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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2) : 직원을 브랜딩하다

* <조직(1) : 강력한 조직을 만든 '위임'의 리더십>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효율성 높은 ‘위임의 리더십’


진행자 김 앵커는 정치부회의 CP(Chief Producer)이기도 했지만, 뉴스룸의 간판 코너라고 할 수 있는 팩트체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손 사장이 다양성을 포괄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었던 것이 팩트체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나요?

김필규 JTBC 뉴스룸 앵커 (이하 김필규)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 사장은 팩트체크를 저에게 맡기면서 코너의 형식, 분량, 함께 일할 스태프 등 모든 걸 다 제 마음대로 하라면서 다만 딱 두 가지 조건만 지켜달라고 했어요. 첫째, 출연하는 기자는 김필규 한 명이어야 한다, 둘째, 매일 진행해야 한다. 

상당히 부담되는 위임이었어요. 당시에는 왜 이렇게 가혹한 조건을 내걸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몇 개월 지나고 나서야 좀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명이 진행하다보니 훨씬 더 책임감 있게 코너를 꾸리게 됐고, 김필규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어요. 또 매일 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팩트체크라는 개념을 더 빨리 친숙하게 만들 수 있었죠. 

사실 팩트체크를 맡아서 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일단 누군가의 거짓말을 잡아내야 한다는 것부터 부담인데, 그걸 매일 해야 하니까요. 일반 출입처를 취재하는 기자는 기사를 쓰는 날도 있고 안 쓰는 날도 있습니다. 어려운 기사를 쓰는 날도 있고 쉬운 기사를 쓰는 날도 있죠. 이를테면 강약중강약이 있는 건데, 팩트체크는 매일이 강강강이었던 느낌입니다. 아이템을 찾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죠.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부적 요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손 사장이 툭하면 "이거 한 번 다뤄봐"라고 '하명'을 했다면, 장기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기자 입장에서 누가 지나가며 던지듯이 써보라고 하는 기사가 가장 쓰기 힘든 기사입니다. 손 사장이 아이템을 지시하지 않는다는 게 알려지다보니, 다른 인사들도 아이템에 개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JTBC 팩트체크 영상 캡처 / 2016. 03. 30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하 이무원) 저는 이런 조직문화가 JTBC가 차별성을 갖게 된 핵심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손 사장이 김 앵커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위임해줬기 때문에, 김 앵커가 팩트체크 같은 코너를 본인이 처음부터 기획하고 수행단계까지 다 해볼 수 있었잖아요. 그렇게 위임의 폭을 넓히고, 실패에 패널티를 주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길 유도하는 게 조직 혁신의 핵심인 것 같아요. 

제가 우리 나라 여러 대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어요. 대부분의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말로는 전폭적 위임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실패했을 때 패널티를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실험을 저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결국 혁신을 한다고 말은 했지만 진정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손 사장이 김 앵커를 믿고 전적으로 위임했던 것이 방송 최초의 시도였던 팩트체크가 정착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군요. 그런데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팩트체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김필규 팩트체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200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저널리즘의 한 분야입니다. 과거 정치 기사라고 하면 어느 쪽 정치인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주고  다른 쪽 정치인의 발언으로 반박하는, 이른바 'He said, She said' 기사였습니다. 그러다 기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발언 내용에 개입해, 참과 거짓을 독자들에게 밝혀주는 기사 형식이 등장했고,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와 <템파베이타임스>의 '폴리티팩트' 등이 큰 관심을 받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는 2008년, 2012년 대선 등 큰 선거를 거치면서 언론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잡게 된 거고요. 저희도 항상 뉴스 개편 아이디어를 모을 때마다 도입을 고려하던 분야였습니다. 

JTBC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나서, 그해 9월 뉴스를 강화하는 개편을 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총 100분 동안 진행되는 지금의 뉴스룸이 탄생했죠. 그런데 아무리 대한민국에 사건사고가 많다고 해도 매일 100분짜리 뉴스를 만들어 채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부에는 여러 고정 코너를 넣기로 했어요. 

저는 <정치부회의> CP를 하면서 한 6개월쯤 지난 상황이라 일도 어느 정도 손에 익고, 프로그램도 많이 정착돼서 ’이제는 좀 쉬엄쉬엄해도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 사장이 방으로 부르더니 <폴리티팩트>를 만든 빌 아데어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던져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 발언을 검증하는 코너를 메인뉴스에 만들려고 하니 저보고 맡아서 하라는 거였습니다.

진행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떠셨나요? 쉽지 않은 과제였을 텐데요.

김필규 사실 이야기 듣자마자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팩트체크를 방송 뉴스에서 하는 선례를 본 적이 없었어요. 미국에서도 인쇄 매체나 인터넷 매체에서 하고 있죠. 게다가 심의가 까다로운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포맷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팩트체크는 시작이 됐고, 제가 미국으로 연수를 가기 전까지 2년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약 320회를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는 후배인 오대영 기자가 맡아서 2년 넘게 팩트체크를 하고 있고요. 

진행자 손 사장이 전적으로 위임했던 게 김 앵커에게는 처음에 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조직의 관점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이무원 권한 위임을 잘하는 조직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돼요. 조직 내에서는 부서 간 또는 개인 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한데,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후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싸움을 벌여 조직의 자원을 소진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20세기 형 조직은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획(Planning)과 실행(Implementation) 부서가 분리되어 있고, 주로 기획 기능이 조직의 상부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획은 좋았는데 실행 과정이 안 좋았다”면서 조직 하부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폐단을 쉽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기획과 실행 팀이 함께 일한다든지 한 팀이 기획과 실행을 동시에 하게 되면 실패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용이해져요. 기획 아이디어 자체가 안 좋았는지,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에 대해 편견 없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거죠. 

예를 들면 김필규 앵커님 본인이 직접 기획하시고 실행해 보신 프로젝트의 경우 반응이 안 좋더라도 남 탓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둘을 분리해서 따로 가게 되면, 문제 상황에서 서로 남 탓 하기가 쉬워지죠. 단순히 '누구 탓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실행을 같이 할수 있도록 많은 권한을 위임(delegation)하는 것이 중요한거죠. 

김필규 권한 위임을 말씀하시니 <정치부회의>를 준비할 때가 생각납니다. <정치부회의>에서 사실 그동안 '기술적으로 안 된다'고 하던  것들을 깬 새로운 시도가 나왔어요. 특히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부장의 등이 카메라에 노출 될 수밖에 없고, 부장을 단독으로 찍는 카메라가 반대편 카메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술 부서에서는 난색을 표했지만 "방송국인데 카메라가 노출되는 게 무슨 대수냐"고 주장해 밀어붙였죠. 

진행자 또 어떤 시도들이 있었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필규  스튜디오에서 비디오월과 모니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무대에서 기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고, 녹화 없이 모든 PT를 라이브로 진행하는 등, 듣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안 된다&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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