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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2) : 애플이 철학자를 고용한 이유

* <인재(1) : 아웃사이더의 힘>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애플은 왜 철학자를 고용하는가?

진행자 구조적 공백이 혁신을 이끌었거나, 촘촘한 네트워크가 혁신을 저해했던 다른 사례가 있으면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하 이무원) 제가 이전에 삼성 모바일 사업 R&D 부서 중 한 팀과 그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 애플의 한 R&D 팀을 비교한 적이 있어요. 팀 구성을 보니, 삼성은 공대 출신이 80% 정도를 차지했는데, 애플은 공대 출신이 55%를 조금 넘고 그 밖에 커뮤니케이션 전공자 등 사회과학 분야 전공자가 많았어요. 심지어 철학과 출신도 있었죠. 왜 그런지 궁금해서 좀 더 파고들어봤어요. 그랬더니 재밌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진행자 어떤 건가요?

이무원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기 6개월 전에 애플 대학을 만들었어요. 마지막 유작이죠. 애플 대학의 초대 학장이 위에서 언급한 조엘 포돌니(Joel Podolny)라는 분입니다. 스탠포드, 하버드 교수를 거친 후 예일경영대 학장을 지내시다가 애플 대학 학장으로 부임했죠. 제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저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는 위원회 멤버 중 한 분이셨어서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아요. 그분께 이 문제를 문의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한마디로 딱 잘라 하시는 말씀이 “엔지니어 출신끼리 모여서 생각하면 맨날 똑같은 이야기만 한다”는 거였어요. 서로 아는 것도 비슷하고 사고방식도 비슷하다보니 다들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이었죠. 그래서 엔지니어 비율이 얼마일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대강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했는데 변곡점(tipping point)이 55%정도였다고 합니다. 즉 엔지니어 출신 비율이 55%를 넘어가면 추가되는 한명의 엔지니어 출신 종업원으로부터 나오는 한계 효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거죠.

진행자 그 연구를 근거로 공대 출신을 55%로 배치한 거군요?

이무원 그렇죠. 그래서 엔지니어 비중을 변곡점 근처에 고정해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는 다른 분야 전공자들을 데려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전공자가 많은 이유는, 속된 말로 “공돌이들이 효과적인 대화를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아이디어는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에서 나오는 건데, 엔지니어 출신들만 있는 경우에는 회의가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은 대화에서 일종의 ‘촉진제’ 역할을 하며 잠재된 아이디어를 도출해냅니다.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고 하죠.

제가 그 애플의 R&D 그룹에 속한 철학 전공자와는 직접 이야기해보기도 했어요. 그에게 철학 전공자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인류가 앞으로 원할 디자인이 뭘까”를 생각하고 A4 용지로 반 페이지 정도의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하더군요. 엄청 편하고 좋은 직업 같죠. 그런데 실제로 그걸 한 달 이상 하면 아이디어가 고갈되어서 더 안 나온대요. 그래서 그 사람은 자기가 불면증에 시달린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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