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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옐로모바일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에디터

이 스토리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흥망성쇠>1화입니다

나는 숫자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정황 없이 존재하는 숫자는 단순한 부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논리로 뼈대가 이루어진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규칙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직접 경험했거나 알게 된 것이 있으면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길 좋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검증된 가설이 실패확률을 줄여줄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지난 일을 복기하는 것도 그래서다. 내 기억의 조각들이 나의 부족함도 채워주길 바란다. 물론 내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대부분의 일에서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만의 답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 역시 내 지난 삶에 대한 복기이며 내 답을 찾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스스로 세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한 개인과 조직의 이야기다.

나는 한국의 두 번째 유니콘이었던 ‘옐로모바일’의 성장과 추락을 모두 경험한 행운아이자 불행아다. 사실 옐로모바일에 합류하기 전,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아 결론에 유사한 가설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버블과 그 버블의 붕괴를 목격했음에도 내가 얻은 교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너무 짧고 간접적인 경험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정보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나 역시도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그 시대의 기록 또한 단편적인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부족한 정보를 머릿속에 쑤셔 넣고,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새로운 창업의 시대는 확실히 과거와 달랐다. 우리는 인터넷 버블 시대보다 훨씬 많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다. 경험을 쌓은 투자자와 열정 넘치는 창업가, 그리고 트렌드를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소비자는 새로운 창업의 시대를 열기에 충분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으로부터 시작된 성장 전략은 한국의 스타트업에도 전파되었다. 혁신을 일으키며 큰 돈을 벌고 싶은 창업가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한국의 스타트업도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실리콘밸리에만 있을 것 같던 ‘유니콘’이 한국 시장에서도 등장하고 있었다. 성공한 창업가가 하나 둘 생겨날수록 시장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돈이 몰리고, 사람도 몰리고 있다.

나는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고속성장 중이던 옐로모바일에 합류했다. 미친 짓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나는 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정적’이란 단어에 대한 나의 불신도 한 몫을 했다. 이 시대에 안정적으로 산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옐로모바일에 합류했고, 옐로모바일이 유니콘이 됐다. 그리고 곧 고난이 찾아왔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때로는 참여자로, 때로는 관찰자로 경험했다.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중심을 잡기 위해 사방으로 손을 뻗었다. 내가 옳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내가 겪는 상황의 본질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낮에는 사람들을 만났고, 밤에는 자료를 찾았다.

그때 만난 책이 실리콘밸리의 창업가이자 투자가인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이었다. 호로위츠는 수많은 고민으로 가득찬 나의 밤을 지켜준 유일한 친구였다. 갈수록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 흐려지는 판단력, 그리고 아찔한 순간으로 가득찬 벤 호로위츠의 기록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가 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해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나의 불안을 잠재웠다. 그 덕에 나는 담담하고 냉정해질 수 있었다.

옐로모바일은 결국 추락했다. 각종 추측과 해석이 난무했지만, 그 어떤 것도 옐로모바일의 상황과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옐로모바일의 성장과 추락은 너무나 다양한 것들을 포괄하고 있었다. 때로는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기적 같은 행운이 있었고,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있었다. 스타트업은 본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게 아니던가. 다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앞으로 풀어낼 나의 기억에 대해 ‘그렇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기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기록은 왜곡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혹여나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나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 때문이다.

성장하는 회사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 많은 변화를 겪는다면, 더 큰 고통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지금 누군가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그렇다고 말이다.

옐로모바일에서 성장과 고통을 동시에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시절, 나는 벤 호로위츠의 기록을 읽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태평양 건너 먼 나라 사업가의 여정에서 이해와 위로를 얻었다. 내 경험과 여정을 기록한 이 글이 스타트업의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내 글이 인터넷 버블에 이은 모바일 벤처 붐 시대 스타트업계를 기록한 의미있는 한 조각이 되길 바란다. 만약 내가 옐로모바일에 합류하기 전에 희망에 가득 찬 이야기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먼저 만났더라면 더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마자막으로 모든 이야기는 나의 주관적인 기억과 기록에 의존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내가 기록을 남기는 목적이 특정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두고 싶다.

이 책이 쓰여지는 순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을 스타트업계의 동료들과,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남은 옐로모바일 관계자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님과 임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힘든 여정을 함께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 친구들, 수개월동안 함께 해준 폴인의 정선언 에디터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0년 3월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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