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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의 복수, 소비자를 움직이다

※ [1년에 3개월 밖에 못 사는 호빵 브랜드의 비애]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앞선 챕터에는 오랫동안 판매되는 제품임에도 각인되는 브랜드가 없는 호빵이 헤리티지를 내세워 브랜딩을 시작했던 당시의 고민과 실제 실행담이 담겼습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배달의 민족과 함께한 'ㅎㅎㅎ호빵'과 나영석PD를 설득해 진행한 '은지원 리벤지' 진행담이 이어집니다. 
고객에게 많은 스토리를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이해가 될 만하고 좋아할 만한 것들을 '툭' 던져 놓고 기다리는 게 필요합니다. _이정훈 삼립 브랜드마케팅 팀장

융프라우에서 호빵을요?

모든 마케팅은 갑자기 시작되는 것 같아요. 회식을 하고 있는데 본부장님이 오더니 ‘이 팀장 너 융프라우에 라면 파는 거 아냐?’ 물으셔서 먹어봤다고 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호빵도 팔자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냐고 물었더니 호빵은 겨울 제품인데 우리가 론칭할 때 융프라우에서 판다고 하면 사진도 찍히고 기사에 나오면서 마케팅이 될 거라고 말씀하신 거죠.

그분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냐 하면, 타이밍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겨울이 오면 호빵을 론칭해야 하죠. 그런데 날씨가 변덕스러워요. 올해는 눈도 거의 안 왔잖아요. 보통 눈이 내리면 론칭 이야기를 하는데, 날씨가 애매하니 론칭 시점도 애매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언론의 관심이나 고객 반응도 애매해요.

그런데 저는 왜 그때 융프라우에 호빵을 론칭해야 하는지 소비자에게 그 이유를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마케팅에서 ‘스토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는데, 스토리의 시작점은 ‘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본부장님한테 "융프라우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겨울과 호빵과 언론과 소비자들이 즐거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보자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거의 2주 동안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이 스토리를 저희가 만들면 또 작위적이어서, 사람들이 재미없어 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삼립호빵은 '레트로' 안 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레트로 열풍이 불었습니다. 빙그레나 진로는 여러 가지 소스를 가지고 레트로 마케팅을 해요. 레트로를 왜 할까요? 개인적인 기준이긴 한데요, 오리진 마케팅이 필요할 때 레트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주 같은 경우는 그렇죠. 막 경쟁 상품들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호빵은 오리진 마케팅을 할 이유가 없어요. 왜냐하면 독과점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리진 마케팅을 하는 브랜드는 금수저 브랜드여야 해요. 오랜 시간, 그것도 연중무휴 판매를 해야 지속적으로 같은 테마로 1년 동안 이야기를 할 텐데 저희는 3개월 반 만에 사라지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안 어울릴 것 같아요.

또 늘 끼고 사는 제품이어야 하거든요. 소주야 늘 끼고 살지만 호빵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놀 줄 알아야 하는데 저희는 잘 못 놀았어요. 제가 스트릿 브랜드 OBEY를 되게 좋아하는데, 진로가 OBEY랑 협업하는 걸 보고 너무 충격 받았어요. 부러워 죽겠는데 삼립은 아직 그 급이 아닌 것 같았죠.

복수를 위해 2년을 기다린 삼립호빵

문제는 스토리입니다. 어쨌든 호빵에 관련된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알려드려야 하는데 ‘알프스 산에서 호빵을 판다’ 이런 건 '안물안궁'이거든요.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호빵을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합니다. 첫 번째로 나영석PD를 스토리텔러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았어요.

나PD는 엄청 유명인이에요. 광고주가 얼굴도 못 봅니다. 신서유기는 광고주가 돈 준다고 광고하지도 않아요. 날짜를 받아서 다 본 다음에 쫙 깔아 놓고 이번에 자기랑 어울리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프로 중의 프로들인 거죠.

그런데 왜 나PD랑 했었느냐. 2016년에 신서유기 시즌 2에 나왔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희 CM송을 듣고 브랜드명을 맞추는 장면이었는데, 은지원 씨가 계속 답을 맞추지 못했어요. 이 영상을 통해서 스토리를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뒤에 실제로 나PD한테 저희가 미리 제안서를 전달했어요.

광고주가 PD한테 미리 제안서를 준 거예요.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삼립호빵이 겨울 론칭을 해야 하는데, 이것 말고는 갖고 있는 스토리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신서유기 안에 스토리가 있는 거죠. 삼립을 삼립이라 부르지 못하는 은지원씨. 이걸 저희가 물고 들어가 스토리를 만들면, 조금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안을 하면서 저희는, 삼립의 가장 중요한 제품은 호빵인데, 여기에 슬픈 전설이 있다고 했습니다. 2016년 방송 이후로 온갖 고초와 멸시를 당하고 있어서 2년 동안 칼을 갈고 기다렸다고 했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겨울’이 빠져있잖아요. 그러다가 다들 아시다시피 은지원씨가 이수근씨랑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이하 아간세)로 아이슬란드에 가게 된 거죠.

아, 이제 삼립 입장에서는 2년 전에 우리한테 면박을 준 은지원씨한테 복수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고, 은지원씨가 아이슬란드에 가는데 ‘아이슬란드 하면 겨울!’이란 게 성립되는 거죠. 우리가 여기서 '은지원씨한테 복수를 하고 싶다. 어차피 추운 겨울의 나라에 갔으니 거기에서 호빵을 론칭하고 싶다' 이런 스토리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 스토리를 나PD한테 전달하면서 같이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제안했더니, 정말로 나PD한테 OK 문자가 왔어요. 작년에는 저희가 따로 웹페이지를 다 만들고 사람들을 그리로 데리고 들어와서 보게 하는 마케팅을 했다면, 이번에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냥 다 가져가세요’ 식의 플랜을 7월부터 12월까지 세우고 기다렸습니다. 알아서 혼자 만들어지게요.

그래서 첫 영상(4분11초부터)이 왔어요. 여기서 저희가 준비한 스토리를 조금 풀어볼게요. 이게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더라고요. 시청자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아간세’ 같은 경우는 나영석PD가 새롭게 하는 방송에서는 6분 짜리인데, 유튜브 영상으로는 20분짜리 거든요.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 등장한 삼립호빵 PPL은 스토리가 있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다 ⓒ 삼립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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