 찐팬을 더 단단하게 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더 끈적하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죠. 팬의 숫자보다 '우리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하는 마음의 밀도가 중요하단 걸 그때 깨달았어요.

2. 강력한 팬을 가진 브랜드 만들기

팬 만드는 아이돌의 생애 주기

밀도 높은 마음을 가진 팬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저는 '팬'을 가진 대표적인 브랜드, 아이돌 가수들의 생애 주기에 주목해 봤어요.

오롤리데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팬'을 만드는 주기에 착안해 강력한 팬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할 전략을 세웠다. ⓒ박신후

보통 아이돌을 보면 콘셉트를 정하고 데뷔 준비를 하면서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요. 데뷔 후에는 코어 팬 만들기에 먼저 집중합니다. '브이라이브' 같이 찐팬을 만들기 위한 소규모 활동들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나서 팬을 확장하는 시기에 코어 팬을 기반으로 더 많은 팬을 만듭니다. 콘서트도 열고 해외 투어도 돌아요. 활동이 끝난 후에는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면서 다음 활동을 위한 콘셉트,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고 피드백을 하죠.

강력한 팬이란?

우리도 이 주기대로 브랜드를 꾸려 보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음 OKR의 목표로 '강력한 팬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정했어요. 아이덴티티를 잘 확립했으니 이제는 강력한 팬을 가져보자고요. 여기서 강력한 팬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① 우리의 미션과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
② 꾸준히 구매하는 고객
③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고객
④ 소문을 내는 고객
⑤ 피드백이 자유로운 고객
⑥ 우리 편이 되어주는 고객

유튜브, 앱, 해피어마트… 찐팬을 타깃으로 한 활동들

찐팬을 타깃으로 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먼저 유튜브 채널 운영에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이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하나의 채널만으로 소통하는 건 위험하구나 체감했어요.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되 각자의 성격을 다르게 하기로 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팀원들의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보여 주기로 했죠.

두 번째로 오롤리데이 앱도 출시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자는 게 주된 목적이었고요. 찐팬들을 위해 빠른 알림을 보내서 소식을 알려드리고,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했어요.

마지막으로 '해피어마트'라는 체험용 온라인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들어와 계신 곳은 오롤리데이의 온라인 몰 속" 이라는 컨셉이고요. 오롤리데이는 온라인몰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직접 보고 냄새 맡는 등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오롤리데이의 체험형 온라인 매장 해피어 마트. 해피어마트 또한 사용 설명서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신후

특별히 오프라인 몰과 온라인 몰의 장점을 통합하고 싶었어요. 오프라인은 물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신, 가입 적립금이나 후기 이벤트 같은 고객 혜택이 온라인만큼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온라인 몰과 오프라인 몰의 메리트를 뽑아서 합쳐보기로 했죠.

해피어마트에 오시면 앱을 접속해서 직접 매장에서 담고 온라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거든요.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 방문 후 온라인으로 고객이 이어지는 효과가 있었어요.

오프라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방식의 가장 아쉬운 점이 뭘까요? 브랜드로 소비되기 어렵다는 거예요. 다른 브랜드와 함께 있기 때문에 저희 브랜드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눈에 잘 띄게 진열하는 게 더 중요해지죠. 브랜드보다는 제품이 먼저 보이고요. 그래서 우리의 브랜드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로 소비될 수 있게요.

또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 자체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기 위해 '프레젠터'라는 역할을 만들었어요. 보통 오프라인 매장의 매니저들은 '매니저'나 '스태프'로 호칭하잖아요. 프레젠터는 단순히 매니저나 스태프의 역할을 넘어 오롤리데이의 가치와 미션을 보여 주는 사람들이에요.

3. 팬을 움직이게 만들기

팬이 움직이면 구매와 입소문은 따라온다

팬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했으니 이제는 팬을 움직이게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팬을 움직이게 하는 브랜드'를 목표로 잡고, 여기서 '움직인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정의해 봤어요.

① MAKE: 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포스팅
② REACTION: 좋아요, 댓글, 공유, 리포스팅, 스토리 반응, 태그 등
③ BUY: 구매
④ MOVE: 앱 설치, 해피어마트 방문 사이트 방문 및 재방문

여기서 Reaction과 Move가 충족되면 Buy와 Make는 따라온다고 봤어요.

팬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이벤트 기획

자 그럼 어떻게 팬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홍보보다 팬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대표적으로 푸쉬 알림 이벤트가 있어요. 앱을 설치한다고 해서 모두가 알림을 받아보는 건 아니에요. 알림 설정을 할 수 있잖아요. 푸쉬 알림을 선택한다는 건 소식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거고 그만큼 우리에게 애정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분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시작했어요. 일명 '지금 당장 이 알림을 캡쳐하세요' 이벤트였죠.

앱 알림이 뜬 순간 화면을 캡쳐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몇 분을 선정해서 선물을 보내드리는 간단한 이벤트였는데요. 세 번 정도 진행해 봤는데, 팬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셨고, 마케터 씬에서도 핫한 이벤트였다고 하더라고요. 이 밖에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참여형 이벤트를 촘촘하게 기획해서 참여를 높이고 있어요.

팬분들과 더 밀접한 소통을 위해 '해피어레터'라는 뉴스레터도 만들었어요.

오롤리데이의 뉴스레터 '해피어레터'. 단순한 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담고 있다. ⓒ박신후

요즘 뉴스레터가 너무 많아서 피로도가 좀 높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오롤리데이의 찐팬을 겨냥한 뉴스레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성격이 조금 달라요. 정보나 소식보다는 오롤리데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해피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많이 넣습니다. 특히 브랜드 경험 후기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많이 담으려고 해요. 이런 것들이 팬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팬덤을 더 끈끈하게 만들기도 하죠.

4. 더 많은 사람을 해피어로 만들기

찐팬을 기반으로 팬 확장하기

찐팬을 확보하는 단계를 어느 정도 다지고, 이제는 팬을 더 늘려 보기로 했어요.

  • 메인 타깃 : 오롤리데이를 좋아하지만, 소비하지 않았던 사람
  • 서브 타깃 : 오롤리데이를 아예 몰랐던 사람
  • 해피어 : 오롤리데이의 팬이자, 행복한 사람

베스트 케이스는 오롤리데이를 통해 해피어가 되는 거겠죠. 오롤리데이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도록 해주고, 많은 분께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행복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

먼저 '행복'에 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롤리데이가 추구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캠페인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슬로건을 'Oh Lollyday Makes Your Life Happier'로 잡은 이유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충분한 행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잘 모르고 새로운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너무 예뻐서 행복해지는 느낌, 더운 여름날 얼음물 한 잔을 들이켰을 때의 시원함 같은 걸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행복에 대해 야박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 인식을 바꿔드리는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해피어입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그렇게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게끔 도와드리고, 저희가 만드는 제품을 통해서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드리는 게 오롤리데이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자주 볼 수 있는 제품과 콘텐츠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창립 기념일 기점으로 1년 주기의 장기 캠페인을 기획, 진행합니다. 매년 새로운 키 메시지와 키 비주얼을 발표하기도 하죠. 이런 것들을 통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해피어가 주체적으로 캠페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판을 깔아드리기도 하는 거죠.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찐팬', '찐팬' 하다 보니까 드디어 해피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양질의 후기가 굉장히 많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분이 후기에 '진짜 좋은 브랜드는 고객이 마케터가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처럼'이라는 문장을 써주신 적이 있는데요.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찐팬 만들기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마케터 없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싶었는데요. '찐팬분들께서 직접 이렇게 나서주셨던 거구나' 알게 됐죠.

중국 도용 이슈에 맞서 오롤리데이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선 팬들. ⓒ박신후

최근에 논란이 됐던 중국의 도용 이슈에서도 찐팬분들의 존재가 큰 위로와 힘이 됐어요. 브랜드를 통째로 도용해서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해야 하는데, 소송 비용이 거의 2억 가까이 들더라고요. 도저히 시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피어분들께서 펀딩을 통해 돕고 싶다고 먼저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용기 내서 펀딩을 시작했고, 1000여 분께서 참여해 주셔서 5000만원이 모였어요. 덕분에 권리를 찾아오는 데 한발 다가갈 수 있었죠.

이분들이 '강력한 팬'의 정의 중, 위기에서 우리 편이 되어주는 고객이 된 거예요. 이 사건을 통해서 결국 브랜드가 지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찐팬이 꼭 있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고, 찐팬의 위력을 느꼈어요.

"느리지만 찐하게 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당장 내 사업을 키워야 하려면 찐팬은 적합은 타깃은 아니에요. 찐팬들은 규모가 작기 마련이고, 빠르게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확실한 건, 찐팬들을 조금씩 꾸준히 늘려가다 보면 저희의 케이스처럼 위기가 있을 때 우리의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단 거예요. 그리고 우리를 항상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를 운영할 때 굉장히 큰 힘이 되고요.

그래서 저는 느리지만 찐하게 크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빠르게 가는 방법을 택한 분들이 틀린 게 절대 아니에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방법을 택한 거죠. 반면, 저는 이것이 저의 방향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입니다.

Q. 오롤리데이는 초기에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하셨나요? 인스타그램 팔로워나 초기 팬들은 어떻게 모았나요?

일단 제 인스타그램 계정은 오롤리데이를 시작하기 전에도 팔로워가 7000~8000명 정도 됐어요.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꾸준히 해왔는데요. 저는 해시태그를 잘 이용했습니다. 뭔가를 올릴 때마다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저만의 해시태그를 만들었죠.

예를 들어 직접 요리를 한 밥상을 찍어 올릴 때는 '#롤리식당'이라는 태그를 걸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업로드를 하다 보면 그 '롤리식당'의 팬이 생기는 거죠. 그런 식으로 저만의 해시태그를 만들었더니, 처음엔 제 아카이빙용으로 시작했던 포스트들이 나중엔 제 재산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저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편한 점이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제가 그분들께 좋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결국 다들 떠나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였죠.

그렇다고 모두가 셀럽,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인플루언서를 잘 활용하면 되죠. 내 제품, 내 콘텐츠를 잘 풀어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아서 협업하며 알려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초기에는 더더욱 '우리 편'을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분명해야 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해져야 고객 입장에서 내가 이들과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오롤리데이가 지금만큼 도약할 수 있던 큰 계기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첫 도약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업 초기에 너무 집에서만 작업하다 보니 너무 게을러져 안 되겠다 싶어서 쇼룸을 오픈하기로 했어요. 출근할 곳도 생기고 사람들도 찾아올 수 있고 좋을 것 같았죠. 종묘 옆에 2층짜리 건물에서 카페를 겸한 쇼룸을 시작했어요.

사실 쇼룸 매장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제품이 많지 않았는데, 생각지 못하게 카페가 너무 잘 됐어요. 사람들이 엄청 유입되기 시작했죠. 해외 여행객들의 관광지가 되고 SNS에서도 핫스팟으로 소개됐어요. 이게 저희의 첫 도약의 계기가 됐어요.

이 핫한 카페이자 쇼룸은 2년 만에 문을 닫게 됐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완벽하게 성립되기도 전에 카페가 유명해져 버려서, 브랜드가 카페의 굿즈 정도가 돼버린 거예요. 도약의 발판이 됐지만,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니라면 브랜드의 더 큰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퍼포먼스가 커지는 계기 같은 순간에도 방향성을 점검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길게 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단단히 하는 것이 훨씬 큰 성장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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