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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욕구'와 '사업가의 전략'이 공존하는 법

이 스토리는 <디자이너 CEO의 세계>1화입니다

모더레이터 룬아 작가의 말

작년 여름, 청담동 골목길에 있는 삭스타즈 쇼룸에서 자그마치 4만 5000원짜리 양말을 산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CHUP'이라는 브랜드 제품이었어요. 최상급 더블실린더 머신을 이용해 아주 느린 속도로, 하루에 대략 스물다섯 켤레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런 양말을 과연 누가 사 신을까 싶지만, 현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해요. 저 또한 컬러풀한 패턴과 도톰하고 부드러운 조직감, 무엇보다 성태민 대표가 들려준 아름답고 고집스러운 이야기에 매료돼 한 켤레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으니까요. 세계 곳곳의 양말들을 그러모아 소개하는 곳이 바로 삭스타즈입니다.

소득과 취향의 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시대에 양말만큼이나 간편하게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도 없습니다. 3천원짜리 묶음 양말을 사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던 12년 전, 성태민 대표는 왜 강남 한복판 게임회사의 디자이너 사원증을 내려놓고 양말 가게를 열었을까요? 디자이너의 욕구와 사업가의 전략은 어떻게 사이좋게 한 길을 걸어왔을까요?

여전히 흑백의 묶음 양말을 사는 사람이 있는 한편, 세상의 모든 양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을 것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넓고 다양해졌다는 뜻이겠죠. 양말은 패션도, 팬시도, 그래픽도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이 됐습니다. 그 시간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자리를 지켜온 삭스타즈의 성태민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삭스타즈는 양말을 '아트 피스'로 보고 있어요. 몇몇 사람들은 기껏 양말인데 저렇게까지 하냐고 하지만, '저는 이렇게까지 합니다'라고 말하죠. 
파주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삭스타즈 성태민 대표. ⓒ최지훈

돌연 양말가게를 창업한 게임회사 신입 디자이너

Q. 게임 회사 디자이너였죠.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능력은 뭔가요?

게임을 아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UI/UX 디자이너로 취직했어요. 게임에 사용되는 인터페이스와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일이었죠.

그 과정에서 제일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적당히 대중적인 감을 유지하는 거였어요. 게임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친숙해야 해요. 디자이너들이 봤을 때는 타당하지만, 유저들에게는 너무 진보적일 수 있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기준을 낮춰 촌스러워져도 안 되죠. 그래픽도 그렇지만 특히 UI 측면에서 너무 앞서 나가면 어려워져요. 그래서 항상 13세 정도의 타깃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Q. 당시의 GUI*라면 픽셀 단위로 하나하나 작업했으니 매우 어려웠겠어요.

정말 그랬죠. 버튼 사이즈가 19픽셀이냐 20픽셀이냐는 아주 큰 차이거든요. 요즘은 UI가 많이 단순해졌고 웹 코딩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전 같은 그래픽 작업을 거의 안 할 거예요.

*Graphical User Interface: 화면의 아이콘, 스크롤 바 등의 그래픽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

Q. 그런데 입사 1년 만에 퇴사한 이유가 뭔가요?

저는 꿈을 이룬 사람이었어요.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이 딱 맞았죠. 김해에 있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직했으니 학교에 현수막까지 걸릴 정도였어요. 당시 회사가 삼성동 아셈타워에 있었어요. 봉은사 앞에서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스무디킹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있는 사람, 베테랑 IT 디자이너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한국형 실리콘 밸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웃음)

한껏 들떠서 반포에 자취방을 구하고 인테리어에 투자하려고 대출까지 받았어요. 스물여섯 살의 성공한 싱글남이었달까요. 이제 막 시작될 환상적인 삶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회사에 들어갔는데 거대한 기계를 돌리는 소모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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