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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옥동식, 아토믹스...발걸음 붙잡는 공간 디자이너의 철학

이 스토리는 <도쿄F&B 비즈니스 트렌드:도쿄에 가면 내 가게를 열고 싶다>7화입니다

한장의 사진은 오직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지만, 잘 짜인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됩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 속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단지 하나의 장면을 넘어서 더 큰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_김영래 스튜디오 라이터스 대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등 눈앞에 보이는 것을 공간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공간에는 그곳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과 이들이 보내는 시간이 온전히 녹아 있다.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 섬세한 디테일과 철저한 기획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단순히 보여지는 시각적인 개념의 디자인을 넘어 공간에 대한 성격과 서비스의 방식까지 함께 고민하는 곳이 있다. 2년을 갓 넘는 짧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스튜디오 라이터스’가 그곳이다.

김영래 대표의 ‘스튜디오 라이터스’에서 디자인한 레스토랑 스와니예. ⓒ스튜디오 라이터스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서 받은 뉴욕의 아토믹스를 기획한 ‘스튜디오 라이터스’는 스와니예, 옥동식, 도우룸, 치차로, 미연, 재인, 파사주, 위베이커리 등 만드는 공간마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특유의 색채를 뿜어내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끊임없이 회자되는 공간들을 만든 비결 뒤에는 어떤 철학이 숨어있을까?

공간은 고객의 경험까지 계획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스튜디오 라이터스’의 김영래 대표는 공간을 기획하는 것은 결국 고객들의 경험까지 기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선 단순히 공간 디자인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고객들에게 더 나은 요리와 정성 어린 서비스를 선보이려 온전히 하루, 그 이상을 준비에 몰두하는 F&B 공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객 경험이 발생한다.

“여기 음식은 내 입맛에 정말 잘 맞아” “분위기 너무 좋다” “다음에 또 오고 싶어” 이처럼 고객에게 공감을 얻고 좋은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공간은 물론이고 서비스도 함께 디자인해야만 한다. 눈에 보이는 공간을 넘어, 그곳에 속하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시간과 경험까지 디자인해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객이 공간 속에서 경험하게 될 것들을 어떻게 사전에 예측하여 기획할 수 있을까?

공간 속 경험을 기획하는 첫걸음은 접점(Touch point)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접점은 고객과 공간은 물론이고 고객과 직원, 고객과 음식, 고객과 고객 사이 어디서나 만들어진다. 고객이 공간에 들어와서 나가기까지 모든 순간마다 여러 가지 접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접점은 예약하는 순간부터 공간에 도착하여 입장하는 순간까지 고객이 무언가와 마주칠 때마다 생겨난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구로 이동한 뒤 자리에 앉아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고 나가는 과정에서도 접점은 연쇄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한다.

더 나은 공간을 위해서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접점을 모두 찾아낸 후, 어떻게 엮고 무엇으로 구성할지 계획해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공간을 다채롭게 채우는 과정인 셈이다. 접점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공간이 제공할 서비스와 고객에게 선사할 경험까지 디자인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접점을 디자인하는 것은 자칫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이지만, ‘고객여정지도’를 적극 활용하면 모호한 부분을 줄여나갈 수 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경험하는 공간의 여정을 미리 그려보고 그곳에서 발견한 접점을 디자인하는 고객여정지도. ⓒ김영래

고객여정지도란 실제로 지도를 따라가듯 고객의 관점에 서서 공간의 전체 여정을 미리 그려보고, 그곳에서 발견한 접점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공간의 밑그림을 그리고 가이드라인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도구와 같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접점을 조금 더 수월하게 계획할 수 있으며 공간은 힘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발견한 수많은 접점 중 고객에게 더욱 특별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순간이 무엇인지 찾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모든 접점을 완벽하게 구성하고 모든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김영래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곧 그 공간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접점을 고려하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평면적인 디자인을 넘어서는 것이다. 공간 안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디자인하여 탄생한 곳은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김영래 대표의 이러한 철학이 가장 잘 녹아든 공간 중 한 곳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atomix)다.

음식을 넘어 문화와 경험을 선물하다

지난 5월 6일 미국 시카고 리릭 오페라하우스에 모인 수많은 눈길과 뜨거운 관심은 한곳으로 집중됐다. 김영래 대표의 스튜디오 라이터스와 이들이 만든 아토믹스가 제29회 제임스 비어드상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제임스 비어드상 시상식은 미국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권위 높은 상으로 스튜디오 라이터스는 이날 시상식에서 75석 이하 최고의 식당 디자인상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시상식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미 만족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상을 받은, 시상식 당시 상황은 거의 기억나지가 않아요. 당연히 0.1%도 받을 생각이 없었거든요. 애프터 파티를 하며 그제서야 엄청난 순간을 겪었다는 게 실감났어요.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저희를 채택해준 클라이언트에게 매일 감사한 마음이죠.”

이미 뉴욕에서 캐주얼한 한식 레스토랑 아토보이를 운영하고 있던 박정현 셰프는 그동안 반찬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이야기해 오고 있었다. 이제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 한국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길 원했던 그는 한국의 음식이 담고 있는 문화와 느낌은 물론이고 그 안의 이미지까지 그대로 살리는 공간을 꿈꿨다.

김영래 대표는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접점을 발견하면서 레스토랑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디자인을 완성했다. ⓒ김영래

아토믹스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디자인을 맡게 된 김영래 대표는 작업에 앞서 박정현 셰프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접점을 발견하고 구성하는 것은 셰프와의 작업에서도 다름이 없었다. 아토보이와 아토믹스는 어떤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지, 음식 메뉴와 서비스가 갖는 개념과 의미는 무엇인지, 지금 뉴욕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셰프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셰프의 개인적인 모습부터 공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큰 뿌리까지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오가는 질문과 대답 위에서 아토믹스의 뼈대와 근간이 탄생했다. 그렇게 김영래 대표와 박정현 셰프는 음식을 넘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콘텐츠를 다각도로 활용해 한국적인 문화를 알리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아토믹스를 기획하며 세 가지 키워드를 공간 안에 녹여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뉴욕의 아토믹스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넘어 한국적인 문화를 알리겠다는 김영래 대표와 박정현 셰프의 마음이 담겨 있다. ⓒEvan Sung

첫 번째 키워드인 ‘Meet People(사람을 만나다)’이라는 의미는 믹스(Mix)라는 단어 속에 담아냈다. 여기에는 다인종이 섞여 수많은 문화가 겹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도시인 뉴욕을 대변하고 싶었던 의도가 숨어있다. 새로운 것은 결국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 탄생한다는 믿음을 그려냈다.

다이닝을 구성하는 디귿자 형태의 레이아웃도 이러한 목적성에 기인한 것이다. 아토믹스의 디귿자 다이닝은 연극무대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한다. 음식이 준비되는 과정은 물론이고 서버들의 움직임조차 근거리에서 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고객이 식사를 동시에 시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다. 이는 옆에 앉은 누군가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동일한 것을 함께 경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동일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나에서 우리로 관점이 전환되는 과정이다. 아토믹스의 프레임은 공간 속의 모든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식사 전 대기를 하는 라운지와 본격적인 다이닝을 즐기는 장소 모두 이러한 목적을 품고 있다. 같은 것을 경험하며 누구든 일행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공간, 아토믹스 곳곳에는 ‘만남의 순간’이라는 접점을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키워드인 ‘Combine(결합하다)’을 통해서는 새롭게 만들어내는 한국의 요리를 보여주려고 했다. 전통적인 기법과 다양한 식재료를 조합해서 독특한 맛을 내는 한국적인 퀴진, 유일무이한 맛을 대표하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아토믹스의 도전은 한국 음식의 이미지를 만들고 구축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여러 분야에서 한국적인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기획하며, 음식뿐만이 아니라 식기와 소품 등에서도 독특한 색감을 묻어나게 했다. 모노콜렉션 장응복 대표가 디자인한 패브릭은 메뉴북과 젓가락집에 활용됐고, 권은영, 박수이, 김남희, 오유미 등 한국의 세라믹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감각적인 식기를 선보였다.

한국의 감각을 품은 다양한 아이템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이 서브될 때마다 고객에게는 메시지 카드를 함께 전달하도록 기획했다. 카드에는 음식과 재료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그것을 담은 식기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녹여냈다. 아토믹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서비스다.

이처럼 한국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표현하는 소품과 메시지는 고객들에게 새롭고 유니크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공간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키워드인 ‘Mixology(칵테일을 만드는 기술)’는 아토믹스에 자리한 바에 대한 구상을 보여준다. 아토믹스의 바는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하게 드나들며 많은 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포멀한 분위기에서 오랜 식사 시간이 필요한 파인다이닝 속 경험이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만족스런 식사에서 끝나지 않고 바를 통해 아토믹스에서의 시간이 이어지길 바랐다. 하루를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며 아토믹스가 주는 경험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계단으로 표현됐다. 고객의 여정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인 계단은 다이닝과 바, 두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묶어주는 하나의 경로가 되었다.

아토믹스 속 아토(ato)가 순 우리말로 ‘선물’이라는 의미임을 상기해보면, 위의 세 가지 키워드는 아토믹스라는 공간에서의 체험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의미를 품은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이야기가 있는 서비스 활동은 고객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아토믹스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것이 김영래 대표의 생각이었다.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고유한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얻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은 이미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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