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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만나면 인수? 불안감을 안고 옐로모바일에 합류하다

에디터

이 스토리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흥망성쇠>3화입니다

츄러스 가게를 매각한 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큰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지만 사실 표면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큰 폭풍은 내 마음 속에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폭풍이 그러하듯 그 폭풍 역시 강한 흔적을 남겼다.

2013년은 창업 붐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해였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본격적으로 창업하던 시기는 아니었다. 태평양 건너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성공 사례가 적지 않게 들려왔고, 이런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유튜브를 떠돌았다. 하지만 그런 성공 사례가 나와 큰 상관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에 딱히 관심을 두진 않았다. 그저 ‘아, 실리콘밸리에선 저런 일이 있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의 츄로씨를 열고, 운영하고, 매각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자 달라졌다. 작은 가게이긴 했지만 창업의 사이클을 한 바퀴 돌며 느낀 희로애락을 나는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고 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회사 밖으로 나가 무엇이 됐든 새로운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창업을 해야겠다는 각오는 있었다. 물론 생각 뿐이긴 했다. 이미 한 번의 사업으로 손실을 봤고, 여유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무렵이었다. 우연히 몇몇 대학 동창이 모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건 말이다. 회계업계 친구나 선후배와 주로 만나오던 터라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에 모임에 나갔다. 추억의 얼굴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나는 인생의 커다른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환점을 마련해준 건 한 친구였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 몇 번 이야기 나눠본 것 외엔 딱히 친분이랄 것도 없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 덕에 인생이 180도 변하다니.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친구는 당시 꽤 잘 나가던 소셜커머스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초기에 입사해 꽤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엑셀이나 만지던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던 나에게 그 친구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 친구의 스타트업 이야기는 우리의 츄로씨가 내가 남긴 격동의 감정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절로 감정이입이 되고, 내 문제도 아닌 문제에 괜스레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그날 자리는 거기서 끝났다. 다시 연락하자는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내가 다시 연락할 생각도, 연락이 올 거란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업을 준비하는 친한 형이 있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흔쾌히 미팅을 잡았다. 회계사들은 이런 식의 만남을 통해 이직 오퍼를 받는 경우가 흔했다. 보통 어떤 회사를 매수하려 하거나, 자기 회사를 매각할 생각으로 적임자를 찾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나 역시 그 정도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들은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다.

친구가 소개한 ‘친한 형’은 그 무렵 잘 나가던 스타트업에 합류 제안을 받은 상태였는데, 자신과 함께 일할 팀을 꾸리고 벌일 사업의 방향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잘 나가던 스타트업이 ‘옐로모바일’이었다. 수년간 이어진 고난의 시간을 내게 선물한 회사의 이름을 바로 그 자리에서 들었던 것이다. 인생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회사 이름을 듣는 순간 엄청난 전율이 느껴졌는가 하면, 물론 아니다. 뜬금없이 엉뚱한 게 궁금했다. 왜 ‘옐로’의 영문 철자가 ‘yellow’가 아니라 ‘yello’인 걸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아쉽게도 옐로모바일에 몇 년을 몸 담으면서 끝내 나는 그 이유를 묻지도, 알아내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빴다. 이름 따위 옐로면 어떻고 레드면 어떻단 말인가.

그날 그 자리 역시 한가하게 이름이나 물을 자리는 아니었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나. 뭘 하는 회사인지가 중요하지. 사실 미팅 전까지 난 옐로모바일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첫 미팅이 끝나고 나서야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M&A 성장 전략은 먹힐까

검색으로 파악한 옐로모바일의 핵심은 2가지였다. 계속해서 투자를 유치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한다. 그렇게 덩치를 불린 후 모바일로 하는 모든 일을 장악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수합병을 터부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방법으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으니, 화제가 될 만하긴 했다. ‘기존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성장 방식으로, 실리콘밸리 신화를 한국에서 써내려간다!’ 얼마나 소개하기 좋은 회사인가. 덩치에 비해 미디어가 이 기업을 많이 다뤘던 건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에 대해 조사를 거듭하면서 나는 ‘인터넷 버블의 망령’을 마주하게 된다. 리타워텍 금융사기 사건 말이다. 리타워텍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정보를 모으고 짜깁기해서 얼추 모양새를 맞춰볼 수는 있었다.

2000년 일이다. 단 5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181배나 오른 전무후무한 일이 있었다. 주인공은 리타워텍, 등장인물은 하버드대 출신의 금융전문가 최유신이다. 당시 30대 초반의 사업가였던 최유신은 보일러 송풍기 제작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해 리타워텍으로 사명을 바꾸고, 장외 벤처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한다. 해당 기업 주식과 리타워텍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을 썼다. 이렇게 방식을 A&D(Acquisition & Development)라 부르는데, 당시 한국 시장엔 거의 사례가 없던 방식이었다. 최유신은 혁신적인 경영자로 칭송받았다.

인터넷 버블 시대 수많은 기업이 트래픽만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를 늘려갔지만, 리타워텍은 그 어떤 기업보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2000년 1월 7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같은 해 8월 1조2000억원까지 올랐을 정도다. 문제는 기업 인수를 호재로 주가 조작을 시도했다는 거다. 버블 붕괴에 주가 조작 의혹이 겹치면서 리타워텍의 주가는 무섭게 떨어졌다. 최유신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와 리타워텍의 피인수기업 주주가 엄청난 피해를 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보면 리타워텍은 버블 시기 기업가와 투자자의 모럴헤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만든 수많은 사건 중 하나였다. 옐로모바일이 등장하면서 이 사건이 시장에 다시 소환된 것이다. 리타워텍과 옐로모바일은 주식 교환 방식으로 M&A를 한다는 점에서 분명 유사했다.

리타워텍 관련 기사 모음. 리타워텍 주요 경영진은 주가 조작으로 결국 사법 처리를 받았다. ⓒ중앙포토

그래서였을까? 옐로모바일에 대한 내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엔 내 경험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나는 병역특례로 한 IT회사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생존을 위해 경영진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걸 비교적 근거리에서 본 나로서는 이해 당사자로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결단코 말이다.

하지만 악몽 같은 경험 때문에 객관성을 잃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다시 냉정하게 들여다 보니, 두 기업이 100% 같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리타워텍 사건은 주가 조작이라는 명백한 사기 사건이었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은 자신의 여력으로 피인수 회사를 사들이고 있지 않은가!(검색으로 접하는 정보만으로는 어디서 어떻게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그만큼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버렸다!) 특히 옐로모바일은 리타워텍처럼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업계 전문가인 벤처캐피탈(VC)을 상대하고 있었다. VC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리스크를 검증하기 위해 상당한 검토를 했을 게 분명하다. 그들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건 실력이 있다는 뜻이리라.

게다가 우리의 ‘츄로씨’를 매각한 뒤로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런 내 앞에 옐로모바일이 등장한 게 아닌가. 게다가 (상대적으로) 소액의 자본으로 나를 갈아 넣어가며 고생고생 일궈가야 하는 기회가 아니었다. 충분한 자본으로, 그것도 새로운 판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건 꼭 잡아야할 매력적인 기회였다. 다만 스스로 확신하기엔 부정적인 정보들이 있었고, 그로 인한 찝찝함이 내 발목을 잡았다. 과연 이것은 기회일까, 기회를 가장한 리스크일까?

사실 M&A를 통한 성장 방식에는 회계사인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게다가 나는 로레알(L’Oreal)의 사례를 들며 기업은 이렇게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M&A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두고 ‘이게 맞다’고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게 이렇게 다르고, 제3자의 입장과 당사자의 입장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옐로모바일을 겪고 난 지금의 내 생각은 이렇다. M&A 성장 전략은 부정적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크다. 다만 그런 전략은 로레알처럼 숙련된 경영진과 충분한 자금력이 있는 회사에 적합하다. 옐로모바일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글쎄, 나는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3번의 미팅, 그리고 기업 인수

내가 찝찝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건 첫 만남에서 이상혁 대표가 한 말 때문이었다.

우리는 인수 대상 기업을 3번 만나고 인수합니다.

3번 만에 인수한다고?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기업을 인수하는 데 3번의 미팅으로 결정 난다는 것인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리스크 관리란 걸 모르는 멍청이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이 아니라면 언론 플레이를 하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고 말이다. 아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나는 기업을 3번 만나고 인수할 정도로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나는 그렇게 말한 이상혁 대표의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회사를 매수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은 상황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요구되는 조건 역시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있는데, 이러한 ‘기본 절차’는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다. 마치 어떤 종류의 건강검진을 하건 기본적으로 신체 검사와 피 검사를 하듯 회사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업의 기초적인 재무상황)을 보기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파는 사람은 약점을 축소하려 하고(심지어 숨기기도 한다), 강점은 더 부각시키려고 한다. 사는 사람은 정반대로 행동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M&A 과정에선 어떠한 경우든 절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상대보다 정보가 적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가진 쪽이 높은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 절차가 생겨난 건 그래서다. 기본 절차를 밟으며 서로를 탐색하고, 의사 결정의 기반이 되는 정보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상황은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밖에 없다. 하물며 비상장 기업은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라 기본절차 없이 M&A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상혁 대표는 만난 지 3번 만에 인수한다고 말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첫 미팅-실사-최종협상, 이 기본적인 M&A의 3단계를 줄여서 말하는 걸까?그렇다면 기존의 인수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인터뷰에서 ‘3번’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설마 정말 3번 만나고 (상대방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상황일 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나는 데엔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이후 나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상식적으로 일어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표면적인 인터넷 검색만으로 기업을 판단하려 하면 안된다. 이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친구의 ‘친한 형’과 추가 미팅에서도 이렇다할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 뒤 그 친구와 친한 형, 나까지 3명이 함께 만나 옐로모바일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나 찝찝함을 해소하고 확신에 차 판단할 만큼 상황이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면, 친구가 옐로모바일로부터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친구는 옐로모바일과의 관계가 확실해졌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최초의 미팅 때와 비교했을 때 내 포지션에는 진전이 없었다. 옐로모바일 안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에 따른 보상 규모는 얼마나 될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미팅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도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내가 같이 하게 될 거란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불안했지만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웠다. 함께 하자고 정식으로 제안받은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받게 될지를 어떻게 먼저 묻는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옐로모바일이 가진 근원적인 불확실성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내 포지션의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였다. 내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 끝내 찝찝해 하는 건 그래서였으리라. 그저 나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확신 외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이런 애매한 관계는 뭔가 전환점이 있어야 도약하는데, 당시 상황에선 전환점이 될만한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시 한 번, 인생은 알 수 없는 법이다. 분명 어떤 일이 벌어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변화가 생겼다. ‘친한 형’을 소개해준 바로 그 친구가 전환점이 됐다. 그 친구는 옐로모바일의 여행사업부를 맡아 이후 향후 회사를 인수하거나 세우면 대표를 맡기로 했는데, 내가 같이 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같이 해준다면 자신이 받은 옐로모바일 주식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

대학 친구라곤 했지만, 대학 시절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1학년 때 과대표 선거에 출마했었는데, 그 때 본 게 다인 사이였다. 내가 그 친구한테 표를 던졌는지도 기억 나지 않는다. 사실 그런 부류는 나랑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학기 초에 뭐든 한 자리 하려고 나서는 친구를 학창시절 내내 봐오긴 했지만, 대학 와서도 그런 친구가 있을 줄이야.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전해듣고 했지만,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랬던 친구가 나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친구의 제안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파격적이었다. 자기 주식의 50%라니, 나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제안이다. 다른 걸 몰라도, 이 친구 그릇이 보통 크기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그 친구는 소셜커머스업체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여행업계 역시 발을 담가본 적이 있어 시장을 잘 알았다. 인수할만한 기업도 물망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필요한 건 인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필요 없이 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나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해온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주식의 절반이라니. 그 친구와 내가 평생 봐온, 그래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만한 사이라 해도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 하물며 우리 정도의 친분에서 그런 제안이라니. 파격적이었던 만큼 친구의 제안은 선명하고 강력했다.

옐로모바일이 어떤 회사든 상관없이 적잖은 기간, 조건 없이 애매한 상황에서 일 아닌 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친구의 제안은 고마운 것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런 판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한 것도 아니었다. 외려 내겐 과분한 제안이었다. 나는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벌고,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대가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다시 제안했다. ‘네가 최초의 파운더이자 CEO를 맡게 될 테니, 네가 2/3를 가져가라’고 말이다.

사실 그게 나였다. 평소에도 나는 불로소득에 큰 욕심이 없었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만큼 가져가는 게 맞다고 믿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내 것이 아닌 걸 탐내며 살아오진 않았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런 내 성격이 옐로모바일에서 일하는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옐로모바일 안에선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적으로 일어났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격분하고, 곱씹으며 밤잠을 자지 못했던 건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성격 덕에 나는 돈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돈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옐로모바일에 합류한다면 이 친구와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의 ‘친한 형’ 말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옐로모바일이 걸렸다. 나는 이 로켓에 올라타야 할까? 정말 올라타도 괜찮을까?

고민이 많을 때면 혼자 방문하는 서점이 있다.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떤 문제건 저절로 결론이 나있곤 하는 곳이었다. 그날도 나는 그곳을 방문했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떠돌았다. 그때였다. ‘드롭박스’의 창업자 드류 하우스턴의 MIT 졸업 연설 영상이 눈에 띈 건 말이다.

여러분의 인생은 3만 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나는 그중 얼마나 살았지?"

내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이 이렇게나 짧은데,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한심했다. 우리의 ‘츄로씨’를 매각하고 나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창업 생각을 부여 잡고 있는 이유가 뭘까? 그건 변화, 그리고 성장 때문이었다. 나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결정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안갯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저 공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곳에 직접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앉아서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다. 하지만 직접 달려가서 알아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 가보자. 가서 직접 알아보자.

드디어 나는 옐로모바일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달려가면서 뒤돌아보고, 달려가면서 고민하면 된다. 일단 중요한 것은 달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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