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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3개월 밖에 못 사는 호빵 브랜드의 비애

광고를 아무리 많이 해도 매장에 소비자 접점이 없으면 힘들어요. 마트 매대에 있는 호빵의 패키지가 모든 광고의 끝자락이자 정점입니다. 그래서 광고를 상품 패키지에 녹여내죠. _이정훈 삼립 브랜드마케팅 팀장

비마이비’s Comments

변화가 빠른 시대, 오래된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1971년 출시해 올해로 50살이 된 삼립호빵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추억'을 연상하는 오래된 브랜드였지만 재치 있는 도전을 이어가며 시대에 맞는 브랜딩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초코, 단호박 크림치즈 등 새로운 재료를 더하고, <신서유기> PPL, 배달의민족과의 협업 등을 통해 MZ세대에 어필하는 기획을 선보이며 추억 돋는 오래된 제품에서 젊은 층에 각인되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Be my B에서 삼립호빵의 그 새로운 도전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호빵을 좋아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정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 75주년 된 SPC의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팀장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부분 삼립호빵을 오래된 브랜드, 관리가 잘된 브랜드로 알고 계시죠.

그런데 사실 삼립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지는 이제 2년 됐습니다. 먼저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혹시 호빵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하세요? 호빵으로 브런치 드실 수 있으십니까?

사실 저는 2년 전까지 호빵을 돈 주고 사 먹은 기억이 없어요. 왜냐면 호빵은 겨울에 어머니가 항상 식탁 위에 올려두는 간식일 뿐이거든요. 물론 배가 고파서 사 먹었을 수는 있지만, 호빵의 브랜드를 인지하고 취향을 따져가면서 사 먹은 적은 없는 거죠.

호빵이 지금까지 성공했던 이유는 삼립이라는 회사의 역량 덕인 것 같아요. 전국 유통망을 갖고 있다 보니 굳이 어렵게 찾지 않아도 항상 편의점이나 마트에 있었죠. 겨울이 되면 그냥 지나가다가 보이니 사 먹는 게 호빵이잖아요.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어요. 요즘엔 브랜드가 내재화되어야 소비가 일어나는 시대 같아요. 그런데 호빵은 그런 브랜드가 아직은 없는 것 같았죠. 게다가 40, 50대 분들은 겨울에 늘 호빵을 드시던 분들이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들이 과연 호빵에 대한 인식이 있을까요? 많이 고민해봤어요.

그래서 간단히 삼립호빵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해봤는데, 50대 남성 이미지, 혹은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있는 흑백 사진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요즘 친구들한테 브랜드가 내재화돼 있다고 보기는 힘든 거죠.

호빵은 2020년에 50주년을 맞이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저는 ‘과연 호빵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아직도 대한민국 전통의 맛, 추억의 맛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은가’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발표는 이 회사에서 수염을 기르는 유일한 사람이 50년된 브랜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스토리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호빵 케이스’가 여러분의 업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제품으로서의 호빵

제가 이 자리에서 호빵의 장점을 막 설명드릴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간단하게 '제품으로서의 호빵'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1971년에 만들어졌고요. 연평균 1억2000만 알이 팔려요. 셀 수 없이 많은 호빵을 찍어냅니다. 호빵 공장에 가보시면요, 공장에서 한도 끝도 없이 호빵이 나와요.

1초당 7.6개가 팔립니다.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거죠. 연매출액이 1100억 원입니다. 호빵의 특징은, 10월에 론칭하고 구정 전에 판매를 끝낸다는 거예요. 봄이 되면 호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안 만들어요.

그러니까 연매출 1100억 원이라는 건 사실 넉 달 사이의 매출인 거죠. 이건 호빵을 줄 세워 놓으면 지구를 16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라고 해요. 어떤 분들은 이런 걸 마케팅 포인트로 잡자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MZ들한테는 전혀 궁금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호빵은 롯데, 삼립, 샤니 호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립이 샤니를 인수하면서, 롯데 호빵을 물리치고 MS(Market Share, 시장 점유율)가 80%가 됐어요. 그러니까 시중에 깔려 있는 호빵은 거의 다 삼립호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과점 브랜드죠. 독과점 브랜드는 특징이 있어요. 유지하려고 해요. 많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돈도 안 쓰려고 하죠. 그리고 이렇게 호빵이 끝도 없이 나오다 보면 공장 가동률, 원가율을 굉장히 중요시하게 됩니다.

호빵은 크게 세 군데서 판매됩니다. 우선 할인점이라 불리는 이마트, 롯데마트, 코스트코 등이 있고요, 두 번째로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작게나마 슈퍼마켓에도 입고했죠. 어차피 이마트에서 나가는 호빵 양은 딱 정해져 있어요. 저희 어머니 세대, 늘 사시는 분들이 4인, 6인짜리를 사서 냉동고에 보관을 해놓고 하나씩 녹여 드시니까요.

저희가 매출 목표를 세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어떻게 편의점 매출을 올릴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MZ한테 어필할까’입니다. 저도 회사 돈을 쓰는 브랜드 담당자로서 돈을 많이 쓰면 그만큼 매출이 올라야 하거든요. 대형마트에서 시식행사를 해봤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새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얼마나 성과를 많이 냈는지가 매출 증대에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저희는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죠. 더 이상 저희가 ‘단야피'라고 부르는 단팥, 야채, 피자맛에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안 해도 팔리기 때문이죠.

많이 팔려도 잊혀질까봐 불안한 호빵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게요. 호빵은 독과점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고 50년 동안 한 번도 1위를 뺏긴 적이 없습니다. 공장은 엄청나게 커졌고 3개월 반 동안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찍어내고 있죠.

또 겨울이 되면, 이 말이 되게 웃기겠지만, ‘으레’ MD분들이 호빵을 요구하시고 으레 호빵은 만들어지고 으레 호빵은 판매가 되니 으레 드시는 브랜드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과연 여기서 '브랜드'는 어디 있었을까 고민을 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빵 브랜드’란 걸 가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있어요. 검색을 하지도 않고 블로그를 찾아보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솔직히 말하면,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호빵이라고 하면 엄마의 사랑이 떠오르고 굉장히 많이 팔린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팔리고 누가 사 먹는지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생각하실 수가 없을 거예요. 누구나 먹는 빵 느낌입니다.

저희는 매장이 있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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