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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평생 3000시간 면도... 와이즐리가 본 기회

면도의 맛에 괴성을 지른 것은 영화 에 나온 케빈(맥컬리 컬킨 분)뿐만이 아닙니다. 면도기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의 김동욱 대표는 자취를 시작하며 처음 사본 면도날의 매서운 가격을 잊지 못합니다. 당시 구입한 8개 입 면도날의 가격은 4만6000원. 함께 장바구니에 담은 생필품과 며칠간 일용할 양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비쌌습니다. 면도를 경험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케빈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며, 김 대표의 불편한 기억에 공감할 겁니다.

면도날 가격은 물가 상승률을 성실하게 따라가 지금은 8개 입에 5만 원 가까운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면도날에 베이고, 쉐이빙 젤에서는 아저씨 냄새가 나며, 애프터쉐이브는 알코올 성분이 지나치게 많아 소독제처럼 느껴집니다. 1990년 나홀로 집을 지킨 케빈이 38세의 건장한 남성이 되어 미술가로 활동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그 장면을 웃으며 지켜본 남성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면도기를 살 때마다 괴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평범한 남자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루밍 비즈니스 관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21세기 남성 그루밍 비즈니스 연구회’, 네 번째 시간에서는 면도날과 질기고 오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 ‘와이즐리’의 김동욱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번 모임은 기존의 모임과는 조금 달랐는데요, 바로 생활필수용품(생필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입니다. 화장을 하지 않거나 바버샵에 가지 않는 남자, 바디샤워를 쓰지 않는 남자는 있어도 면도기를 쓰지 않는 남자는 없습니다. 남성들이 평생 면도에 들이는 시간은 평균 3000시간, 날짜로 계산하면 140일이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죠. 면도기 산업은 그야말로 생활 밀착형 비즈니스입니다.

김 대표는 와이즐리 창업 전 P&G에서 상품 마케팅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자 유통과 관련된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두 굵직한 경력 중간에 독특한 경력도 있습니다. 동대문ㆍ남대문 유아복 주문을 중국 생산 공장과 연결하는 벤더로 1년 반 정도 일한 거죠.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유통에 제조업 벤더 경험까지, 생필품 비즈니스의 전방위적인 경험을 갖춘 김 대표의 발표는 그만큼 풍성한 자료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가 발표를 시작하자 모든 참석자들은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도기는 왜 비쌀까.

면도기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김 대표는 질레트의 영업이익률이 30%대인 점을 꼬집습니다. 유통회사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 힘든 것이 일반적이며,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표주자인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20%대인 것을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컨설팅하며 봤던 회사들은 대개 한자리 수 영업 이익을 겨우 힘들게 지켜내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왜 이렇게 면도날이 비싼지 살펴 봤는데요, 면도날 판매 가격의 30~60% 정도는 중간 유통 마진이에요. 면도날은 대부분 유통 마진이 높은 채널에서 많이 팔리거든요.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 대형마트고, 다음으로 드럭스토어에요. 소비자가 누리는 본질과 다른 곳에 비용이 쓰이고 있구나’ 해서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유통 마진이 이렇게 높다면 원가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면도기의 원가율은 판매가의 5%에 불과합니다. 이런 구조가 나타난 건 면도기 생산이 독과점화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면도날을 생산하는 업체가 약 다섯 군데뿐이라면 믿어지시나요. 그중 대부분이 유명 면도기 회사와 독점 납품계약을 맺은 상태라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힘듭니다. 수요는 꾸준하나 공급은 제한된, 기형적으로 성장한 면도기 시장의 실체입니다. 김 대표는 이 시장을 정면으로 두드려봤다고 합니다.

“처음엔 무작정 전화도 하고 독일 공장도 찾아가고 그랬어요. 한국에서 뭐하다 온 어린 애인지 모르니 ‘면도날을 달라’고 해도 줄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200명분의 샘플이라도 달라’고 해서 소비자 가격으로 구매했죠. 이 사람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조사했고요, 공장에서도 ‘뭔가 사업을 하려고 하나보다’ 하고 제게 최소 주문량을 제시하더라고요. 3000만 원어치 물량을 사가면 만들어주겠다는 거였어요.”

이렇게 폐쇄적인 면도기 시장이지만 언제나 도전자는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2011년 미국에서 등장한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과 2013년 문을 연 해리스(Harry’s)가 대표적입니다. 두 스타트업은 저렴한 가격과 깔끔한 디자인, 정기배송 서비스로 시장에 균열을 일으켜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질레트를 앞지르고,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을 12%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60~70%대를 유지해온 질레트의 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죠.

국내는 어땠을까요. 이 대표가 베인앤드컴퍼니를 퇴사한 건 2017년, 독일에서 주문한 3000만 원어치의 면도날이 항공 운송을 통해 집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면도날이라는 게 부피가 작아, 3000만 원어치라고 해도 라면 박스만큼도 안 되는 자그마한 박스였다고 합니다.

“아 이제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퇴사를 했어요. 이게 진짜 팔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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