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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AI 인재 모은 업스테이지, 왜 노하우 공개할까?

이 스토리는 <넥스트 AI 유니콘>15화입니다

3줄 요약

  • AI로 기업 문제를 푸는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회사의 성과를 모두에게 공개합니다. 판이 커질 때 사람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 커리어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말해요.
  • 김 대표와 이활석 CTO 그리고 박은정 CSO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시도가 많으면 실패도 많다고 말합니다. 대신 쌓인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 이들은 앞으로 AI가 인간의 기억 보조 수단이 되어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하고, 빠르게 탐색하면서도 지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만 잘 먹고 잘살면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 판에 오게 할지 고민합니다.

'AI 어벤저스'로 불리는 업스테이지를 창업한 김성훈 대표는 자신의 일하는 방향이 '판 키우기'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AI 분야라는 판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사회에 더 나은 영향을 주겠다는 뜻인데요. 그래서인지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일에 거침이 없습니다.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하던 때인 2016년에는 유튜브를 통해 '모두를 위한 딥러닝 강좌'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네이버에서 일하면서도 이 뜻을 지키며 동료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더 나은 도전을 할 '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업스테이지였죠.

업스테이지는 지금도 회사의 성과를 공개하며 인재를 모으는 데 주력합니다. 창업 7개월 만에 전 세계 개발 대회에서 1등을 한 성과 역시 모두에게 밝혔죠. 

김성훈 대표와 이활석 CTO, 박은정 CSO가 그리는 '거대한 판'은 무엇일까요? 이 세 사람이 그동안 업계에서 성장하며 발견한 인사이트와 앞으로 AI 분야에서 만들고 싶은 판은 뭔지 들어봤습니다.

업스테이지가 노하우를 공개하는 이유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 ⓒ최지훈, 폴인

Q. 김성훈 대표는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네이버 등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성훈: 사실 성공적이라는 표현은 좀 조심스러워요. 제 커리어는 여전히 'ing(진행중)'이니까요. 다만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제 커리어 중심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홍콩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 가르친 학생들부터 생각이 납니다. 학생들을 좋은 연구자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어요. 기사에 자주 소개된 논문상 수상 같은 건 부수적인 거였죠. 중요한 건 제가 만난 학생들이 졸업해서 어떤 커리어로 가느냐 였습니다. 몇몇 학생은 교수가 되었고, 또 다른 학생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커리어를 갈 수 있게 도운 것이 의미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성장했고요.

네이버에서의 경험도 비슷해요. 2017년 클로바 AI팀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이곳이 국내에서 압도적 평가를 받는다고 하기에는 어려웠어요. 팀을 키우는 과정에도 결국 사람이 있었죠. 이활석 CTO, 박은정 CSO뿐 아니라 지금 업스테이지에서도 함께 일하는 류한나 리더도 네이버 시절 인재를 300명 이상 채용하면서 같이 호흡한 분입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였어요.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의 뜻을 실현하는 과정이 매우 즐겁습니다. 결과로 보면 논문상이나 비즈니스적인 성과가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게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Q. 지금 회사에서는 이 기조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김성훈: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저와 우리 팀이 가진 것들을 공개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어 NLP 데이터셋인 클루(KLUE, <넥스트 AI 유니콘> 14화 참조)도 다 공개해요. 우리만 좋은 기술을 확보해서 잘 먹고 잘살면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 판에 오게 할지 고민해요.

 2021년 5월 업스테이지의 김상훈 팀장과 김윤수 인턴이 캐글*에서 1위를 차지한 일이 있었어요. 싱가포르 쇼핑 플랫폼 기업 '쇼피(Shopee)'가 올린 쇼핑몰 AI의 정확도를 높이는 문제를 푸는 솔루션을 만들어 최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캐글(Kaggle) : 2010년 설립되어 2017년 구글이 인수한 플랫폼. 전 세계 AI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경연대회를 여는 곳이다. 글로벌 기업이 해결하고 싶은 과제나 데이터를 올리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해결책을 만들고 경합하는 경연을 진행한다.

이것도 공개했어요. 단순히 소스를 공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업스테이지 톡'이라는 세미나를 열어 두 사람이 어떻게 이 기술을 만들었는지 공유했죠. 앞으로도 성과를 내면 그 배경과 원칙을 공개할 겁니다.

저는 살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공개하면서 더 많은 성공을 얻었어요. 나만 아는 걸 공개할 때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어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와서 의견을 내거든요. 

질문을 던지면서 같이 발전하다 보면 결국에는 사람을 얻습니다.

Q. 지금 시점에서 AI는 왜 필요할까요?

박은정: AI가 실생활에 유용하게 도달하는 때가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파파고와 같은 번역기를 예로 들 수 있어요. 5년 전만 해도 번역기는 '발번역'의 대명사였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번역이 필요한 분들에게 값싸고 빠르게, 쓸모 있는 품질의 결과를 전해줍니다.

AI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침투할 겁니다. 어떤 측면으로 활용될지 예측하기 쉽습니다. 컴퓨터가 제일 잘하는 게 뭔지 생각하면 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컴퓨터가 인간보다 월등히 잘하는 건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고, 그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는 거예요. 그리고 지치지 않죠. 그렇기에 앞으로 AI는 인간의 기억 보조 수단이 되어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Q. AI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요?

박은정: 조언보다는 제가 고민하는 포인트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AI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3개월 앞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앞으로 수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이 중요해요. 

미래가 올 곳에 미리 가 있고, 미래가 우리에게 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죠. 그 지점이 어디일지는 앞으로 다른 분들과도 많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AI 최고 전문가가 실패로부터 얻은 것

Q. 이활석 CTO와 박은정 CSO의 커리어도 궁금합니다. 두 분도 실패한 경험이 있었나요?

이활석: 약이 되는 실패를 한 일이 있었어요. 일본의 한 회사가 저희가 개발한 AI 기술을 넣을지 말지 고민하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우리가 만든 것의 성능을 비교해 자신이 쓰던 것들보다 더 좋으면 우리 것을 쓰겠다는 기회였죠. 첫 해외 매출이 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습니다. 저쪽에서도 6개월에 걸쳐 기술을 테스트하며 면밀히 검증했어요.

결과가 나왔는데, 저희 것이 더 좋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기술을 쓰지 않겠다는 회신도 함께 왔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어요. 좋다는 데 안 쓰겠다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유를 듣고 내가 너무 기술만 생각했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회사의 답변은 이랬어요. '6개월간 기술을 검증했고, 더 나은 기술임은 인정하지만 월등하지 않다'고요. 자신들이 보기에 성능이 향상하는 수준이 부족했던 겁니다. 이전의 기술은 위험성이 있지만 그 위험성이 관리되는 수준이었다면, 우리의 기술은 좋은 건 맞지만 드러나지 않은 위험성을 품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 답을 곱씹으면서 그들의 선택을 인정했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어요. 단순히 성능을 개선한다고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요.

특히 AI의 경우 다른 기술과 달리 검증하는 게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고객이 원하는 걸 파악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우리가 제안하는 입장이라면 기존의 기술이 제안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넣거나, 압도적인 기술 차이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업스테이지 이활석 CTO. ⓒ최지훈

박은정: 일상에선 매일 작은 실패를 합니다. 큰 실패는 이 CTO가 소개한 것처럼 이전 회사에서 겪었던 게 참 많았어요. 

하지만 시도를 많이 할수록 실패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실패를 '괜찮아, 다시 또 해보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책 없는 낙관이 아니라 다시 시도해보자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도 깨닫고 있습니다.

김성훈: 저도 실패한 경험은 많습니다. 구미전자공고를 거쳐 대구대를 졸업한 뒤 유학을 떠난 케이스인데요. 원래 전공한 전자공학이 아닌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전공을 바꾼 탓에 보완을 위해 학부 수업을 들었어야 했어요. 대학원생이니 학부 수업은 대충 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수업 시간 내 퀴즈에서 낙제점을 받은 거죠. 교수님이 아예 공개적으로 '너는 꼴찌니 수업을 듣지 말라'고 결과지에 표시했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고 다시 집중해 성적을 올린 기억이 납니다.

대학원 박사 논문을 쓸 때도 위기를 겪었습니다. 보통 5~6년 차면 논문을 쓰고 끝내는데, 저는 4년 차까지 쓸 논문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하루하루 견디며 뭘 쓸지 찾았습니다. 교수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어요. 통계적으로 해마다 30%의 교수가 떨어져 나가는 구조였는데, 당시 3명이었던 입사 동기들이 모이면 서로 '우리 중에 누가 잘릴까'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나요. 지금과 다르게 제 표정에 여유라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견디며 일을 하다 보니 실패와 성공이 연결되는 걸 경험했습니다. 연구실에서 논문을 제출할 때였어요. 저희끼리는 '이거는 잘 될 것 같다'며 자신 있게 냈지만, 혹평을 받아 그해 농사를 망쳤습니다. 그런데 혹평받은 논문을 다시 수정해서 다음 해에 제출했을 때는 상을 탔어요. 버틴 끝에 성과를 얻은 거죠.

Q. 이때의 경험이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도 연결되나요?

김성훈: 지금은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매일 신나서 일하는 방식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찾은 방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거예요. 특히 실용적이고 더 나은 AI 기술을 만들려면 루틴한 일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감명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보거든요.

한번은 한 팀원과 복잡한 이슈를 이야기해야 할 때였어요. 평소 같으면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겠지만, 그날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실제로 그때 고민한 복잡한 이슈가 잘 풀렸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으면 회사의 분위기도 새롭고 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활석: 실제로 김 대표는 통통 튀는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걸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길을 트는 역할을 하죠. 다만 쭉 달려가야 하는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은 저희 동료들이 같이 매니징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은정: 가끔은 새로운 도전을 넘어서 나를 한계로 몰아붙이는 경험을 할 때도 있어요. 저 역시 김 대표 덕분에 자전거를 자주 타게 된 사람인데요. 한번은 제주도 일주를 하루 만에 하자는 제안에 멋모르고 도전했다가 한계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일이 아닌 동료와의 경험에서 나온 일화였지만 실제로 일을 할 때도 가끔 죽지 않을 만큼 한계를 겪을 때가 있는데, 오히려 그때 성장하는 걸 발견합니다.


업스테이지 박은정 CSO. ⓒ최지훈, 폴인

Q. 박은정 CSO는 여성 개발자로서 앞서 이 영역을 개척하는 분으로도 업계에서 종종 소개됩니다. 함께 길을 만들어 가는 여성 개발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박은정: AI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대단한 분들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좋은 영향을 받고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을 겪는 분도 더러 보게 되죠.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맡은 역할은 여러분이 그동안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맡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나 자신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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