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book / 외형만 따라하면 진짜가 될 수 없다

외형만 따라하면 진짜가 될 수 없다

벤치마킹과 카피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도 큰 차이다. 공간에 담긴 콘텐츠를 보지 못하고 외형만 따라 하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없다. 도쿄처럼 골목마다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속에 담긴 본질을 봐야 한다._최성우 아트스페이스 ‘보안1942’ 대표

일본 문화는 우리 삶에 녹아든 지 오래다. 특히 식음료로 대표되는 외식 분야는 일본 문화가 눈에 띄게 대중화되어 왔다. 홍대와 신촌 등 번화가만 둘러보아도 거대한 건물 하나를 통째로 목조 양식의 일본식 이자카야로 내세우는 곳이 넘쳐난다. 사진으로만 보면 도쿄인 줄 착각할 정도다. 이것이 진정한 일본의 문화일까? 외형만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아닐까?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마구 유입된 일본 문화는 어떻게 한국적 문화에 접목 할 수 있을까?

‘복사-붙여넣기’의 문화와 지역, 장소의 정체성과 결합하지 못한 문화는 획일화를 넘어 사회 전체를 점차 하향 평준화하도록 만든다. 특색 없이 성냥갑 모양으로 줄줄이 늘어선 아파트들, 그리스 신전인지 비잔틴 양식인지 가늠할 수 없는 대학교 캠퍼스 건물들같이 혼합잡종 문화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아트스페이스 ‘보안 1942’를 이끄는 최성우 대표는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재료와 기법은 물론이고 태도가 갖춰져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태도 없이 단순히 재료와 기법 등 기술적인 요소만 따라 한다면 하향 평준화되고 알맹이 없는 가짜 지향 문화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

한국 최초의 위스키로 불리는 ‘도라지 위스키’ 역시 위스키 원형에 대한 고민 없이 브랜딩되어 탄생한 슬픈 결과물이다. 도라지는 물론이고 위스키 원액조차 한 방울도 들어가 있지 않은 유사 위스키인 도라지 위스키는 일본의 위스키 명가 산토리에서 출시한 ‘도리스 위스키’가 국내 밀수 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탄생한 일종의 카피캣이었다.

도리스와 유사한 발음인 도라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정체불명의 술은 위스키 향을 덧입히고 색소를 이용해 위스키를 교묘히 흉내 낸 가짜였지만 국내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위스키의 전통과 역사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고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이 술은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며 유명 가수의 노래 속 한 구절이 되기도 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낭만에 대하여’라는 달콤한 노래 제목과는 다르게 도라지 위스키에는 이처럼 아이러니하면서도 부끄러운 우리 카피캣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위스키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살며 원형과 전통을 보고 배운 뒤, 본국으로 돌아와 일본을 대표하는 ‘진짜’ 위스키를 만든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최성우 대표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여러 가설을 제시했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유교·성리학 중시 문화로 물건을 만들거나 장사하는 행위 자체를 상스럽고 천박한 행위로 여기며 지양했던 우리와 달리 일본은 상공인들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이었다. 우리의 사농공상과 일본의 사농공상은 매우 다른 의미이다. 상공업을 우대하는 일본 내 분위기는 근대화를 겪으며 열도 전역으로 확산했다. 세일즈는 재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그것을 판매하는 행위였기에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현대에까지 이어지던 일본의 이런 태도는 '이코노믹애니멀(economic animal)'이라는 국제적 놀림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 상황은 일본 근대화의 시대정신인 ‘화혼양재(和魂洋才)’로써 일본의 혼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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