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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퍼시스, 일하는 환경의 변화를 고민하다

이 스토리는 <오피스의 미래를 묻다>1화입니다

2019년 말부터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환경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오피스로 출근하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에 살게 됐죠. 그러자 '물리적인 공간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오피스 존재의 이유가 화두로 떠오른 겁니다.

하지만 2022년에도 팬데믹은 계속되고, 재택근무를 오래하며 깨달았습니다. 어떤 방해도 없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곳, 일이 가장 잘 되는 공간은 결국 '오피스'라는 사실을요. '일하는 방식은 다양해져도, 오피스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곳에 흩어져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피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의 김정윤입니다.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은 2000년에 만들어진 조직이고요. 저는 2008년부터 퍼시스에서 오피스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며 다양한 기업의 고민을 듣고 소통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오피스 공간의 혁신 사례를 관찰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폴인 멤버들과 나누려 합니다.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 김정윤 팀장은 "그동안 변화를 시도하지 않던 기업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오피스 공간 혁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준석

절삭공구 제조회사는 왜 '스마트오피스'를 만들었을까

최근 2~3년 사이 하이브리드 워크가 자리 잡으면서 오피스 공간을 실험하는 회사가 크게 늘었죠. 퍼시스에서는 2021 사무환경 세미나*에 '두산그룹'과 '한화시스템/ICT'를 섭외해 공간 혁신 케이스를 소개했습니다.

*퍼시스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사무환경 세미나'를 개최해 다양한 오피스 트렌드와 다양한 오피스 공간을 소개하며 고객(기업)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 두 회사를 먼저 언급하는 이유가 있어요. 기업문화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라 알려져 있고,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헤비 인더스트리(Heavy industry)에 속한 회사들마저 빠르게 사무환경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두산그룹은 2021년 마련한 분당 신사옥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OIC)'를 만들어 주목을 받은 회사에요. OIC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고, 혁신적인 마인드 셋을 실현하기 위한 지원 공간입니다. 분당 두산타워 North와 South가 연결되는 전체 공간(24층)을 OIC로 기획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유연하게 공간을 쓸 수 있도록 곳곳에 바퀴가 달려 이동할 수 있는 이동형 데스크와 의자, 화이트보드 무빙 월(Moving wall)을 배치했죠. 경직된 오피스가 아니라 구성원이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고민한 기업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어요.

두산 분당사옥 24층에 위치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OIC)’.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언택트, 디지털 협업을 지원하는 장비와 몰입 공간이 마련돼있다. 업무 스타일에 따라 아이디어 포레스트, 워크샵 스페이스, 스크럼 스페이스, 클래스룸, 촬영 스튜디오를 선택해 이용 가능하다. ⓒ 두산그룹 OIC notion

스마트워크를 시행 중인 한화시스템/ICT은 팬데믹 훨씬 전부터 거점오피스를 도입한 기업입니다. 지난 2015년 자율 좌석제를 이미 도입했고, 2020년 사옥을 옮기며 스마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했는데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이를 뒷받침할 공간을 치열하게 고민하던 중 코로나가 시작됐죠.

이 회사는 팬데믹 덕분에 오히려 근무형태를 빠르게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툴(Tool)을 한 발 앞서 마련한 덕분에 하이브리드 워크를 안정적으로 실현한 케이스죠.

팬데믹 이후 만났던 고객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회사 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 'YG-1'이라는 기업이 신사옥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각종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절삭 공구를 만드는 회사인데요. 사업장 바로 근처에서 사무실을 운영해오던 회사이지만, 창립 40주년을 맞아 신사옥을 스마트오피스로 구축하고자 퍼시스를 찾아오신 거죠.

이 회사는 B2B기반의 제조업체로 스마트 워크 혹은 하이브리드 워크 방식으로 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업무 방식과 오피스 환경을 180도 바꿀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표이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실 그동안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사옥을 짓게 되면서 처음으로 '오피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답변을 듣게 됐어요. 여러 기업의 사례를 찾아보면서 단순히 사무실 공간을 만들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되신거죠. 직원들과 함께 국내 여러 오피스를 투어하고, 사무환경 컨설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업무공간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YG-1의 사무동인 Global Center 업무공간에는 폭넓은 공간 선택지를 제공하는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 퍼시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단계적으로 공간의 변화를 시도하는데, YG-1은 중간 과정없이 단 번에 스마트오피스를 완성한 케이스에요. 정말 흔치 않은 경우라 기억에 남습니다. 기업 오너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본업에 맞는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 덕분에 성공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고 봐요.

기업이 오피스 변화를 망설이는 이유 '3가지'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오피스 공간을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듣다 보니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한계점'을 발견 했어요.

① '변화'를 거부하는 구성원들

"사무실이 바뀌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데요. 실제로 공간이 달라지면 불평하는 조직원들이 더 많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일하는 '공간'은 변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욕망(Wants) 때문입니다.

공간이 달라지면, 일하는 패턴도 공간에 맞게 바뀔 수 밖에 없는데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구성원의 변화 수용성도 전부 다르니까 기업도 섣불리 공간에 변화를 주지 못하게 되고요.

② 'WHY'보다 어려운 'HOW'

팬데믹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오피스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재택근무를 많이 경험했고, 이제는 재택근무나 오피스 근무 중 한 가지 방식만 고수하기 보다는 '혼합' 형태의 하이브리드 근무 장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니까요.

그럼에도 우리 회사에 맞는 하이브리드 오피스는 '어떻게(HOW)' 만들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회사마다 업(業),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 조직규모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벤치마킹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죠.

③ 공간을 '세팅(setting)'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공간을 운영할 때 전보다 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됩니다. 과거에는 기업 총무 담당자가 가구를 교체하고, 인테리어 회사에게 공사를 맡긴 뒤, 그 공간을 사용할 부서를 배치하는 '세팅(setting)' 개념이 강했죠.

요즘에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정한 그 순간부터 더 큰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 곳에서 화상회의를 한다면 웹카메라는 어디에 설치해야하는지, 주로 사용하는 구성원은 누구인지, 어떤 약속과 합의를 도출해 사용법을 정할 것인지 등 수십가지를 생각해야 돼요.

단순히 공간만 만들고 끝나는 개념이 아니라 '운영(Operation)'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게 어려운 기업은 이 지점에서 주로 한계를 느끼죠.

"Know yourself"에서 답을 찾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과감히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에 맞는 오피스를 만드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주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과도기를 겪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2021 사무환경세미나 연사로 나오신 유현준 교수님께 답을 구한 적이 있어요. 오피스 공간의 변화에 관심있는 기업이 좌절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오피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물었는데요.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은 '너 자신을 알라(Know yourself)'였습니다.(웃음)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지향점을 추구하는 곳인지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우리 회사에 정확히 맞는(Fit)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2021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에서 유현준 교수는 '회사가 가진 업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린 뒤 지향점을 명확히 하고,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고민해 공간의 디자인을 구성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퍼시스 공식 유튜브

결국 오피스의 공간을 고민하는 것은 회사가 하는 업(業)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있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그 답을 찾는 과정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도 알다시피, 나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가장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해서 우리 회사의 업(業)을 정의할 수 있다면, 그래서 조직 구성원들이 공통의 철학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 그 곳은 팬데믹이 아닌 또 다른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곳이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공간도 지속 가능하려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공간이 담고 있는 고민의 흔적이나 뾰족한 스토리가 없다면 사람들은 그 곳을 다시 찾지 않을 겁니다.

요즘 앞서가는 기업이 오피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직원이 스스로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오피스를 만드는 게 결국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일과 연결 될테니까요.

요즘 뜨는 하이브리드 오피스 풍경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를 지원하기 위해 오피스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바뀐 오피스 트렌드 4가지를 짚어봤습니다.

1. 영상 스튜디오의 탄생

2020년 이후 계획된 오피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공간은 바로 '스튜디오'에요. 코로나로 직원교육을 하거나, 대규모 사내행사를 개최할 때 무조건 온라인으로 송출해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외부 스튜디오를 빌리거나 외주 업체에 맡겼다면 이제는 영상을 자체 제작하는 곳들이 많아요. 오피스 내 영상 스튜디오라는 물리적 공간이 새롭게 등장한 거죠.

두산그룹 분당신사옥 24층에 위치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에 마련된 스튜디오. 사내 교육용 영상과 서비스 및제품 홍보 영상, 홍보채널용 영상과 온라인 강의 등 스트리밍 라이브 촬영 녹화가 가능하다. ⓒ 두산그룹 OIC notion

2. '파티션'의 부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파티션이 오피스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소통을 중시하는 오픈 오피스가 유행하면서 파티션이 사라지고, 데스크를 구분짓는 스크린 높이도 낮아졌는데요. 코로나 이후 파티션 판매량이 증가했고 심지어 기존 파티션 위에 쌓을 수 있는 '적층형 패널'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피스에 출근한 직원들이 최대한 다른 사람과 내 공간의 경계를 짓고 싶어하는 니즈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단순히 방역 이슈 때문에 부활한 트렌드일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죠.

3. 모션 데스크의 등장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 데스크와 의자 구매율도 높아졌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오피스 공간 안에서 '자율성'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며 새롭게 나타난 트렌드로 해석됩니다. 셀프 컨트롤(Self Control)이 중요해진 거죠. 오피스 내 가구 세팅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책상이나 의자의 높낮이는 개인이 조절할 수 있다보니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이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해 적합한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오피스에 모션 데스크를 배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 퍼시스

4. 기업도 '커스텀 가구'를 원한다

개인의 니즈를 반영한 커스텀 가구를 이제는 오피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개인을 넘어 기업도 셀프 컨트롤(Self Control) 니즈는 개인를 추구하는 거죠. 딱 맞는(Fit) 제품을 만들고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살리기 위해 오피스 내 책상, 의자, 책장을 직접 제작하고자 하는 열망이 커지고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미래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집, 회사,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든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시대에 오피스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합니다. 저는 '커뮤니티 오피스'라는 표현으로 설명 드리고 싶어요. 일은 구성원이 각자 흩어져 하되, 직접 만나서 소통할 때는 오피스에 모일 테니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오피스는 개인의 업무 방식을 반영한 유연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조직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오피스를 새롭게 만드는 기업은 커뮤니티 기능을 넣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소통과 연결을 돕는 공간으로 오피스가 진화하는 거죠.

'우리는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and thereafter they shape us)'

1943년 폐허가 된 영국 의회 의사당을 다시 짓기 전, 윈스턴 처칠이 했던 말입니다. 저는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리는 팬데믹을 경험하며 오피스의 공간을 바꾸고 있지만, 그 공간은 다시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에 영향을 줄 겁니다.

저희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하이브리드 워크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고 2022년 새롭게 오픈한 우아한형제들의 신사옥 '더 큰집', GS 계열사의 공용 협업 공간 '킫(Keeeet)', 현대자동차의 양재사옥 스마트오피스와 거점오피스의 기획자들과 직접 만나 오피스 공간이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갔는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이 스토리북은 펜데믹 이후 일하는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는 3월 7일 발행될 스토리북 2화에서는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이 바라본 하이브리드 워크&오피스의 조건을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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