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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의 미래를 움직일 10가지 키워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이동 수단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하나의 앱 안에서 이 연결성이 확보되려면 공유자전거나 전동스쿠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대중교통, 공유차량의 연계가 필수다.

모빌리티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상을 그림 들여다 보듯 한 눈에 훤히 보기란 쉽지 않다. 아직 한창 진행 중인 혁신의 시도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더 성공할지 미리 짐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다만 우리가 겪게 될 모빌리티의 미래를 어렴풋이나마 그려 보는 방법이 있다. 모빌리티 산업 전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핵심 키워드를 명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미래상은 이들 키워드를 뼈대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개의 키워드로 격변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현재를 들여다 보고 미래를 그려 보자. 키워드는 차량공유, 자율주행, 전기차, 마이크로모빌리티 등에서 고루 선정했다.

모빌리티 혁신이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벌어지는 분야는 차량 공유 쪽이다. 우버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확산된 차량 공유는 크게 카셰어링(Car Sharing)과 카헤일링(Car Hail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카셰어링은 기업이 보유한 차량을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 예약, 비용 지불 등을 할 수 있다. 렌터카가 일(日)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달리 카셰어링은 시간 단위로 계산한다. 한국의 쏘카와 그린카, 미국의 짚카, GM의 메이븐, 다임러의 카투고, 폭스바겐의 퀵카, BMW의 드라이브 나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차량을 함께 쓰되, 운전은 사용자가 직접 한다는 특징이 있다.

카헤일링은 사용자와 운전자를 플랫폼 기업이 매칭해주는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를 말한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 타는 카풀부터 콜택시,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인도의 올라, 한국의 타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카셰어링과 카헤일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동차 판매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간한 ‘글로벌 메가시티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가 감소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체 인구 기준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002년 540대에서 2012년 562대로 증가했지만 런던만 놓고 보면 335대에서 321대로 감소했다. 반면 차량 공유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짚카의 이용자는 지난 6년간 두 배 늘었고 우버 이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섰다.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스스로 운전하는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단계별 분류는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제시한 기준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0에서 4까지 다섯단계로 나뉜다. 0단계는 비자동화(수동) 단계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속도, 방향 등 자동차의 핵심 기능을 모두 제어하고 책임진다. 1단계는 특정기능이 자동화된 수준이다. 안전이나 편의 기능 중 하나를 자동차가 자동으로 수행한다. 2단계는 두가지 이상의 자동주행 기능이 동시에 자동으로 작동하는 단계다. 물론 2단계에서도 운전의 주체는 사람이어서 주행 안전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가 져야 한다. 3단계는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로 운행 중에 자동차가 주위 환경을 감지하고 주행기능을 제어한다. 인간은 간헐적으로 차량의 운전에 개입한다. 마지막 4단계가 ‘무인차’라 불리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주행과 관련한 모든 기능 작동을 자동차가 자동으로 수행하고 책임진다. 4단계 자율주행차에는 핸들이나 브레이크 같은 인간을 위한 조작도구들이 필요 없다.

‘레벨4’가 모빌리티 혁신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건 자동차가 두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센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대거 동원돼야 한다. 레벨4가 상용화되면 자동차의 핵심 경쟁 요소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뀐다.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100여년 동안 하드웨어의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 왔으나, 이제는 더 좋은 스마트기기를 만들려는 IT 기업처럼 업의 속성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고전적 딜레마의 하나. 질문은 이렇다. ‘고속으로 달리던 트롤리 기차가 갑자기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켰다. 레일 위에는 인부 다섯 명이 일을 하고 있다. 트롤리가 이대로 질주하면 인부 다섯 명은 반드시 죽는다. 변화기로 트롤리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데 다른 레일에는 한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문제는 1967년 영국의 윤리 철학자인 필리파 푸트가 처음 제시했는데 마이클 샌델이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2015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돼야 하는 이유’라는 섬뜩한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바로 트롤리 딜레마에 빠진 자율주행차를 다루면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9%가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자율주행 차량은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되고, 이 인공지능은 정교하게 설계된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직진하면 보행자를 희생시키고, 핸들을 돌리면 운전자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 자율주행 차량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인간은 이런 경우 어떻게 움직이라고 설계할 것인가.

이같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자율주행차는 윤리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도록 설계하는 모빌리티 업체는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도록 프로그래밍한다면 구매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이 초기에 이같은 논쟁적 상황에 노출되겠지만 인공지능이 운전자인 인간의 판단을 기준 삼아 딥 러닝읕 통해 진화해 갈 것이라는 점에서 자율주행차량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바퀴 달린 스마트기기로 자동차가 진화하기 위해선 전기차의 등장은 필수적이다. 스마트폰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전화 송수신이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것처럼, 자율주행 차량이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려면 배터리를 동력장치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퀴 달린 스마트기기로의 진화는 전기차를 필요조건으로 한다는 의미다.

전기차의 확산은 기존 완성차 업체에도 큰 변화를 요구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동력장치는 크게 엔진, 클러치, 변속기의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전기차의 동력장치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가 전부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전기차는 1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다. 부품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면 현재 부품업체 가운데 3분의 2는 필요치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심각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주로 엔진, 변속기, 연료 공급장치, 배기 장치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전기차는 이런 장치들이 없어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제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는 스타트업이라도 진입하기 쉽다. 다만 전기차가 확산하려면 충전소의 대중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전기차 사용자들이 겪는 ‘남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야하기 때문이다. 가정이나 직장 등 대형마트나 상가 등 생활 반경 내 곳곳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들어서는 것과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출발 지점에서 첫번째 교통수단에 도달하기까지의 이동 구간을 퍼스트 마일이라 한다. 마지막 교통수단으로 부터 최종 목적지까의 이동 구간은 라스트 마일이다. 이들 구간의 이동 수단으로 공유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기존엔 걸어서 이동해야 했던 구간이다.

전동스쿠터의 경우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교통수단을 대체할 정도로 도심 이동 수단으로도 환영 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공유전동스쿠터 붐이 일어나고 있다. 공유전동스쿠터 붐을 처음 일으킨 기업은 ‘버드’인데 최단 기간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해 ‘스쿠터의 우버’라고 불릴 정도다. 버드보다 두달 늦게 출발한 경쟁사 ‘라임’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전동스쿠터가 사용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탑승자의 힘이 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기자전거도 주행하려면 페달을 계속 밟아야하지만 전동 스쿠터는 힘을 쓸 필요도, 땀 흘릴 일도 없다. 더구나 속도도 빨라 단거리 출퇴근용이나 퍼스트ㆍ라스트 마일 용도로 효율적이다.

전동스쿠터는 공유자전거보다 관리가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자전거보다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스테이션 기반, 혹은 도크리스 시스템으로 서비스해도 사용자나 기업 입장에서 관리가 용이하다. 버드와 라임은 모두 무게 12.5㎏, 1회 충전에 30㎞ 주행 가능한 500달러 수준의 샤오미 미(Mi)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고 있다.

마스는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라는 뜻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개념을 일컫는 용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이동 수단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하나의 앱 안에서 이 연결성이 확보되려면 공유자전거나 전동스쿠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대중교통, 공유차량의 연계가 필수다. 그래야 끊김 없는 연결이 가능하다.

해외 사례로는 핀란드의 ‘윔(Whim)’이 대표적이다. ‘윔(Whim)’은 단순 카셰어링을 넘어 기차ㆍ버스ㆍ택시ㆍ렌터카ㆍ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통합해 최적의 이동 수단을 공급하는 서비스다.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경로가 제시된다. 최적의 교통수단이 이동 순서에 맞춰 즉각 제공된다.

윔은 자가용 자동차를 굴리는 것 보다 훨씬 값싸고 편리하고 주차 걱정 없는 교통 서비스를 구현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저렴하고 편리한 이동을 표방하는 윔은 요금 결제 방식에도 이 취지를 반영했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일일이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월정액을 내기만 하면 된다. 이용 방법은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거나 선불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패키지 티켓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종류에 따라 3가지(라이트ㆍ미디엄ㆍ프리미엄)가 있다. 월 지불액은 각각 18만원대, 30만원대, 50만원대로 나뉜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인구의 10%가 윔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윔 같은 마스 서비스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태동하고 있다. 마스에서는 우버같은 차량공유도 연계 서비스의 하나로 포함된다. 마스 산업의 비즈니스 잠재력은 엄청나다. 미국 투자전문회사 ARK 인베스트는 2030년 마스 시장 규모를 10조 달러(약 1경1385조원)로 내다봤다.

구글은 이미 2009년 부터 자율주행 차량 ‘구글카’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이 그간 축적해온 자율주행 거리(2016년 10월 기준 200만 마일)는 구글을 제외한 전체 자동차업체의 자율주행 거리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구글이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들어 장기간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데 대해 전세계 모빌리티 업계는 긴장된 눈으로 주시한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네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먼저 자동차가 스마트기기화 될 경우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의 지위를 선점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OS)를 앞세워 스마트폰 속을 장악한 것처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의 OS 공급자가 되려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빅데이터다. 모빌리티 OS에는 지구촌 개개인의 이동 습관, 생활 패턴, 자율주행 차량 내에서 이동 중에 소비한 콘텐트나 상거래 활동 등 이 고스란히 담긴다. 이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은 무궁무진하게 창출될 수 있다.

이 밖에 자율주행 플랫폼을 통해 검색 광고 등 새로운 수입원이 확보될 수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자회사인 웨이모는 미국 완성차 업체에 최근 차량 6만대를 제작해달라고 주문했다. 애리조나에서 성업 중인 웨이모는 추가로 차량을 가동하는 만큼 주행 데이터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바이두는 20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 중이고 한국은 60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제한된 환경 안에서 가동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테크 자이언트인 애플도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미래자동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00명이 넘는 엔지니어가 참여 중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애플이 들인 돈이 2016년까지 50억달러에 달한다. 아이폰 개발(2억달러), 애플 와치 개발비(20억달러)를 보다 월등히 많다. 애플 역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자동차가 모바일 기기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모빌리티 업체로서 애플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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