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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하던 소시지가 5등하게 된 이유

천하장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치즈가 들어 있는 첫 간식 소시지이자, 길다란 빨간 줄을 뜯어 먹을 수 있게 포장한 첫 번째 소시지죠._박정진 진주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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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며 각 시대의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컨버스, 미니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죠. 앞선 챕터에서 살펴봤던 삼립호빵 또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에도 또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려 합니다. 1985년 출시 이후 올해로 36살이 된 진주햄의 '천하장사' 소시지입니다. 어린 시절 노란 색에 빨간 줄이 입혀진 대표적인 간식 소시지로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덩치 큰 식품 대기업의 잇따른 시장 진출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다시 한번 간식 소시지 1등 브랜드의 자리를 공고히 했습니다.

어떤 리브랜딩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젊은 고객을 사로잡는지, Be my B에서 들어보았습니다.

경영이 체질이었던 공대생

안녕하세요. 진주햄의 박정진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진주햄보다는 천하장사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진주햄과 천하장사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일단 시작하기 전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말씀드리려고 해요.

저는 상문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상문고를 졸업하면 마치 군대를 다녀온 것 같은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힘든 학교였습니다. 상문고 졸업 후에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고, 나중에 미국으로 MBA에 가서야 제가 공대 체질이 아니라 경영대 체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40대 중반으로 결혼해서 두 아이가 있는 사람이고요. 사회인으로서 저는 주로 직장 생활을 했어요. 지금이야 아버님께서 운영하시던 회사를 물려받아 사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제 첫 직장은 일본 회사 마루베니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저희 할아버지께서 창업하신 조양상선에서 일을 했고요. MBA를 마치고는 10년여 간 쭉 금융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2010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제 동생이 먼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가 저는 2013년부터 합류해 동생과 진주햄을 공동 경영하고 있습니다. 제 경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어떤 경력에서도 마케팅의 ‘미음’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주로 금융과 전략 쪽 일을 많이 했던 사람인데 여기 모이신 분들은 대부분 마케팅 브랜딩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이시니 조금 긴장이 되는데요. 이 점 감안하고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육가공 회사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진주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진주햄은 1963년에 평화상사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육가공 회사였는데, 첫 생산 제품들은 소시지라기보다는 어묵이었어요.

반찬 만들 때 쓰는 얇은 어묵 같은 것들이 많았고, 그 어묵의 재료였던 명태를 활용해서 만든 것이 바로 1970년에 출시한 분홍소시지입니다. 그러니까 분홍 소시지는 돼지고기보다 생선이 더 많이 들어간 제품이죠.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에 평화상사가 조양그룹이라는 회사에 인수됩니다. 조양그룹은 저희 할아버지께서 창업하신 회사들이 속해 있는 그룹이었어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햄은 육가공 업계를 이끌어가는 톱3 회사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IMF 외환 위기가 오면서 조양그룹 회사들이 다 망하게 돼요. 그 많던 회사들 중에서 진주햄만 살아남았어요. 그렇게 살아남은 진주햄을 저희 아버지께서 운영하셨고, 그 회사를 저희 형제가 물려받아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꿈을 꾸면서 더 좋은 회사를 만들고 더 좋은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 매출 1200억원 정도를 기록하는 회사고요. 사실 마트, 편의점, 동네 슈퍼를 포함해 전국 유통 채널을 커버하는 식품 회사 중에서는 규모가 제일 작다고 보셔도 될 정도입니다. 저희 천하장사가 어육소시지 시장에서는 여전히 1등을 하고 있습니다만, 돼지고기를 만드는 햄 소시지 부분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5등 정도의 시장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진주햄 브랜드로는 아마 천하장사와 줄줄이 비엔나라는 브랜드를 아실 텐데요, 줄줄이 비엔나는 진주햄 고유의 브랜드예요. 비엔나 소시지라는 브랜드는 다른 데서도 쓸 수 있지만 ‘줄줄이’는 진주햄만 쓸 수 있죠. 이외에도 육공방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카브루라는 수제맥주 회사도 하나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간식 천하장사의 첫 데뷔

1984년, 진주햄이 잘 되던 시절의 광고를 하나 보여드리려고 해요. 저희 회사의 이름 말씀드렸을 때 제일 많이 하시는 오해 중에 하나가 ‘진주’가 남부 지방의 부산 옆에 있는 진주시에서 따온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아까 광고에서 보셨지만 진주햄의 진주는 펄(pearl), 보석 진주입니다.

천하장사의 첫 데뷔는 1985년 7월입니다. 이름을 저희 아버지께서 지으셨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씨름이 굉장히 유행해 국민 스포츠로서 인기를 누렸습니다. 씨름이 주는 강한 이미지와 출출함을 달랠 수 있는 든든함을 연계해서 천하장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천하장사는 당시 두 가지 측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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