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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ER MOMENT, 지금 세상은 모빌리티가 바꾼다

아이폰은 인류의 삶을 스마트폰 이전과 스마트폰 이후로 나눌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같은 ‘아이폰 모멘트’ 이후 10여년 만에 전 세계 산업계는 ‘우버 모멘트’, 더 구체적으로는 모빌리티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무려 100억달러(11조3680억원)의 손실을 낸 기업이 있다. 경영 이론대로라면 일찌감치 문을 닫았어야 할 이 기업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토요타 등이 무려 10억달러(1조1368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나섰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 적자기업이 올해 5월에 상장을 추진 중인데 기업 가치가 무려 900억~1000억 달러(102조~114조원)로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이름은 ‘우버’. 전세계 600여개 도시에서, 차를 가진 운전자와 이동이 필요한 고객을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원조 차량 공유업체다. 시장은 왜 적자 투성이 이 기업에 기대감을 표하는 것일까. 11조원 손실이 이 회사의 ‘현재’라면 114조원이라는 평가액은 이 기업의 ‘미래’를 반영한 셈인데 도대체 이 기업이 어떤 미래를 열 것으로 보는 것일까.

UBER MOMENT가 왔다

유사한 현상은 미국에서 우버의 라이벌 기업으로 성장한 리프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프트는 지난해말 기준 미국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을 39%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 3월 말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는 시가 총액 265억달러(약 30조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를 한대도 생산하지 않는 업체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단숨에 한국에서 3번째로 큰 기업인 현대차(2019년 4월18일 기준 시총 28조원)보다 큰 회사가 됐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기업인 버드는 설립 1년도 되지 않아 미국 역사상 최단기간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잠깐 눈을 중국으로 돌려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디디추싱 이용자 수는 하루 3000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전 세계 우버 이용자 수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와 모바이크도 미국의 버드처럼 유니콘 기업이 됐다.

우버ㆍ리프트ㆍ디디추싱ㆍ오포ㆍ모바이크ㆍ버드… . 이들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간의 이동(Mobility) 편의성을 높이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는 이들 기업에 대해 ‘우버 모멘트(Uber Moment)’라는 말로 기대감을 표한다. 현대 산업사에서 가장 큰 혁신 중 하나를 꼽으라면 2007년에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을 꼽는다. 아이폰은 인류의 삶을 스마트폰 이전과 스마트폰 이후로 나눌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같은 ‘아이폰 모멘트’ 이후 10여년 만에 전 세계 산업계는 ‘우버 모멘트’, 더 구체적으로는 모빌리티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모빌리티 혁명의 세 바퀴

산업으로서 모빌리티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이동의 미래’를 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모빌리티라는 용어로 언급되는 산업을 종합하면 인간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수단들의 연구개발, 사용자 경험을 포함한 제품과 서비스 설계, 서비스 운영 및 제품 유지보수, 폐기까지의 전과정”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인간이 목적지까지 가는데 필요한 모든 차량이나 장비, 이용 방식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모빌리티 산업의 주역인 셈이다.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이상 스스로를 완성차 업체라 부르지 않고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이동수단을 연구개발 생산하는 기업, 타다나 쏘카처럼 이동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업체들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불린다. 자율주행차, 전기차는 물론 전기자전거, 전동스쿠터, 플라잉카와 하이퍼 루프도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모빌리티 산업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모빌리티의 변화는 크게 차량공유, 자율주행, 전기차의 세 가지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먼저 차량 공유는 자동차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동차라는 재화가 아니라 모빌리티라는 서비스 공급이 자동차 회사의 목적이 될 경우, 자동차 사업의 업태는 크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차량 공유의 시대에 맞춰 차량 공급, 관리, 보험, 정비업 등 모든 연관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이 불가피하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운전해, 탑승자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차량의 등장도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자율주행은 인류의 삶에서 운전이라는 행위를 사라지게 할 기술이다. 운전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에게는 하루 평균 2시간 가까운 출퇴근 시간이 새롭게 주어진다. 모빌리티에 뛰어든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이 아닌 시간 점유율에 성패를 걸어야한다. 자유로워진 운전자를 위해 차량에서 즐길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Information+Entertainment)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의 가치도 바꿀 전망이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설치된 소프트웨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차량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되면 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와 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무궁무진 창출될 수 있다.

전기차 역시 ’파괴적 혁신‘을 수반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은 3만개에 육박하지만 전기차는 약 1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다. 더구나 전기차는 부품들의 결합체인 모듈을 끼워 맞춤으로서 조립할 수 있다. 테슬라가 보여주듯, 자동차 제조업 경력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도 전기차 조립업에는 뛰어들 수 있다. 거대한 진입 장벽 안에서 안존해 온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쟁력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실제 2017년 4월, 113년의 역사를 지닌 포드가 고작 14년된 테슬라에게 시가 총액에서 추월당했다.

이처럼 차량공유, 자율주행, 전기차 세가지는 하나씩만 따져봐도 인간의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엄청난 변화를 수반한다. 그런데 이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한대의 차량 안에서 모두 구현될 수 밖에 없다. ‘공유 자율주행 전기차’가 인간의 이동을 지배하게 된다는 의미다.

100년 전처럼… 또 한번 이동이 세계 질서를 바꾼다

모빌리티의 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을 산업적, 환경적, 도시공학적 측면 등에서 하나씩 따져 보면, 우리가 왜 이 분야에 주목해야 하는 지 보다 명확해진다.

먼저 산업적 파급효과를 조금 더 짚어 보자. 지난 100여년간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선두 주자는 단연 자동차였다. 미국에서는 1895년만해도 자동차가 전국에 4대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불과 25년뒤인 1920년에 2000만대로 급속히 늘어났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찍어내는, 자동차 대량 생산의 시대는 인류에게 풍요로운 20세기를 누리는 근간이 됐다.

자동차 산업의 후방에서 철강산업이 부흥했다. 전 지구인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면서 정유업이 세계적으로 번성했다. 주유소 인프라 구축과 이동이 편해진 인류가 교외에 도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활성화는 금융업이 번성하는 바탕이 됐다. 자동차 한 대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부품 조립 산업, 정비, 중고차 판매, 보험업 등이 모두 자동차라는 제품을 중심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차량이 소유가 아니 공유의 대상이 되면 자동차 연관산업의 축도 따라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영국 런던에 있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최근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2017년 2억8000만대인 유럽 전체 자동차 대수가 2030년 2억대로 감소하고, 같은 기간 미국도 22% 감소한 2억200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13년간 유럽과 미국 자동차의 4분의 1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차량 감소는 인류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현상이다. 업계에서는 공유 자동차 1대가 일반 차량 14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공유차량 증가보다 열네 배 빠른 속도로 일반차량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물론 이같은 급격한 판매 감소가 상쇄되는 지점도 있다. 공유차량은 운행률이 높아 교체 주기가 빨리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개인 소유 차량의 수명은 평균 17.3년이지만 공유차량의 교체 주기는 3.9년으로 관측된다. 연간 주행거리가 공유차량이 4.4배 긴 반면 차량의 수명은 4.4배 짧다. 이같은 감소 효과와 상쇄 효과가 있다 해도 전체적으로 등록 자동차 대수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전망처럼 감소세를 피하기 어렵다.

이같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던 기존의 완성차 업계에 큰 고민이 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다양해지는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경쟁에 대비해 사용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와 기능,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개발, 생산 시스템 마련이 급해졌다. 이는 완성차 업체가 정보통신업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뛰어드는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과의 한판 승부, 또는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모빌리티의 변화는 환경 측면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유럽은 지난 30년간 디젤 경유차에 대한 배출 가스 기준을 유로1에서 유로6까지 강화해 왔다.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 허용치는 이 기간 동안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자동차가 발생하는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자동차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명료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등장은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모빌리티의 변화는 도시와 인간의 삶을 새롭게 잇는다. 교육ㆍ의료ㆍ금융ㆍ복지 등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세계 도시화율은 1980년 39.3%에서 2015년 54.0%로 계속 증가했다. UN은 세계 도시화율이 2050년에는 66.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2015년 82.5%로 2030년에는 84.5%, 2050년에 는 87.6%로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주요 도시 진입을 위한 이동거리, 교통 인프라 등 도시 접근성은 거주민의 경제활동과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도시 접근성뿐만 아니라, 도시 내 이동 효율성도 중요하다.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동스쿠터 등 이른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최초 출발지에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역까지의 구간, 대중교통과 대중교통 사이의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구간, 마지막 대중교통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구간을 연결하는 ‘틈새 수단’이 바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발전은 이동시간 단축이라는 모빌리티 혁명을 완결하는 요소다.

이밖에 모빌리티의 혁명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같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동의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90%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 완전 자율주행이 정착하는 시점에는 졸음 같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예방될 수 있다.

카마게돈(Car-mageddon) 시대의 승자는

모빌리티의 미래에 주목한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과 테크 자이언트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기술개발과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직접 연구개발과 서비스를 하지 않지만 손정의 회장 진두지휘로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라이드셰어링 업체들을 장악한 소프트뱅크는 최근 자율주행기술 확보를 위해 GM, 토요타 등과 손을 잡았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완성차 업체는 경쟁자와의 협력도 서슴지 않는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BMW와 다임러도 모빌리티 서비스 통합과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에 함께 투자하기로 했다. 라이드셰어링 업체들은 하나의 앱을 통해 (전기)자전거, (전동)스쿠터, 공공운송수단, 라이드셰어링과 택시 등 활용 가능한 운송 수단을 하나의 앱에서 쓸 수 있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100년 전 포드가 일으켰던 자동차 대량생산 혁명은 산업 지형도 뿐 아니라 인류의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이제 자동차는 또 한차례 거대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거대 기업인 완성차 업체부터 구글, 애플 같은 테크 자이언트,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까지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의 혁신의 노력 위에서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기기’로 변신해 갈 것이고, 100년전 포드가 그랬듯 인류의 삶과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새롭게 흔들어놓을 전망이다. 우리는 지금 자동차의 변신이 가져오는 대혼돈의 시대 ‘카마게돈 (Car-mageddon)’ 속을 살고 있다. 우리가 모빌리티라는 키워드에서 잠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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