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 스타트업

스타트업을 망치는 사내 정치, 옐로모바일에서 배우다

에디터

2014년 유니콘이 된 걸 만방에 알리기 위해 열렸던 옐로페스티벌이 끝나고 수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여름이 지났고,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문제에 휩싸여 있었으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우리를 유니콘으로 만들어준 펀딩 이후 추가 투자 유치는 아직 없었다. 우리는 다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두번째 옐로페스티벌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상태에서 옐로페스티벌을 할 생각을 하다니… 회사를 인수하고 아직 1년이란 사이클도 돌아보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잔금도 아직 지급하지 못한 곳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페스티벌이라고? 잔금을 못받은 회사의 경영진은 어떤 심정일까? ‘아, 우리는 아직 돈을 받을 순서가 아니군’ 하면서 웃으며 넘어갈까?

그나마 다행인 걸 굳이 꼽자면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번처럼 부산스럽게 준비되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첫 페스티벌 땐 너무 흥에 넘쳐 있었다. 굳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내가 대표적인 예다)까지 불러 회의를 진행하고, 행사를 대외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반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유니콘이 되고 겪은 일이 약간의 경험치가 되었으리라. 우리는 1조원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투자자의 평가 기준 유니콘이 되었지만 사실 삽질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돈 없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 말그대로 막 시작한 기업, 스타트업 말이다.

페스티벌에 누가 나오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다만 내 관심은 과연 이 행사에 얼마의 돈이 쓰이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행사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그 돈이 나한테 돌아오진 않겠지만, 쓸 데 없는 데 돈이 쓰이면 우리에게 지급될 자금은 그만큼 늦어질 데 뻔했다. 제발 큰 행사가 아니길 기원했다.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코엑스였다. 첫 행사보다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조촐한’ 수준은 아니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스타트업이란 게 그렇다. 언제나 예상과 계획을 벗어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는 행사에서 지드래곤을 봤다. 만약 지드래곤이 출연료를 36개월 할부로 받은 게 아니라면, 우리가 지급해야 할 인수대금, 정확하게는 미지급금은 우리가 아니라 지드래곤에게 지급될 게 분명했다. 하아…

2015년 열린 두 번째 옐로페스티벌에서 이상혁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전년에 비해 규모가 작았지만, 결코 조촐하진 않았다. ⓒ최정우

빚쟁이 유니콘은 들어오는 돈을 끌어다 자신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데 쓰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빛났냐고? 아마 행사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았을 테고, 누군가는 분명 우리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우리의 실패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적자투성이 회사의 쓸모를 알 수 없는 화려한 행사라니.

투자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그들은 자기가 돈을 넣은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정확히 알고는 있었을까? 설마 이런 상황에서 페스티벌 여는 데 찬성을 한 건가? 이런 행사는 투자자에게 보고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벤트인 건가? 가슴이 타들어갔다. 코엑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직원들의 환호성은 머지 않아 비명으로 바뀔 것이다. 너무 자명했다. 우리는 인수잔금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고,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앞은 더 깜깜했다. 인수한 80여개의 개별 회사의 정확한 사정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무가 계속 등장하며 우리를 괴롭힐 게 분명했다.

나도 지드래곤의 공연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 흩어져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 긍정적으로 보자면 분명 이번 페스티벌도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리라. 실제로 그랬다. C레벨이나 알 법한 고급 정보를 알 리 없는 직원들은 우리가 아직도 이런 페스티벌을 열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은 듯 했다. 뭐, 이걸 노리고 페스티벌을 연 거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지드래곤까지 불러야 했을까? 정녕?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의 크기로 따지자면 이상혁 대표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 막중한 책임감과 불안감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버텨냈을 그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페스티벌을 한다고 우리의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 직원들이 하루 이틀 안심할 순 있겠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다. 우리는 본질에 집중해야 했다.

유니콘의 2가지 조건, 혁신과 지속 가능성

‘새로운 것’을 대표하는 단어들이 있다. 이를테면 ‘기업가 정신’ 같은 단어 말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이 어느 순간 특정 의미로 합의되어 무언가를 대표한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처음 들었을 땐 낯설었던 그 단어는 어느 순간 표준이

폴인멤버십에 가입해
나머지 스토리를 확인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