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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장벽의 시대

한 장벽이 붕괴하며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냉전을 상징하던 베를린장벽이죠. 30년 뒤, 한 장벽의 건설이 추진되며, 다시 세계화는 종말을 맞이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멕시코 장벽입니다.

이제 세계는 다시 화려했던 세계화 시대의 막을 내리고, 장벽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장벽은 그동안 무한히 확장될 것만 같던 '세계화' 질서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 브렉시트, 노란조끼 시위 등 세계화에 반하는 움직임이 전세계 곳곳에서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죠. 바야흐로 다시 돌고 돌아 '장벽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세계화는 도대체 무엇이었기에, 어떤 이유로 지금, 이 다이내믹한 2019년에 막을 내리려 하고 있는 걸까요? 왜 더 이상 전 세계를 움직이는 질서로 작동하지 못하는 걸까요?


세계화란 무엇인가?

작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잠깐 역사의 수레바퀴를 30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건은 세계사에 굉장히 큰 의미를 남겼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를 의미할 뿐 아니라 20세기에 대두했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첨예한 대립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에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지난 20세기를 뜨겁게 달궜던 수많은 이념 대립은 결국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고, 인류 역사에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은 없다고 합니다. 나아가 우리가 지켜볼 미래는 ‘자본주의가 횡적으로 퍼져 결국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화되는 모습뿐’이라며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이 발매된 역사적 타이밍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마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세계화'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세계화가 진행됐습니다. 여기 저와 비슷한 나이대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초등학생 때 김영삼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세계화, 세계화가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강조했던 게 생각납니다. 또 이제는 너무 촌스러워서 쓰지 않는 ‘지구촌’이란 단어도 굉장히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엔 “신자유주의는 이념이 아니다. 자연현상 같은 그냥 현상이다.”, “누구도 이 현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무조건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때 한국에서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가 번역되면서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 2월 21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주영민이 강연 <2019다보스 인사이트> 중 과거 한국의 세계화 물결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폴인

세계화를 이루는 여섯 요소

세계화에 대해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세계화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세계화를 이룬 주요 요소는 여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요소는 교역의 증가입니다.
    나라 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GDP 대비 수출 비중은 한 국가의 세계화 정도를 측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라 간 교역을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관세를 없애야 합니다. 관세가 사라지면 훨씬 더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2. 두 번째 요소는 금융의 이동입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주주가 된다거나, 대주주가 되어 실질적 소유주가 된다거나, 국내에서 외국 투자기업이 사업을 벌이는 것 역시 세계화의 굉장히 중요한 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세 번째는 콘텐츠의 이동입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동남아에 한류 열풍이 불 수 있었던 것도 세계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종 문화가 뒤섞이며 ‘글로벌 차원의 대중문화'가 가능해지죠.
  4. 네 번째 요소는 사람의 이동입니다.
    비자 발급 기준 완화, 이민법 완화 역시 세계화를 설명하는 키워드입니다. 이렇게 이주한 사람들은 직장을 얻고 가족을 만들기도 하며 특정 국가의 인종적 구성을 바꿉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화이기도 합니다.
  5. 다섯 번째 요소는 UN·WTO·NATO, 파리협정 같은 국제기구 또는 국제조약들입니다.
    이들은 세계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또 강제하는 역할을 하는, 세계화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6. 마지막은 세계 시민주의입니다.
    저는 세계 시민주의가 세계화 시스템을 완
  • [Digital Report] 2019 다보스인사이트

    주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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