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 공간
  • study report

지난 180년 간 집 짓는 방식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이 스토리는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9화입니다

Editor's Comments 동명의 스터디를 정리한 9화에서는 주거공간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1인가구의 증가, 디지털 노마드족의 탄생 등 기존과는 다른 삶의 방식이 등장하면서, 주거공간을 둘러싼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호텔 못지 않는 서비스부터,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주거공간 이야기를 SK D&D 김도현 본부장을 통해 만나보세요. 


실리콘밸리 포럼에서는 ‘건설 분야는 지난 20년 동안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제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저는 ‘생산성을 개선하지 않아도 부동산 개발 사업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효율, 주거 공간의 잣대였다

SK D&D는 부동산 개발을 하는 회사입니다. 저는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SK에너지에서 R&D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SK케미컬 전략기획실로 들어가 석유 화학 투자 일을 했고, 신규 사업팀을 거쳐 워커힐, SK상사에서 근무했어요. 미국 UCLA에서 공부를 하면서 SK건설로 옮겼고 미국에서 잠시 부동산 개발을 접했습니다. 한국 본사로 돌아와 임원으로 다니다 2016년 SK D&D로 옮겨 현재는 주거 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존의 부동산 개발 관점과 다르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제 이야기를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는 사무, 호텔과 같은 업무용 부동산을 많이 해왔는데요. 또 다른 발전을 하기 위해 ‘주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인구는 900만 명 정도입니다. 보통 인구가 500만 명이 넘으면 대도시라고 말하는데 서울은 굉장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서울에 대한 이미지를 물으면 세 가지 정도를 답합니다. 첫 번째는 산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도시 한복판에 산이 이렇게 있는 대도시는 못 봤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남산도 있고 청와대 뒤에 또 인왕산이 있는데요. 외국인들은 도시에 있는 산을 보면서 자연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아파트입니다. 제가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옆에 외국 사람이 앉았어요. 서울은 가본 적이 없다며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가리키며 “저 엄청난 공장이 있는 곳이 삼성이냐”고 묻더라고요. 이분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일산 신도시였습니다. 똑같은 아파트들이 늘어선 신도시가 공장처럼 보였던 거죠. 외국인이 한국의 특징으로 꼽는 다른 하나는 24시간 도시입니다. 52시간 근무제를 하니 이게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서울은 24시간 편의점, 24시간 음식점이 있는 잠들지 않는 도시입니다.

외국인들이 보는 서울 풍경은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조금 설명해 볼게요. 한국의 주거 모습을 살펴보면 광복 이전에는 일본식 주택과 초가집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6.25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새마을 운동으로 집이 바뀌었죠. 80년대부터 강남이 개발되었고, 빠른 속도로 서울 주변에 신도시가 생겼습니다. 그 결과 1950년대에 20% 정도였던 도시화 비율은 지금은 80%가 넘게 됐고, 인구는 물론 문화사업도 모두 서울로 편중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서울은 고밀도로 수직화 된 주거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어요. 서울에서 고층 아파트와 고층 빌딩을 쉽게 보게 됐죠. 고층 아파트 문화가 우리나라 주거와 생활 양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층 아파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빠르게 회복하는 효율적 방법이었는지 모릅니다. 현재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60%가 조금 안 되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데도 이 정도의 주택 보급률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겁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양권 제도를 생각해볼까요? 분양권은 LH공사에서 땅을 개발해 분양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돈 없는 사람들도 분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죠. 목돈이 없는 사람들도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겁니다. 그런데 분양한 집의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투자 개념으로 보게 됐죠. 주거 공간을 투자 효율의 잣대로 평가하게 된 겁니다.

주거를 보는 새로운 관점의 등장

그런데 이렇게 주거 공간을 보는 것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집 이 아닌 나에게 맞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얼마 전 IT 기업에 계신 분을 만났는데 그분은 오피스텔에서 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두가 똑같이 정해진 가구와 소품들만 놓고서 사는 걸 못 견뎌서 나왔다”는 겁니다. 자기 스타일대로 꾸민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

폴인멤버십은 처음인가요?
오늘 시작하면 첫 달 무료!

월 12,800원 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