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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내 일을 만나기 위한 4가지 조언

에디터

이 스토리는 <회사를 움직이는 신입사원>12화입니다

뭘 하고 살까?

돌이켜보면 저 역시 미래를 고민하던 아이였습니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죠.

대학 시절에는 전공인 식품영양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공부보다는 취업이 더 맞을 거라는 판단했죠. 그리고 대학 4학년 여름 학기에 민법총칙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신청했는데, 뜻하지 않게 변호사라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관심이 많던 제게 변호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직업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방향을 틀어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5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 변호사 자격증을 따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불안했습니다. 법정에 드나드는 일상에 익숙해질수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달리 저 자신은 정체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안감을 돌파하기 위해, 그리고 정체되지 않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중소기업 창업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취재원을 찾고 인터뷰한 후 글을 써서 잡지사에 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저는 ‘일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에게 있어 일이란, 해야 하는 의무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을 통해 성장하고, 일을 하며 가치를 찾아가고, 일을 이루기 위해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죠. 

특히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 창업가 박지영 대표와 온라인 구인, 구직 서비스 인크루트 창업가 이광석 대표, 두 사람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학 시절에 창업해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 이들이었죠. 그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제 마음 속에도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겨났습니다.

그 열망을 안고 저는 첫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법률 시장의 문턱을 낮추겠단 포부로 가지고 ‘법률사무소 겸 북카페’를 열었죠.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초보 창업가의 아름다운 이상은 냉정한 현실을 만나 서둘러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경솔하고 무모한 도전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습니다. 로펌으로 돌아갔지만 변호사 일에서 내 열정을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죠.

로펌 생활을 정리한 후에는 기업교육 전문 기업에서 협상 교육 연구위원이라는 직무를 맡게 됐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직무는 ‘내 일’을 찾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단서는 세 가지였습니다.

나는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비즈니스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조직을 리드할 때 강한 열정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세 가지 단서는 저를 다시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의 일을 찾아나서는 새로운 동력이 된 셈입니다. 용기만 가지고 시도했던 첫 실패의 경험을 발판 삼아 저는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먼저 탐색하는 기간을 여유 있게 갖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관심 분야의 모임이나 자원활동에 참여했죠. 탐색 기간 중에 제주올레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2009년 제주 여행 중 묵었던 숙소에서 제주올레 1코스 리플렛을 접한 순간 ‘제주올레가 제주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생각에 전율을 느꼈죠. 그래서허드렛일을 맡아하며 봉사활동을 자청했습니다. 제주올레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설렜죠. 그렇게 제주를 드나들다 제주를 다음 세대의 도시로 만들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우연에 필연이 더해져 만나게 된 투자자가 바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 이재웅이었죠.

그는 시행착오 가득한 제 여정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이재웅은 사회 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소셜벤처 창업가를 발굴해 투자하고 키우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그는 ‘혁신기업가학교 만들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던, 인터넷 시대를 리드한 창업가의 투자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재웅 대표의 소개로 공동창업가들을 만났고, 함께 혁신기업가학교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혁신기업가학교라는 아이디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지부진한 성과 속에 팀원은 하나 둘 떠나갔고, 포기하지 못한 저만 홀로 남아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2013년 12월 투자자는 조심스럽게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다시금 상실감이 밀려왔습니다. 막막한 상실감에 며칠을 흘려보낸 후 이상하게도 의지가 솟았습니다. 앞으로 1년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종잣돈을 마련해 다시 시작하기로 했죠. 아마도 그동안 키워왔던 앙트십이 잠들어있던 창업가 DNA를 깨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연의 끈을 탈탈 털어 기업 담당자와 창업가를 찾아다니며 학교 후원을 부탁했습니다. 제 간절한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허락해준 지인들의 호의에 기대어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 ‘앙트십스쿨(www.entshipschool.com)’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일이죠. 그렇게 시작한 앙트십스쿨은 인내의 시간을 거쳐 단단해졌고, 2020년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학교와 세상을 잇는, 그리고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스타트업 인재 매칭 서비스인 ‘조인스타트업’을 만들었습니다. 창업은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경험도, 네트워크도 없는 청년이라면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죠. 실제로 몇몇 연구 결과를 봐도 창업 성공 확률이 높은 연령대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저는 앙트십스쿨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다음 선택지를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조인스타트업(www.joinstartup.co.kr, 옛 스타트업인턴즈)’이었죠. 청년들이 창업하지 않더라도 앙트십을 키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실력 있는 팀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만큼 앙트십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명함 갈이를 하며 지금의 자리에 정착하는 과정은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저 스스로 앙트십을 키워나간 과정이었습니다. 변호사로 시작해 창업가로 살게 된 저의 갈짓자 행보를 상세히 설명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10년이 누군가에게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폴인에 10명의 인터뷰를 소개한 이유도 마찬가지이고요.

글을 마무리하며 지난 10년 동안 보고 듣고 느껴 온 내용을 정리한 ‘내 일 가이드’를 제안해 봅니다. 인내와 끈기처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것들은 생략했습니다. 이 가이드가 모두에게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아직 실행하지 않은 분들이 ‘작은 시작’을 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1. 세상의 변화 살피기

오늘을 사는 사람과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한 끗 차이입니다. 오늘 쓰고 있는 나의 에너지를 20%만 아껴서 내일에 투자해 보세요.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중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관련 모임에 참여고 정보를 모으는 일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짧게라도 기록해 보세요. 

배달의민족 초기 김봉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대표님은 회사를 다닐 때도 늘 디자인을 활용히 내 일을 해봐야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분석하기 위해 매일 한 개의 포스팅을 블로그에 올렸다고 해요. 1일 1포스팅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합니다. 회식을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글을 쓸 정도로요.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시죠?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마이리얼트립의 김지현님도 세상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는 사람입니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 스터디파이나 독서모임 서비스 트레바리 등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네트워크를 쌓아가는데 적극적이죠. 또 자신의 일이기도 한 여행 비즈니스와 인재상의 변화를 늘 공부해 성과로 이어내고 있죠. 지현님을 통해 스타트업계 최신 정보를 얻고 있을 정도랍니다.

2. 나에게 맞는 기회 찾기

개인 택시를 몰다가 ‘타다’의 드라이버로 합류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어차피 운전하는 직업은 없어질 것”이라며 “기술을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타다 드라이버로 합류했다”고 하시더군요. 이후 월 300만원이 안 되던 수입이 500만원을 넘게 되었다는 말도 해주셨죠. 

꼭 업을 전환해야 기회가 오는 건 아닙니다. 유튜브, 스마트스토어, 크몽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내게 맞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보세요. 스토리에 소개된 현대차 이윤주 님 역시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간 경우입니다. 윤주님은 자신이 뭘 잘하는지 찾기 위해 인턴십만 5번을 경험했습니다. 관심 분야와 호기심에 이끌려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스스로에게 맞는 적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3. 작게 시작해서 내 일로 키우기

저희 교육 서비스의 코치로 활동했던 윤정용님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정용님을 처음 만났을 무렵, 그는 회사를 그만 두고 나와 시작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막막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회계 강의를 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용님은 회사에서 회계 담당자로 일했고, 주일학교 교사를 오래한 덕분에 따뜻하고 재미있게 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개설한 강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됐습니다. 강의 경험이 쌓이자, 책 <직장인이여 회계하라>를 펴냈고, 이제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에서 선두를 다투는 명강사가 되었죠.

정용님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습니다. 요거트 가게 사장님입니다. 요거트 가게는 본인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하는 겁니다. 요거트 가게를 운영하며 또 한 권의 책을 펴냈죠. <자영업자여 회계하라>입니다. 

정용님보다 회계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는 분명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골치 아픈 회계 지식을 재미있게, 필요한 만큼만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죠.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콕 찍어 ‘내 일’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에 소개한 안서형님 역시 작은 시작을 점차 키워간 케이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든 프로젝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서 자신만의 사업으로 만들어 냈죠. 

결과만 보면 대단한 사람들만 해낼 것 같지만, 누구나 시작은 작고 사소할 수 있습니다. 작게 시작해서 내 일을 만나보세요.

4. 앙트십 문화에 다가가기

내 일을 만나려면 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본업과는 별개로 네트워크 모임과 포럼 등에서 활동가로 참여하는 이유이죠. 

2013년 9월 지인들과 함께 만들어 7년 째 운영하고 위넷(WeNetwork,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창업가 네트워킹 모임)이 대표적입니다. 위넷에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등 50명 이상의 다양한 창업가가 게스트로 참가했었죠. 위넷 참가자 중에는 위넷을 통해 용기를 내 창업, 이직 혹은 승진을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서로가 ‘내 일’ 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길 권합니다. 그저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죠. 

요즘은 다양한 창업 커뮤니티와 모임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디캠프, 구글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카우앤독, 헤이그라운드처럼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기관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성이라면 헤이조이스나 빌라선샤인과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시도가 저는 ‘내 일을 만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화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거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 변화에 적응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변화를 즐기는 것뿐이겠죠. 세상의 변화를 살피고 나만의 기회를 찾아, 작고 단단하게 키워낸다면 언젠가는 ‘내 일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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