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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의사춘기, 더현대서울·젠틀몬스터 사로잡은 비결

에디터

이 스토리는 <환경문제 해결하는 '힙한' 브랜드>7화입니다

3줄 요약

  •  김광수 대표는 여성복 발망, 구호(KUHO) 디자이너였습니다. 취미로 식물을 키우다 본업에서 잘하던 브랜딩 능력을 살려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를 만들었죠.
  • 패션 화보처럼 식물을 연출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기획하며 기존 업체와 차별점을 뒀습니다. 그 결과 스타필드, 더현대 서울,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등 요즘 힙한 공간 플랜테리어 작업을 도맡아 했는데요.
  • 김광수 대표는 플랜테리어로 더 많은 사람이 식물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기쁨을 경험하며 쉽게 버리지 않고, 식물이 하나의 문화가 되길 꿈꾼다고요.

사람들이 식물과 더 많이 친해지길 바래요. 식물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쁨을 느끼고, 쉽게 버리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마초의사춘기 김광수 대표. ⓒ 폴인, 최지훈

패션 디자이너, 섬세한 '가드너' 되기까지

Q. 원래 여성복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발망 여성복 디자인팀에 있었고, 국내로 돌아와 2012년 제일모직 공채로 입사했어요. 여성복 구호(KUHO) 파리 컬렉션 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요. 일은 재밌지만 고되고 힘들어서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지친 생활을 이어가다 식물을 찾게 됐어요. 프랑스에서 경험한 가드닝이 떠올랐죠. 정원을 가꾸던 귀족사회 문화가 남아있어서 꽃과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바게트보다 꽃이 저렴할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꽃꽂이 수업도 듣고, 과천 화훼단지도 가고, 가드닝 클래스도 들으면서 취미활동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비즈니스 관점에서 봤더니 이 시장에 '1등'이 없더라고요. 요즘 잘 나가는 의류, 쥬얼리 브랜드는 어디인지 단번에 브랜드가 떠오르는데 가드닝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잘하는 브랜딩을 해서 식물을 콘텐츠로 만드는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퇴사한 뒤 2018년 마초의사춘기를 만들었습니다.

Q. 이름이 독특하고 신선해요. 어떤 뜻이 담겼나요?

저는 디자이너라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마초의사춘기 브랜딩 작업만 10개월 정도 걸렸죠. 국내에는 가드너라는 직업도, 가드닝 브랜드도 따로 없고 플로리스트라는 직업만 존재했거든요.

여성이 많은 시장이라 차별성을 둬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극단적으로 남성성을 강조하는 '마초'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다만, 남성성을 강하면서도 식물을 다루는 미묘하고 섬세한 작업을 하는 일의 특성을 연관 짓고 싶었어요. '마초는 언제 섬세했을까?'를 고민했더니, 사춘기에는 감정적으로 섬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기존과는 다르다, 하지만 섬세하다'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브랜딩을 하고, 비즈니스 방향도 그쪽에 맞추기로 했어요.

Q.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조경업을 전공한 게 아니라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원서도 찾아 읽고, 전문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동시에 비즈니스 감각도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지식만 쌓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회사를 키울지 고민했는데요.

지금까지 디자이너로서 잘해온 것, 익숙한 것에서 답을 찾았어요. 식물을 패션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연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요. 단순히 촬영하는 게 아니라 식물을 멋지게 보일 수 있도록 기획해 사진을 찍고,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갔어요.

식물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연출, 기획해 촬영한 사진. ⓒ 마초의사춘기

그러다 공간 연출 프로젝트로 B2B 사업을 처음 시작했어요. 식물이 필요한 공간을 꾸며달라는 요청을 주셨는데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을 잘 모르다 보니 조경 장식 정도로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식물이 이 공간에 왜 필요한지' 연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거든요. 조경회사가 아닌 디자인 스튜디오로 등록돼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하는 편입니다. 단순히 공간에 식물을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분들보다 이곳에 식물이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이야기하는 고객과 함께 작업해요.

Q. 해오셨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알려주세요.

젠틀몬스터의 팀 파트너로 젠틀가든 전체 연출에 참여했어요. 공간뿐만 아니라 '제니'라는 연예인과 식물, 꽃이 잘 어우러지려면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고민했던 프로젝트인데요.

제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은 무엇이고, 어떤 꽃이 적합한지, 사진을 찍을 때 걸어 나오는 스팟 포인트는 어디인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젠틀몬스터의 디렉션에 맞춰 전부 고려해야 했어요.

팀원들과 공간을 연출하면서 촬영할 때 원거리, 근거리, 높이까지 생각해 꽃과 식물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위치를 결정했던 기억이 나요. 디자이너 출신 팀원이 많다 보니 각자 세심한 포인트가 다르거든요. 각자의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좋은 시너지를 냈던 작업이고요.

마초의사춘기는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플랜테리어 프로젝트에 팀 파트너로 참여해 플랜테리어를 선보였다. ⓒ 마초의사춘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회사인 크래프톤에서 오피스 공간 연출 오퍼가 온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이 공간에 플랜테리어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 타당성보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라서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웃음)

크래프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회사니 일반 식물로 연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8층부터 35층까지 총 8개 층을 기획할 때 배틀그라운드 장면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죠.

습지 컨셉, 배틀그라운드 사막 컨셉, 열대우림 컨셉을 잡고 플랜테리어를 진행했는데요. 각각 다른 컨셉이어도 층별로 동떨어져 보이거나 이질감 없이 게임 속 장면이 조화로울 수 있게 기획했어요. 식물을 고층에 반입하는 일이나 정해진 시간 내 작업을 마치는 게 힘들었지만, 오피스 내 식물을 계속 관리하다 보니 애정이 큰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크래프톤 사무실에 방문해 팀원들이 직접 물도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식물의 자리도 바꿔주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크래프톤 역삼 사옥 내 플랜테리어. ⓒ 마초의사춘기

Q. 공간 연출에 그치지 않고 유지 관리도 직접 하시는군요.

예전 플랜테리어 업계에서는 하나의 회사가 공간 기획·시공·사후관리를 모두 하는 곳이 없었어요. 비용이 많이 들고 힘이 들다 보니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죠.

그래서 차라리 모든 과정을 한 번에 담당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기획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시공할 때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고, 지속해서 관리하면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인하우스 멤버가 플랜테리어 전 과정을 모두 맡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가 시공도 하고, 관리도 하는 거죠. 저도, 팀원들도 백그라운드가 조경업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부분에 참여해 일하도록 푸시하기도 하고요.

현장 관리를 안 해본 사람은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게 원칙입니다.

내가 심은 식물이 공간과 맞지 않아 죽을지 모르는데 디자인만 하면 이런 점을 간과할 수도 있잖아요. 내가 기획하고 연출했던 것이 현장에서 100%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면, 더 탄탄하게 기획할 수 있겠죠. 팀원들이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일이라 시공 후 유지할 기회를 주시면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관리해요.

식물 폐기물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BM

Q. 세컨드브랜드인 '가든어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마초의사춘기가 오피스, 상업공간을 꾸미는 B2B 회사라면 가든어스는 소비자 접점이 훨씬 큰 B2C 사업이에요. 일반 고객에게 식물을 추천하고 판매, 관리해주고 있는데요. 호텔과 라이브러리, 플랜트랩 등 콘셉트가 전부 다른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김광수 대표가 플랜테리어 작업 이후 남는 식물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찾은 비즈니스 모델 '가든어스'. 플랜트호텔, 라이브러리, 스테이션, 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식물순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가든어스

가든어스 론칭의 시작점은 '폐기물'이었어요. 플랜테리어 작업을 할 때는 정말 재밌는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시들고 안 예쁜 것은 버려달라는 요청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면 쉽게 버릴 수 없잖아요. 식물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면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공간 연출에 사용했던 식물을 무료로 나눠드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물어보시면 저희가 관리했던 식물이니까 자세히 알려드릴 수 있고, 저희 의도를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자연을 보호하려는 아이디어를 실천했을 때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든어스를 만들게 됐어요.

'식물 순환'이라는 모토 아래 식물이 버려지지 않게 하는 게 저희 목표죠.

Q. 호텔, 라이브러리 등 콘셉트를 달리해 가든어스를 운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마초의사춘기를 만들고 운영하며 어렵고 아쉬운 부분을 가든어스로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플랜트 호텔은 식물 키우기를 힘들어하는 분을 위한 매장입니다. 체크인하고 식물을 맡기면 전문지식을 가진 가드너가 분갈이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맡겨주시면 케어도 해드려요. 식물 관리가 어려운 분을 위해 위탁판매도 해드리고요.

플랜트 라이브러리에는 식물과 관련된 국내, 외국 서적을 120권 정도 배치해뒀어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이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몬스테라 키우는 방법을 물어보면 꽃집마다 알려주는 답이 전부 달랐어요. 우리 집의 온도는 늘 봄인데, 농장에서는 사계절 동안 키우는 방법이다 보니 아무리 정보를 얻어도 식물이 죽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래서 '식물을 잘 몰라도 조금만 공부하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 때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MZ세대가 많다고 판단해 매장을 연희동에 오픈했습니다.

2022년 4월 더현대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팝업전시를 진행한 가든어스. ⓒ 마초의사춘기

"식물이 또 하나의 문화가 되길 바래요"

Q. 2022년 4월 더현대 사운즈포레스트에서 가든어스 브랜드로 팝업전시를 열었죠.

더현대의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는 샤넬, 까르띠에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팝업전시를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저희가 국내 1호, 로컬 브랜드 1호로 팝업전시에 참여한 거죠.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가든어스 브랜드 뿐만 아니라 마초의사춘기의 연출력까지 보여줄 좋은 기회였고요. 단순히 멋진 공간을 연출하는데 끝나지 않고 가든어스 콘셉트인 식물 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어요.

처음으로 식물과 함께 꽃도 판매했는데요. 꽃을 사시는 분들에게 꽃이 마르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어요. 버리지 않고 마른 꽃으로 왁스나 디퓨저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선보였죠. 고객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꽃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기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까지 안내하는 저희 의도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식물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을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천하게 되니까요.

2021년에는 전국의 모든 자영업자를 가드너로 만드는 게 제 꿈이었어요. 식물에 대한 지식을 많은 분에게 교육해서 가드너로 인증해드리면, 그분들이 각 지역에서 식물 문화를 발전시켜주시는 거죠. (웃음) 그런데 이 방법으로 식물 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면 속도가 더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 컨설팅을 활발히 하려 해요.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니즈가 크다보니 ESG 경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잖아요. 사회적 파급력이 큰 기업과 함께한다면 식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데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기획력과 연출력, 아이디어를 보탠다면 기업도 ESG 경영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겠죠.

GS에너지플러스 허브 내 가든어스 플랜트 스테이션. ⓓ 마초의사춘기

2020년부터 GS칼텍스와 협업해 GS에너지플러스 허브 주유소에 '가든어스 플랜트 스테이션'을 오픈해 운영 중인데요. 이곳에서는 식물 중고거래를 할 수 있어요. 부피가 큰 화분을 거래하려면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차 공간도 필요하고, 차가 들어오고 나가기 편해야 하잖아요.

기업이 주유소라는 넓은 공간을 제공한 덕분에 식물은 버려지지 않고 순환할 수 있게 됐고요. 저희는 식물 중고거래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케이스가 더 많아질 거라 봐요.

이렇게 식물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식물과 더 많이 친해지길 바래요. 또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다양한 식물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저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12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 온라인 세미나 '플랜테리어, 식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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