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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시장, 구매 망설이는 '걸림돌' 알아야 커진다

이 스토리는 <데이터로 읽는 비거니즘>2화입니다

3줄 요약

  • 비거니즘이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식품, 화장품뿐 아니라 관광, 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거니즘을 제품 개발, 마케팅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 비건 제품 구매 건수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주로 단편적, 일회적인 구매에 치우쳐 있는데요. 잠재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제품 경험 폭을 넓히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소비자들은 비거니즘 실천이 어려운 이유로 높은 가격과 적은 유통 채널, 제품의 다양성 부족을 꼽았어요. 비거니즘 마켓 성장을 노린다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기업은 비거니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비거니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만큼 소비자 행동도 달라졌을까요? 네이버 데이터랩과 대홍기획 자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D-Bigs 2.0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비거니즘' 혹은 '비건' 키워드 검색량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 말부터 급증했습니다.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언급량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환경적 위기의 '대안'으로 비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 네이버 데이터랩, D-Bigs 2.0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은 질적으로도 성장했습니다. 2017년 비거니즘에 대한 연관어는 주로 '다이어트' '건강' '채식' 등 식습관에 한정돼 있었어요. 하지만 2019년 들어서는 '베이커리' '카페' 등 외식문화 관련 키워드가, 2021년 상반기부터 '고기', '버터', '오일' 등 일상 식재료뿐 아니라 '성분', '화장품', '환경' 등의 다양한 주제로 확장됐습니다.

Ⓒ D-Bigs 2.0

기업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초기에 진입한 비건 식품이나 비건 화장품 영역은 더 세분된 니즈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습니다. 비거니즘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자동차, 관광, 공공기관 등의 영역까지 비거니즘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고요. 구체적 사례 8가지를 함께 살펴볼게요.

① 비건 푸드: 비욘드미트

비욘드미트에서 선보인 식물성 패티 '비욘드버거(Beyond Burger)'. ⒸBEYOND MEAT

2013년에 론칭한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전문 브랜드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100% 식물성 재료로 생산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제품을 생산・판매 중입니다. 실제 육류의 맛과 형태를 매우 유사하게 재현했죠.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표적 푸드테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엄격한 채식을 실천하는 비건은 물론, 육식과 채식을 겸하는 플렉시테리언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면서 넓은 스펙트럼의 소비자층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② 비건 뷰티: 톤28

'톤28'은 피부 진단에 따라 식물성 재료로 제조한 맞춤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TOUN28

톤28(TOUN28)은 2016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기반'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소비자 상담 후 계절과 날씨, 피부 특성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매월 최적화된 성분으로 제조한 맞춤 화장품을 배송하죠. 식물성 재료를 통한 '클린 뷰티'와 '구독 서비스'가 결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③ 비건 패션: 비건타이거

비건타이거의 'Born to be Wild' 시리즈는 동물관광산업에서 학대받는 동물들의 해방을 염원하며, 판매 수익금 10%를 동물관광산업 반대 캠페인 비용으로 기부한다. ⒸVEGANTIGER

국내 최초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TIRER)'는 생명을 착취해 생산한 모든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채식하는 호랑이'라는 독특한 이름처럼 개성 있는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소재와 컬러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요. 기존의 비건 패션이 인조 퍼, 인조 가죽 등 한정된 소재에 머물러 있었다면, 면과 폴리에스터, 리넨, 레이온 등 다양한 소재로 범위를 넓히면서 비건 패션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④ 비건 생활용품: 누르

스페인 친환경 비건 생리대 '누르(NUR)' 제품군. ⒸNUR

스페인 생리대 브랜드 누르(NUR)는 유기농 섬유로 만든 친환경 생리대를 선보였습니다. 누르의 제품은 70% 이상 유기농 섬유로 구성돼 있으며, 커버와 흡수체, 방수층과 낱개 포장지까지 친환경 수지인 폴리락틱애시드(PLA) 필름을 사용했는데요. 화학 플라스틱 성분 사용을 모두 배제함으로써 사용 후 퇴비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⑤ 비건 테크: BMW i3

BMW i3는 아욱과 식물에서 얻은 식물성 소재 '케나프(Kenaf)'를 내장재로 사용했다. ⒸBMW

자동차 브랜드 BMW 역시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발맞춰 비거니즘을 도입했습니다. BMW의 전기차 'i3' 모델은 도어 패널에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데요. 이 내장재에 사용된 '케나프(Kenaf)'는 아욱과 식물에서 얻은 친환경 소재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높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적게 배출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BMW i3 모델의 경우 제조에 사용된 소재 중 25%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으며, 시트의 경우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요.

⑥ 비건 관광: 워커힐 호텔

인테리어, 어메니티, 미니바 등 객실 내 모든 경험에 비거니즘을 도입한 워커힐 호텔의 비건 전용 객실. ⒸWALKERHILL

워커힐 호텔은 업계 최초로 '비건 전용 객실'을 도입한 '비긴 비건(Begin Vegan)' 패키지를 시작했습니다. 전통 한지 가죽으로 제작한 가구와, 비건 충전재를 사용한 소품 등 객실에 비건 인테리어를 적용했습니다. 또 웰컴 드링크로 비건 와인을 제공하는 등 객실 전반에 걸쳐서 친환경 비건 라이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⑦ 비건 플랫폼: 빌리언 비건즈

'비건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비건 전문 커머스 '빌리언비건즈(Billion Vegans)'. ⒸBILLION VEGANS

비건 전문 커머스 브랜드 '빌리언 비건즈(Billion Vegans)'는 '비건계의 아마존'으로 통합니다. 식료품, 생활용품, 뷰티, 패션,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비건 셀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2020년 기준 약 5000개 이상의 상품이 입점했죠. 셀러가 판매하고자 하는 비건 제품은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 증명서를 발급한 이후 판매가 이뤄집니다.

⑧ 비건 공공정책: 서울시 채식 식당 가이드북

서울시 채식 식당 가이드북. Ⓒ서울시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역시 비거니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1년 서울시는 채식 식당 948개소를 발굴하고 가이드북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에 공개했습니다. 국제채식연맹(IVU, 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의 채식 분류를 근거로 식재료와 조미료에 동물성 성분을 첨가했는지, 유제품을 사용했는지 등을 조사했는데요. 채식 메뉴만 취급하는 전용 음식점과 메뉴 중 채식 옵션이 있는 일반 음식점을 모두 포함했어요. 또 시민들이 채식 식당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매장에 붙이는 스티커를 제작해 해당 식당에 전달하기도 했죠.

구매 50배 증가, 그러나 아직 갈 길 멀다

이처럼 비거니즘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에 지갑을 여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비거니즘과 관련된 실제 구매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온・오프라인상의 유통망을 아우르는 롯데멤버스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와 맞물려 실제 구매 건수 역시 2019년 말을 기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구매량이 증가하면서 제품의 카테고리도 더 다양해졌습니다. 연도별로 구매가 이뤄진 비건 제품 카테고리는 2018년 1개, 2019년 15개에 그쳤지만, 2020년 들어서면서 30개 이상으로 부쩍 늘었어요. 구매 건수 역시 50배 이상 증가했죠. 특히 식품과 화장품 등의 항목에서 많은 구매가 이뤄졌어요.

희망적인 변화가 보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보면 여전히 절대적인 구매량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비건 제품이 진출한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 건수를 100%로 봤을 때, 2021년 기준 비건 제품 구매 건수는 0.005%에 불과해요. 그나마 구매 비중이 높은 화장품/뷰티케어가 0.082%, 출산/육아용품이 0.046%, 냉동식품이 0.024% 수준으로 모두 0.1%에도 미치지 못했죠.

세부적인 제품 단계를 보면 '페이셜팩류'와 '안주용 육포류'가 전체 비건 제품 구매 건수 중 절반에 가까운 44%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한정된 제품에 구매량이 몰렸다는 건 주로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소비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죠.

실제 소비자가 비건 제품을 경험해본 적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도 진행됐습니다. 대홍기획의 비거니즘 정량 조사에 따르면 비건 제품의 카테고리별 인지율은 식품, 화장품, 외식매장, 생활용품 순으로 높았어요. 특히 식품과 화장품은 시장에 자리 잡은 기간이 길었던 만큼 50% 이상의 인지율을 보였죠.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제품 경험률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인지율이 높은 식품, 화장품마저 과거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이 30% 내외입니다. 6개월 이내 구입한 경험은 10~20%에 그쳤고요. 실제 제품 경험에 비하면 향후 제품 구입 의향은 대체로 높게 나타났지만, 구매하고자 하는 카테고리 수는 1~2개에 한정돼 있습니다. 비건 제품에 대한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더욱 고민이 필요해 보여요.

비거니즘, 경험한 만큼 지갑 열린다

비건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제품 경험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을 알아봐야겠죠. '비거니즘을 알고 있거나 동의하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유'를 조사해봤습니다.

가장 많이 나타난 응답은 1) 비건 제품의 가격이 비싸서 2) 비건 제품의 구입처를 찾기 어려워서 3) 비건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순이었습니다.

1화에서 언급한 비거니즘의 3가지 핵심 가치 중, '친환경' '동물복지'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일반 제품의 가격이 100이라고 했을 때 친환경 제품은 109.68, 동물복지/윤리 제품은 107.29까지 프리미엄 가격 지불 의향을 보였습니다. 그에 비해 비건 제품은 105.61로 가장 낮은 지불 의사를 나타냈고요.

특히 비건 제품에 대한 지불 의향 가격은 비거니즘에 대한 인지 수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어요. 비거니즘의 의미는 모른 채 단어만 인지하고 있는 집단은 지불 의향 가격이 97.37로 100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비거니즘이 지닌 '친환경'이나 '동물복지' 등의 의미를 잘 인지하고 있는 집단의 경우 110.26으로 높게 나타났어요. 결국 비건 제품에 대한 가격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거니즘이 가진 포용적 가치를 잘 전달할 필요가 있죠.

'비건 제품을 구입하는 곳을 찾기 어렵거나 불편해서'라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비거니즘 인지도와 구매 경험이 가장 높은 비건 식품은 주로 오픈마켓과 대형마트, 유기농・친환경 전문 매장에서 구매가 이뤄지며, 비건 화장품은 드럭스토어, 비건 생활용품은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어요.

'비건 전문 쇼핑몰에서 산다'는 응답은 낮았습니다. 또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 유기농 코너, 수입 제품 코너가 마련된 것과 달리 비거니즘에 전문화된 공간은 거의 부재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건 제품을 탐색하고 구매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건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나 특성도 전달되기 어렵죠.

비거니즘이 더 확장되려면 전문적인 공간에서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최근 일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비거니즘 전문 코너와 매장을 열어 공간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비건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적극적인 비거니즘 시장 탐색과 새로운 기회 발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최근 6개월 내 식품, 외식, 생활용품, 패션 등의 카테고리에서 비건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제품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나아가 지금까지 거의 비거니즘의 영역 밖에 있던 IT, 가구, 문구류 등 어떤 산업 분야든 적극적으로 비거니즘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거니즘에서 더 많은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마케팅 담당자들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비거니즘과 관련한 행동 데이터를 보면, 관심도의 증가에 비해 소비는 단발성인 시장 발전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고, 비거니즘을 경험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로 읽는 비거니즘' 3화에서는 비건 소비자를 크게 6가지 그룹으로 분석하고, 과거 소수의 엄격한 채식주의였던 비거니즘이 '하이브리드 비거니즘'으로 변화하는 맥락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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