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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2) : 붉은 여왕 전략의 승리

※ 1화 <시장(1) : 시장이 아니라 '정체성'이 문제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JTBC는 무엇이 달랐나?    


진행자 그런 상황에서 JTBC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김필규 JTBC 뉴스룸 앵커 (이하 김필규) 저희도 참 여러 가지를 많이 해봤습니다. 2013년 초에 점점 심화되는 ‘뉴스 쇼’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JTBC는 오병상 보도담당 총괄의 지시로 뉴스혁신 TF 팀을 꾸렸습니다. 우리 뉴스의 퀄리티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원점에서부터 짚어보기 위한 TF였습니다. 저 역시 그 TF 멤버였는데, 사실 좀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뉴스 리포트를 좀 재밌게 해보기도 하고, 화려한 3D 컴퓨터 그래픽도 써봤지만 그런 리포트로 시청률을 올릴 순 없었거든요. 

진행자 네, 저도 그런 리포트를 기억합니다. 

김필규 하지만 당시 손석희 앵커가 보도담당 사장*으로 온 이후 JTBC 뉴스의 방향은 이전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손 사장은 “우리는 지상파 뉴스도 아니고 종편 뉴스도 아니고 JTBC 뉴스다”라고 누차 강조했어요. 이건 꼭 뉴스 뿐 아니라 JTBC 채널 전체에 해당되는 거였죠. 뉴스 시장은 원래부터 있었고, 어차피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틈새시장을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은 2018년 11월 19일 정기 인사를 통해 보도뿐 아니라 전 부문을 아우르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하 이무원) 그게 결국 채널 정체성의 정립으로 이어졌고, 그게 JTBC가 하나의 독특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봅니다. 사실 다른 종편 채널들은 기존에 하고 있던 신문업을 기반으로, 다소 소극적으로 우리는 ‘뉴스 채널’이라고 규정했어요. 하지만 JTBC는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개척한 거죠. 다른 종편이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과 전면 대결을 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 JTBC는 적극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을 펼친 것입니다. 이미 경쟁이 과다한 시장이라도 피하지 않고, 그 시장의 기존 플레이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거죠. 경영학의 경쟁 이론에서 볼 때, 이를 ‘붉은 여왕(Red Queen)’ 전략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붉은 여왕 전략을 좀 더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이무원 블루오션 전략과 대비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낮거나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전략인데 반해, 붉은 여왕 전략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전략이에요. 경쟁자와 서로 치고받으면서 서로 배우고 맷집도 키우는 게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거죠. 붉은 여왕 전략의 맥락에서는 블루오션 전략이 이야기하는 ‘새롭고 경쟁이 덜한 시장’이란 단기적 방안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진행자 왜 붉은 여왕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무원 붉은 여왕 전략이라는 말은 루이스 캐럴의 동화로 잘 알려진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경주(Red Queen’s race)’라는 말에서 유래됐습니다. 동화 속에는 주인공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앨리스는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제자리 같다고 느끼고 여왕에게 물었죠. 여왕은 “여기서는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라고 답합니다. 경영학적 관점으로 이 장면을 해석한 게 붉은 여왕 전략입니다. 스탠퍼드 경영 대학의 윌리엄 바넷(William Barnett) 교수가 처음으로 붉은 여왕 이론을 제시했어요. 내가 서있는 경쟁 환경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힘껏 달리면서 경쟁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죠. 진화하는 경쟁 환경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1871년에 출간된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 Glass> 중 존 테니얼John Tenniel이 그린 붉은 여왕의 경주(The Red Queen’s race) 장면 삽화.

진행자 동화 속 장면을 경영학적으로 해석한 개념이군요. 정리하자면 붉은 여왕 전략은 경쟁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교수님은 JTBC가 그런 전략을 취했다고 보시는 군요. 

이무원 네. JTBC는 경쟁을 피하지 않고 시장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어 기존의 강자들과의 전면전을 선택했어요. 그런 결정은 엄청난 도박이기도 하고 실패 가능성도 많지만, 역설적으로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당시로 돌아가 만약 JTBC가 저에게 자문을 구한다 하더라도 “그냥 붙어라” 말고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결국 JTBC는 그렇게 직접 적극적으로 경쟁을 하면서 JTBC만의 정체성을 형성했어요. 모호한 정체성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했죠. 지상파도 아니고 케이블도 아니면서, 다른 종편 사업자들과 차별화된 JTBC만의 정체성을 찾은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자원이 부족한 기업 입장에서는 블루오션 전략을 선택할 유인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김필규  네. JTBC도 마찬가지였어요. 수십 년동안 방송 산업에 종사해온 다른 방송사들이 있는데, 그에 비해 리소스(resourceㆍ자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저희도 블루오션을 찾아 나설 유혹이 많았죠.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리포트를 하거나 스튜디오에 동물을 데려오거나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인 거죠. 자원이 부족하니 남들이 안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에서요. 

이무원 저는 우리나라 방송 산업에서 진정한 의미의 블루오션이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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