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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화]스타트업을 구한 해결사의 눈빛, 무엇이 다를까

이 스토리는 <로켓 패러독스>26화입니다

*본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는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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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어차피 일어났을 일들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은 상황 말이다. 지금 하지 못한 새로운 고민을 아무리 쏟아 내도 똑같은 자리로 갈 수밖에 없다면 그건 예정된 길이다. 물론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이건 운명론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길이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고민의 결과라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

박 대표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2주가 지난 날, 잠에서 깨 눈을 뜨니 시간은 새벽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침을 시작하거나 혹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자기에도 애매했다. 불길한 꿈을 꾸었다거나 누군가에게 쫒겨서 일어난 게 아닌데,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무의식을 잠식하는 이야기는 다양하고 은밀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은연 중에 머릿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승기 형과 준우가 함께 모여 술을 마시며 웃고 즐긴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길을 향해 걷고 있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렇게 갈라질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승기 형의 판단도, 준우의 이탈도, 그리고 나의 정리도 모두 예견된 것이라고 나는 스스로 위안했다. 잠깐의 생각이 지나간 뒤 나는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늘 할 일 역시 쌓여있었다. 가장 급한 자금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것이었다. 그전에 각 부서별로 보고된 사항이 잔뜩 올라온 협업툴의 글을 모두 읽어야 했다. 출근하며 휴대폰으로 간단히 올라온 사항을 뒤적거리며 오늘 할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박 대표가 회사를 떠나는 과정은 조촐했다. 돈을 구하러 사방으로 뛰어다니던 그는 이제 회사에 없었다. 그의 측근은 여전히 박 대표를 기억하겠지만, 나와 일하는 동안 더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게 분명했다. 회사를 묵묵히 지킨 강산 팀장도 내게 상황을 자세히 묻지 않았다.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나는 박 대표의 부재를 설명할 여러 변명을 만들었다. 가장 흔한 건강상의 이유로 설명하긴 했지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주주명부에서 박 대표의 주식이 줄어든 사실은 조직 내에 퍼질 것이고, 건강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은 껍데기만 남은 변명이 될 것이다.

박 대표의 주식은 전체 지분의 48%였다. 이 중 우리에게 넘기기로 한 건 35% 정도였다. 협상 과정에서 박 대표의 저항은 당연했다. 그동안 자기가 이룬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박 대표는 극렬히 저항했다. 우리는 3번을 더 만나야 했다. 회유와 협박,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결국 박 대표와 나는 창업을 함께하고 회사를 키운 동지에서 서로 악의로 가득 찬 사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모비딕랩스(소설 속 가상 회사)의 지분 변화 과정. ⓒ폴인, 최정우

박 대표 입장에선 회사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이 고생해 만든 게 날아간다는 생각에 차라리 모든 걸 엎어버리자는 결론을 낸 적도 있다. 다행히 그때마다 활약해 준 게 현성이였다. 현성이는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나를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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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1화

    옐로모바일 떠난 최정우, 그가 '소설'로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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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화

    [1화]월요일 아침, 느닷없이 회사에 CFO가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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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화

    [2화]공동창업자는 왜 말없이 C레벨을 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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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4화

    [3화]우리는 왜 '스타트업 공동창업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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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5화

    [4화]이유없는 변화는 없다, CEO가 숨겨둔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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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6화

    [5화]생존을 건 투자 유치, 창업가는 어떻게 돌파했나

  7. 7화

    [6화]스타트업 창업가가 갖춰야 할 유일한 전문 분야는

  8. 8화

    [7화]위기에 빠진 COO, VC 만나 털어놓은 불안은

  9. 9화

    [8화]진실의 조각 찾아나선 COO, 그가 잡은 힌트는

  10. 10화

    [9화]아이디어와 구상이 돈과 함께 탔을 때 남는 것

  11. 11화

    [10화]낙하산 CFO의 출근, 그가 먼저 요구한 것

  12. 12화

    [11화]CEO를 둘러싼 시장의 소문, 그 진실은?

  13. 13화

    [12화]낯선 이의 전화는 우연일까, 기회일까

  14. 14화

    [13화]COO가 낯선 이로부터 들은 실수, 뭐였을까

  15. 15화

    [14화]어제의 투자자가 오늘의 적이 된다면

  16. 16화

    [15화]스타트업 COO가 혼란을 겪은 뒤 한 행동

  17. 17화

    [16화]위기인 회사를 위해 내렸던 CEO의 '오판'

  18. 18화

    [17화]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19. 19화

    [18화]끝없는 협상, 출구 없는 전략을 짠다는 건

  20. 20화

    [19화]스타트업 C레벨이 복수를 할 때 고려하는 것

  21. 21화

    [20화]'매각 판'이 깔리자 엔젤투자자가 벌인 행동

  22. 22화

    [21화]예측 불가의 스타트업이 바꾼 C레벨의 삶

  23. 23화

    [22화]엔젤투자자가 품은 또 하나의 비밀, 뭐였을까

  24. 24화

    [23화]생존 위해 발버둥치다 괴물이 된 CEO의 배신

  25. 25화

    [24화]6년차 스타트업 공동창업자, 둘의 '최후통첩'

  26. 26화

    [최종화]스타트업을 구한 해결사의 눈빛,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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