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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생들은 왜 농업에 뛰어들었을까?

이 스토리는 <나를 위해 일하는 법 : 48인의 워크&라이프 기획자들 2>3화입니다

소외된 산업이야말로 투자하기 좋은 분야다. 
만나CEA 공동 대표. 박아론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전태병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농업 기술 솔루션 회사 만나CEA를 공동 설립했다.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작물을 만나박스라는 유통 채널로 판매하고, 이러한 혁신적인 농업 시스템과 기반 시설을 수출하며 ICT 농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Q. 만나CEA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만나박스라는 농산물 재배 및 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서다. 그 밖에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만나박스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라는 수경 재배 방식 을 이용해 재배한 채소를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다. 우리의 핵심 사업은 이러한 농업 혁신 기술의 장비와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다. 다만 기술 개발에서 성공이란 해당 기술로 생산한 결과물에 최종 소비자가 만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개발한 기술로 생산한 작물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만족도를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관점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바로 만나박스다. 국내에서는 기술 개발 외에도 농업과 문화를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공동체를 건설하고, 해외 쪽으로는 기술 수출과 농장 생산 설비 건설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농업은 과연 미래 산업이 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잘되는 것, 모두가 관심 가지는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므로 소외된 산업이야말로 투자하기 좋은 분야일 수 있다. 농업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버림받은 산업이었고 더 이상 농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기회로 보았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농업 자체는 하향 산업으로 인식되지만 설비나 기술은 자동화와 혁신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학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농업은 작은 투자와 작은 솔루션으로도 큰 파급력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다.

Q. 최근 5년 사이에 이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만나CEA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나?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책이나 옷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다는 생각을 못 했다. 직접 들춰보고 입어보고 나서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농산물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게 일반적인 소비 형태였다. 하지만 미래에는 온라인으로 식품을 주문해서 먹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고, 만나박스를 운영하면서 그 변화를 체감했다. 

초창기에는 서비스 이용자가 많지 않았지만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점점 이용자가 늘어났다. 그사이 유사 서비스업체가 많이 생겨났고, 이에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시기가 있었다. 만나박스가 식품 유통 채널이 되느냐, 애초에 계획한 대로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는 채널로서 충실할 것이냐 고심했다. 결국 우리의 기본 목적에 충실하기로 결론내렸고, 시장의 변화에 휩쓸리기보다 핵심 역량인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공동 대표로 함께 일하는 게 어렵지 않나? 각각 역할과 몫은 어떻게 나누나?
미팅을 비롯해 모든 사안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일한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역할을 나눠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세상이 관행적으로 만든 룰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고 보았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자고 정해놓기보다 오로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관점으로 케이스별로 고민한다.

Q. 충북 진천에 자리 잡았다. 모든 것이 도시로 집중되는 시대에 지방 소도시에 터전을 마련해 일하는 삶은 어떠한가?
충북 진천을 택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사업을 구상한 뒤 유리 온실을 마련하기 위해 매물을 검색했더니 정보가 뜬 곳이 여기였다. 막상 와보니 여러 가지 조건이 만족스러웠다.  진천은 지리상으로 우리나라 유통의 중심지다. 진천 그리고 옆 동네인 음성은 식품 가공업체가 굉장히 많은 곳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진천이 유일하게 꾸준히 인구가 상승한다는 점도 좋았다. 

이곳에 자리 잡은 뒤로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는 환경도 만족스럽다. 수십 년간 일해도 22평짜리 아파트 한 칸 사지 못하는 서울에 비해 지방에서는 그 돈이면 전원주택을 짓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물론 사회구조적 인프라가 더욱 많이 갖춰져야 한다. 이곳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세대와 함께 모여 살며 일하다 보니 가장 필요한 것이 그것이었다. 사람들을 진천으로, 아니 지방으로 불러들이려면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Q. 만나CEA를 위한 공동체 시설을 만드는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인가?
현재 지방 대부분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모두들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집값은 치솟는데 언젠가 버블이 터지고 말 것이란 예상이 새롭지 않을 정도다. 이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산업과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점차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이란 소리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앞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 더불어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시작하긴 했지만 농업이라는 산업이 되살아나는 데 일조하고 농촌에 도움 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한 생각으로 진행 중인 것이 공동체 시설 건설이다. 1년 내에 완공 예정이며 가칭으로 ‘만나시티’라 불리는 이곳은 만나CEA가 일할 터전이며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온실을 이용한 재배 시설이 있고, 사무동이 있으며,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공유 오피스와 숙박 공간도 있다. 농촌에서도 멋있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모델을 짓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시설 을 마련한다 해도 당장 충족되지 않는 점이 있다. 사교육이나 문화생활 등의 인프라는 사회적 노력과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며, AI 기반의 교육 시스템 등이 발달하면서 점점 보완될 것이 라고 본다. 농업이 잘되게 하려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농촌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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