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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카페, 양복집은 갤러리… 인천 개항로의 변신법

이 스토리는 <부동산 패러다임 시프트 가치있는 콘텐츠를 찾아라>3화입니다

Editor's Comment 개항로 프로젝트팀의 이창길 대장은  공간기획에는 3가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장소가 가진 스토리, 그 안의 사람 스토리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모을 메이킹 스토리죠. 동명의 스터디를 정리한 4화는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장의 강의를 닫았습니다. 오래된 병원을 개조한 카페 브라운핸즈를 시작으로 지난 3년 간, 10여 개의 크고 작은 공간 콘텐츠를 기획 운영하면서 쇠락한 인천 구도심을 제2의 전성기로 만들고 있는 개항로 프로젝트팀의 도시개발론을 지금 만나보세요. 


소비자는 진짜 나의 이야기가 있는 곳에 감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네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또 다시, 이야깃거리가 되면서 콘텐츠는 더 풍성해 집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만든 콘텐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죠.

토박이, 추억을 리모델링하다

개항로 프로젝트의 대장 이창길입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인천 구도심의 오래된 건물 중 콘텐츠가 끝난 공간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 디자인, 운영, 마케팅하는 일을 합니다. 사람들은 요즘 저희가 하는 일을 ‘도시재생’이라고도 부릅니다. 저희가 활동하는 지역은 신주소로 ‘개항로’라고 불리는, 인천에 있는 동네입니다. 네이버 지도로 보면 지하철역 동인천역과 청과물시장, 애관극장, 배다리 사거리 등을 품고 있는 곳이죠.

지도에서 노란색과 빨간색 도트로 표시된 곳이 개항로 프로젝트팀이 리드하는 공간이다. 문을 연 공간이 인기를 끌면서, 외지 사람들도 가게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이창길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인천에서 나왔습니다. 어릴 때의 모든 추억이 있는 곳이죠. 리바이스501 청바지를 처음 샀던 곳도 여기고, 여자친구를 데리고 갔던 극장도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해진 신포시장, 신포닭강정이 여기 있고요. 아주 가까이 있지만 들어갈 수는 없는 바다도 있습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약 2년에 걸쳐 총 10개의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개항로 애관극장 근처에서부터 배다리사거리까지 20개의 건물을 매입했고, 10개 정도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는 저희가 모르는 분들도 와서 가게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공간을 연 다음 여기가 진짜 좋은 곳이라고 마케팅을 하니 외지 분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거죠. 1년 6개월 사이에 16개의 팀이 들어와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콜라보도 특별하게 - 부산과 제주도에서의 실험

개항로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다른 일을 했는데, 직업의 특성상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습니다. 제주도, 부산, 등 전국 각지를 다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경험을 하게 됐죠. 첫번째로 제가 했던 일은 8년 전인 2012년 이대역 7번 출구에 있던 낙원장을 ‘토리호텔’로 변신시켰던 것입니다. 당시에 부산에 가서 숙박을 해야 했는데 모텔 밖에 없더라고요. 아주 비싼 호텔 아니면 모텔인 거죠. 그래서 서울은 어떤지 둘러보니까 마찬가지로 저가형 투어리스트 호텔이라는게 전무했습니다. 낙원장은 ‘달방’으로 사용되거나 노숙자들이 지내기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을 비즈니스 호텔로 바꿔 토리호텔이라고 이름 붙였죠. 당시 이대 학생들, 면접 보러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온 여성들이 안전하게 묵을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호텔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세워졌습니다.

가족 중심의 독채 펜션 토리코티지.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해 토리코티지 만의 특별한 공간을 연출했다. ©이창길 

두번째 작업은 제주도에 만들었던 ‘토리코티지’입니다. 아주 오래된 옛날 집을 개조해 숙박 시설을 만들었죠. 당시 가족 중심의 여행이 트렌드였는데 두 가족이 모여 여행을 가면 호텔에 묵기 어려워 이런 숙박 공간이 필요할 때였습니다. 원래 이 집은 100년쯤 된 건축물로 지붕이 뚫려 있었고 지붕 위의 나무도 다 닳아 있었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산토리니풍 펜션’이 한참 유행하고 있었어요. 양평도, 제주도도 모두 비슷한 산토리니풍을 선호했죠. 바닷가 앞을 선점해 짓는 것이 트렌드였고요. 그때 고민했어요.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어떤 걸 기대할까, 제주도 바다 앞 산토리니풍 펜션에 머무르는 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일까.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마을 한가운데 있던 오래된 집을 고치면서 대문을 없애고 무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여기가 숙박 시설인지도 몰랐어요. 공간에 대해 고민하다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 함께한 업체는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였습니다. 제가 카레클린트에 제안했죠. ‘내가 이런 공간을 기획했는데, 내부는 최대한 가구가 돋보이도록 만들겠다. 머무는 손님들에게 침대 매트리스에 대해 설명하고, 가구를 이용해보며 장점을 느끼게 하겠다. 1박2일이든 2박3일이든 직접 경험을 한다면 그게 살아있는 쇼룸이 아니겠냐’라고 한 거죠. 지금은 이런 체험 공간이 많지만, 7년 전엔 침대나 소파를 사면서도 가구 전시장에서 5분 누워보고 사는 게 전부였거든요. 이렇게 설득해서 만든 게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였습니다. 그 당시는 제주도 전체에 펜션이 3개 있었을 때입니다. 이제는 이런 모델이 약 3000개 정도 됩니다.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를 성공시킨 다음 조금 더 욕심을 냈습니다.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집’에 대해 물었죠. 6살 어린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놀랍게도 각자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더라고요. ‘살고 싶은 집’이란 주제로 그들의 그림 400장을 모았습니다. 그 바람을 분석해서 만든 공간이 ‘토리코티지 브라운핸즈’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주도만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시도했습니다. 저는 제주도의 가장 이색적인 공간이 ‘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구도의 건축물이 밭과 밭 너머의 바다 풍경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줄지 고민했습니다. 이걸 가장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사진작가라고 생각했고, 이곳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았죠. 하시시박 작가였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귤밭과 바다. 가장 제주도스러운 공간에서 오감으로 제주도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곳, ‘토리코티지 하시시박’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일광전구와 콜라보한 토리코티지. 밭 한 가운데 펜션을 지어, '빛'이라는 테마가 소비자에게 경험으로 다가 갈 수 있게 연출했다. ©이창길 

‘빛’을 주제로 만든 펜션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사람들이 빛과 조명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간접 조명, 세련된 조명이 주목을 받았고, ‘루이스 폴센’ 같은 이름이 들려왔어요. ‘빛은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는데, 이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빛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선택한 게 ‘일광전구’라는 브랜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조명과 전구를 만드는 회사죠. 일광전구에 ‘제주도에서 빛을 가지고 놀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토리코티지 일광전구’였습니다. 이 공간은 밭 한가운데 있습니다. 보다시피 주변에 진짜 아무 것도 없죠. 그래서 낮의 자연광, 밤의 별빛을 연출하기 더 좋습니다. 여건상 못하는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한 세기 넘게 보존된 곳, 인천 구도심을 재발견하다.

그렇게 부산으로 제주도로 돌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갑자기 뭔가 떠올랐습니다. ‘아, 인천! 내가 왜 여태 인천을 생각 못했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창 시절을 쭉 인천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에 콘텐츠가, 가능성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죠.

제가 인천에 주목했던 첫번째 이유는 인구입니다. 인천 인구는 295만명입니다. 지금 도시 재생이 벌어지는 공주, 군산, 목포, 여수, 통영, 경주, 이런 도시들은 인구가 10만명에서 30만명 수준이죠. 그래서 이들 지역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가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모두 전주로 놀러 갔어요. 지금은 공주, 군산, 목포, 여수도 다 좋아지니까 관광객이 분산됩니다. 한국의 인구는 정해져 있으니 지방 도시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관광객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콘텐츠는 좋은데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주 인구, 즉 살고 있는 사람들 숫자가 적으니까요. 그런데 인천 인구는 부산 인구(340만)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정주 인구 자체가 많은 거죠. 인천 인구를 유심히 살펴보니, 인천은 도시가 형성된(1883년 개항) 이후 단 한 번도 인구가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인천에 주목한 두번째 이유는 보존성 때문입니다. 인천의 구도심, 중구는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습니다. 어떻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그대로일 수 있었을까요. 인천의 개발 방식 때문입니다. 인천은 신도시를 개발할 때 갯벌을 메꾸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송도 신도시가 대표적인 예죠. 그러다보니 인천 구도심, 중구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보존, 보호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그냥 내팽개쳐 뒀던 거죠. 결과적으로 현재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인천 중구입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빨간 색으로 표시한 곳이 개항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길이다. 인천은 간척 사업을 통해 신도시 개발하는 방법으로 도시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래서, 구도심에는 옛길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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