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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가치(1) : 4가지 핵심가치와 실행력>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핵심 가치를 시스템처럼  


진행자(이하 진) : 앞서 핵심가치를 강조하는 것보다 핵심가치를 수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그 가치를 주장하는 리더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하셨죠. 이에 더해 핵심가치를 수행하는 데 리더의 정당성 외에 필요한 다른 요소가 있을까요.
: 리더가 지속적으로 핵심가치를 상기시키고 조직원들이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부적으로 기준이 있어야 해요.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가치를 구현해나가는 절차가 매번 리더 한 명의 결정에 기대어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JTBC가 그렇게 했는지는 김필규 앵커께 여쭤볼 수 있겠네요. 내부적으로 그런 기준을 세우기도 했나요. 
: 일반적인 기준을 만들어 조직원들이 공유하기도 했고, 그때그때 맞춰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라는 게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때마다 전개 양상도 다 달라서 예측이 어려워요. 그래서 모든 경우를 꿰뚫는 하나의 지침을 만들기는 쉽지 않고,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기준을 세우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죠. 

예를 들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 단원고 학생의 부모님들 몇 분이 학생이 마지막 순간 찍었던 휴대전화 동영상을 전해주셨습니다. 참사 직전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사의 원인을 밝힐 단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영상이었죠. 이걸 보도할 때 상당히 조심했습니다. 영상을 전부 공개하지 않았고, 학생의 목소리도 변조했죠. 보호자가 공개를 동의하고 건네준 영상이었지만 TV 화면을 통해서 그것을 다시 봤을 때 받으실지도 모를 상처, 시청자들이 받게 될 충격 등을 고려했죠. 이처럼 중요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의 관심을 받는 보도를 하게 됐을 때 상황에 맞는 내부적인 보도 기준을 세웠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할 당시, 모 방송사에서는 현장 중계 후 자신들끼리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실수로 그대로 노출 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어요. 저희는 기사 내용 뿐 아니라 취재 태도 면에서도 조심하도록 당부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건을 보도 한 뒤에도 그랬습니다. 이후 성추행, 성폭행 관련한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저희가 세워 놓은 기준에 맞춰서 보도했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질과 벗어나는, 다소 자극적인 제보도 많았지만 그런 건은 보도하지 않았죠. 


 : 시스템화는 어떤가요. 아까 이 교수님께서 시스템화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김 앵커가 보시기에는 JTBC의 의사결정 절차가 시스템화 되어 있나요. 
: 보도 기준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보통 손 사장이 보도 기준을 제안하고 국장단, 부장단이 모여 협의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 학자와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요. 이 부분을 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최근에는 저희 보도국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은 어떤 지침이 있으면 그냥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공유했어요. 하지만 이를 수시로 보면서 숙지하자는 차원에서 따로 비용을 들여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어요. 특정 중요 이슈에 대한 보도 기준 뿐 아니라 기자들이 쉽게 틀리는 표현, 리포트 제작에서 주의할 점 등도 함께 공유를 합니다. 실제 기자들이 자주 앱에 들어가서 확인을 하는지, 접속 빈도수도 파악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까지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웃음) 


진 : 어느 정도 시스템화되어 있거나 시스템화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말씀이군요. 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JTBC가 스스로 강조하는 핵심가치를 잘 수행해냈다고 보시나요.
: 가치 구현이 속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직 구조 내에 시스템화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데요, 저는 JTBC가 구조적으로 그런 노력을 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조직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리더가 나서서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그때그때 결정해요. 리더 한 두사람에 기준을 기대어 간다는 거죠. 하지만 기준을 구조적으로 시스템화할 경우, 내부에서 어떤 결정이 단순히 리더의 지시에 따르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을 거쳐 나온다는 걸 인정할 수 있게 되죠. 내부에서 이것을 인정하는지가 무척 중요해요. 특히 공정ㆍ균형과 같은 가치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조직에서 합의된 가이드라인과 규칙을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JTBC는 손석희 사장이 보도 기준을 개인적으로 지시한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생성되도록 노력을 했다고 봐요. 특히 국내 조직의 의사 결정 방식은 해외 선진 기업에 비해 속인적인데, 저는 JTBC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조직이 의사 결정 구조를 시스템화 한 조직이 되면 좋겠어요. 
 
: 한 조직 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있다는 건 좋은 유산인 것 같습니다. 알고 지내는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있는데, 언젠가 워싱턴포스트 사옥에 새겨져 있는 글귀를 사진으로 찍어 본인 SNS에 올렸더군요. "The truth, no matter how bad, is never as dangerous as a lie in the long run." 진실이 아무리 추악하더라도 길게 보면 거짓말보다 낫다는 말이죠. 이 신문 편집장이었던 벤 브래들리(Ben Bradlee)가 한 말입니다. 벤 브래들리는 국내에도 개봉했던 영화 <더 포스트>의 주인공이죠. 베트남전쟁을 기획한 기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를 파헤쳐 보도하고,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을 이끈 인물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런 그의 말을 편집국 벽에 새겨 넣은 거예요. 아마도 그걸 볼 때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고요. 물론 편집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보여줄만한 거리도 될 테고요.(웃음) 저희도 나중에 '사실ㆍ공정ㆍ균형ㆍ품위'를 벽에 새겨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사옥 벽면 글귀 ⓒshutterstock


: 네. 그런 측면에서 저도 JTBC가 특히 품위라는 가치를 말한 게 참 좋았습니다. 한국의 많은 언론사들, 더구나 지상파 방송까지도 가끔 황색 저널리즘을 보여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실망스러워하죠. 우리가 뉴욕타임스나 CNN 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가치는 바로 ‘품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JTBC 뉴스를 볼때는 소위 "저걸 방송사에서 왜 다루지?"라는 생각이 드는 리포트가 없어요. 그게 바로 품위고, 이런 가치 구현이 결국 JTBC의 이미지로 연결되죠. 


: 각 기자들이 개인적으로도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에 손 사장이 전 조직에 보낸 메일이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제 이후 jtbc는 또다시 가장 주목받는 방송사가 돼 있습니다. 
채널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구성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겸손하고 자중하고 또 겸손하고 자중합시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해야 합니다. 
취재현장은 물론이고, 길가다 스쳐지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사실 이건 가장 신뢰받는 뉴스로 꼽힐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잘 실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jtbc맨이라면 이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보는 눈 많고 듣는 귀도 넘쳐나니 언제든 시비거리가 있으면
엄청나게 큰 반발로 우리를 덮쳐 올 것입니다. 
게다가 금주 들어 내놓고 있는 단독보도들은 사람들을 속 시원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도 하는 내용들입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던져주고 있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태도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겸손하고 자중해도 우리는 이미 jtbc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그럼…


 사장이 이런 메일을 보냈는데 어길 조직원은 없겠죠? (웃음) 그런데 이전부터도 후배 기자들이 대부분 이런 생각을 견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나 국정 농단 사건 등 큰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그래야 한다는 점을 공유하게 됐고요. 
 

완결
브랜드의 품격 : JTBC 뉴스룸이 다르게 앞서가는 법
이무원 김필규 노희선
이무원 외 2명
‘브랜드의 품격 : JTBC 뉴스룸이 다르게 앞서가는 법’를 구매하시면 열람 가능한 스토리 입니다.
브랜드의 품격 : JTBC 뉴스룸이 다르게 앞서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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