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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모바일, 유니콘의 길목에서 여행박사를 인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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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초등학생 때 판타지 만화에서 보고는 지금껏 들을 기회가 없던 단어지만 요즘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온다. 유니콘은 투자자들에게 ‘1조원 가치가 있다’고 인정 받은 회사에게 주어지는 수식어다. 유니콘이 상상 속에 존재하듯 모든 창업가의 머릿 속에 존재하지만,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게 바로 ‘1조원 가치의 기업’이다. 그만큼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동네 구멍가게 하자고 창업하는 창업가는 없지만 모두가 자신의 기업을 유니콘으로 키워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일을 해낸 것이다. 1조원 기업가치에 빛나는 옐로모바일! 유니콘이 되기 위해 우리는 이상혁 대표의 성장 로드맵에 맞게 기업을 인수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와 내 친구는, 그리고 중량감 있는 옐로모바일의 구성원은 이것에 몰두했다. 기업인수!

나와 내 친구는 첫 인수를 끝내고 나서도 계속 기업을 만나러 다녔다. 이상혁 대표의 비전과 성장 전략을 가슴에 품고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든 채로 피곤한 두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미팅에 미팅을 거듭했다. 정말 많은 기업을 만났다. 그 중엔 우리를 비웃는 분들도 있었고, 우리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때때로 내가 잡상인이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였어도 우리를 잡상인 취급을 했을 것이다. 대체 무엇을 보고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실리콘밸리 느낌을 물씬 주는 맥북? 옐로모바일이란 후광? 언론에 나오는 기사? 생사의 고비를 넘겨온 신중한 기업인이라면 누구라도 우리를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난 맥북을 쓰지도 않았으니까(엑셀과 파워포인트 밖에 안쓸 내게 필요한 건 맥북이 아니라 윈도우 노트북이었다).

미팅에서 내 역할을 우리의 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거였다. 회계사라는 나의 경력은 신뢰감을 더해주었다.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회계사인데, 거짓말이야 하겠어?

그렇다.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이해한 만큼만 설명했다. 내가 알고 이해한 세계 안에서 옐로모바일은 성장할 게 분명했다. 이상혁 대표의 환상적인 투자 유치 능력과 과거 실적에 근거하면 우리는 매년 10배 이상 성장할 거라고 모두들 믿었다. 나도 믿었냐고? 흠, 그건 좀 복잡한 문제다. ‘성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장을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가치를 지난 투자 대비 10배로 인정하면 우리는 10배 성장한 거라고. 하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가치 평가했다고, 실제로 그만큼 성장한 걸까? 게다가 우리를 그렇게 평가한 이는 이미 이해관계자가 되어 버렸다(돈을 넣었으니까). 아무 관계없는 제3자가 우리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해도 10배 크게 인정해줬을까? 글쎄. 나는 투자자의 가치 평가가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믿기엔 너무 보수적이었다. 내가 믿는 건 우리가 인수하는 기업의 실체였지, 우리가 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평가 받는 기업 가치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잡상인 취급을 받을지언정 더 많은 회사를 만나려고 노력했고, 더 나은 회사를 인수하려고 애썼다. 정말 최선을 다 했다.

그래서 우리가 유니콘이 되었느냐고? 사실 나는 유니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서 옐로모바일을 유니콘이라고 부르기 전엔 유니콘이 뭔지도 몰랐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유니콘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었다. 나를 이끈 건 불안감을 압도하는 성취감이었다. 바로 그걸 위해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했다. 여행업계 수많은 기업의 대표를 만나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우리의 비전을 설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옐로모바일이 가지고 있는 재무적 로드맵을 완성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이들을 설득하고 합류시켜야 우리는 이상혁 대표의 계획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불행히도 모회사의 투자 유치 전략을 전혀 공유받지 못했다. 굳이 내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우리가 만나는 수 많은 회사를 어떤 자금으로 인수할 것인지 묻지 않았다. 다만 내게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이상혁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금을 당겨올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은 영 터무니없는 건 아니었다. 왜냐면 모바일 버블이 시작되고 있었고, 이상혁 대표는 우리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우리를 한국에서 두번째의 유니콘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나마저도 ‘이제 해피엔딩만 남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유니콘의 길목에서 여행박사를 만나다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1조 원’이라는 숫자는 옐로모바일에 돈을 넣은 투자자가 획득하게 될 지분의 기준이 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거대한 기업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위워크 같은 유니콘을 보고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니콘이 될 자격이 있었을까? 그러니까, 우리가 처리하는 일이 합리적이고, 적정한 리스크만을 가지며, 고속성장할 기반을 갖추고 있었느냐는 얘기다. 우리가 ‘여행박사’를 인수하면서 겪었던 일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유니콘이었는지에 대한 답 말이다.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잠재적인 인수 대상 기업을 만나러 다니던 그 무렵 어느날,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을지로 부근 술집에서 전 직장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안주로 주문한 모듬전을 먹으며 기분이 막 좋아지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우리가 여행박사를 인수하게 될 것 같아요.

당시 전화를 건 게 이상혁 대표였는지, 옐로모바일의 다른 누군가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이 종종 있었던 건 확실히 기억한다. 사실 인수 대상 기업을 만나러 다니는 일은 주로 나와 내 친구의 몫이었다. 물론 이상혁 대표도 직접 미팅을 다녔는데, 사실 누굴 만나고 다니는지 알지 못했다. 말을 안했으니까. 물론 내 친구에겐 말해줬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주로 중요한 의사결정이 난 이후에 이야기를 전해 듣곤 했다.

그때도 그랬다. 여행박사라. 여행업계 오래 몸담지 않아서 회사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내 예상보다 큰 회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일단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곳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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