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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개의 손자회사, 옐로모바일은 왜 고래가 되지 못했나

에디터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모든 일의 근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경험상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잘 된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 아니, 회사도 구할 수 있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가장 널리 쓰는 건 KPI(Key Performance Index)다. 최근엔 정량화된 KPI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같은 대안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실 KPI건 OKR이건 목적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두번째 유니콘이 된, 연 매출액 3100억원을 찍은 옐로모바일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계속되는 인수합병으로 2012년 말 6700만원이던 옐로모바일의 매출은 4년 만에 3000억원대가 되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유니콘이 된 후 회사 주변 술집에선 부쩍 주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사람들이 모이면 누가 얼마 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부자가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누가 어디에 아파트를 샀다더라, 무슨 차를 타고 나왔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발에 채였고,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묘한 박탈감에 시달렸다. 우리가 유니콘이 될 때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3000억원은 옐로모바일 전체 매출이었기 떄문에 그 안에 속해있던 회사들의 매출은 매우 작았다. 0원에서부터 몇 백억원까지 매우 다양했는데, 5개 사업부를 통해 무작위로 인수를 진행하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물론 아무 기업이나 인수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인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수한 후 그 회사를 모기업과 통합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인수가 회계적으로 매출을 더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보통 기업을 인수하면 2개 혹은 그 이상의 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모기업 입장에서 통합에 실패하면 피인수 기업의 구성원에게 경영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결과적으로 인수로 인해 손해만 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인수보다 중요한 게 바로 통합 과정인데, 옐로모바일에서는 이 과정이 없었다. 특히 옐로모바일은 빠른 인수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경영권을 보장한다’라는 문구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서에 전혀 적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옐로모바일이 피인수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어떤 면에서 이게 옐로모바일이 추구한 ‘사업자간 시너지를 만드는 방법’이었으나, 이 말은 회사 사이의 유기적인 통합은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행사업부도 그랬다. 옐로모바일 아래 사업지주회사로 옐로트래블이 있었고, 그 아래 옐로트래블이 인수한 회사가 손자회사로 있는 구조였는데, 개별 사업은 당연히 손자회사 경영진 중심으로 이뤄졌다. 옐로모바일과 손자회사가 섞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도 했는데, 주로 ‘돈’을 매개로 일어났다. 옐로모바일은 항상 자금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옐로모바일이나 사업지주회사가 개별 손자회사에 자금 대여를 요청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결국 이 특유의 느슨한 연대 관계는 조직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80개가 넘는 손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한 일관된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히 수직적인 종속 관계가 아닌 연대 관계로 관계를 설정했기 때문에 특정 이슈가 터지면 각자의 이해 관계에 기반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슈 하나가 터질 때마다 불협화음이 났다.

내가 있던 옐로트래블 밑에는 대략 9개 회사가 있었는데, 각 회사에서 터지는 이슈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미친듯이 지나갔다. 특히 옐로모바일이 유니콘이 된 이후에도 인수 잔금을 받지 못한 회사 경영진과 주주들의 불만이 컸다. 그 분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갔다. 엑시트 하려고, 그러니까 현금을 쥐려고 회사를 매각했는데 정작 돈을 들어오지 않고 세금만 낸 것이니 화가 안날 수가 있겠나. 사기죄로 고발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잔금 지급이 늦어질 때마다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괴로움에 시달렸다.

2014년 옐로페스티발 당시 옐로모바일에 합류한 기업들을 모아 만든 세움판. 이렇게 많은 회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늘 발생했다. ⓒ최정우

두 번째 회사를 인수한 직후의 일이다. 나는 옐로모바일과 협의해 잔금 기일을 넉넉하게 잡았다. 그땐 혹시나 하는 노파심 같은 것도 없었다. 잔금을 주지 못한다는 일을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잔금 기일 당일, 본사에 관련 내용을 환기시키는 전화까지 했다. 그런데 오후 1시, 잔금이 입금되지 않을 거란 연락을 받았다. 뭐든 설명해야 하는데, 마땅한 변명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약속을 어기는데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1층 카페로 내려가 커피를 마셨다. 카페인 때문인지 긴장감이 더 커졌다. 모든 생각은 다 소용이 없었다. 후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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