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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커피 한잔하실래요?

여러분은 주로 언제 커피를 드시나요?”

전 커피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회사원일 때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편이었고, 프리랜서인 지금은 아침에 눈을 반쯤 뜬 상태로 커피 물부터 올리죠. 그렇다고 제가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커피 맛에 일가견이 있어서 거의 매일 아침 이러고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커피를 좋아할 뿐이죠.

제 지인은 아침에 카페로 먼저 출근을 합니다. 운 좋게도 괜찮은 카페가 근처에 있어 아침마다 ‘커피 타임’을 즐긴다는데, 상상해보면 그건 그것대로 무척 부럽습니다. 전문가가 내려준 신선한 커피와 이른 아침의 카페에서 느껴지는 부지런함, 성실함, 신선함, 여유로움, 쾌적함 같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낮 12시도 커피에 잘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시간대이기도 하고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간한 ‘커피류 시장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점심 이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전체 27.6%로 가장 많더군요. 두 번째로 많은 시간대는 출근 후나 오전 시간(20%)입니다.

오후의 커피가 빠지면 섭섭하죠. 일로 바쁜 평일 오후라면, 더더욱 커피가 절실하죠. 한창 업무에 집중하고 나면 카페인의 힘이 무척 필요하니까요. 주말 오후 친한 사람끼리 모이면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를 가볼까?”, “조금 걸어야 하지만, 요즘 OO 커피가 유명해”라고 말하는 것도 아주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최근 뜬다는 핫한 카페를 찾아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도 유행이죠.

물론 어떤 특정 시간이 아니어도 카페는 참 특별한 공간입니다. 커피나 차를 마시러 카페를 찾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도 카페라는 공간이 가진 힘이 있죠.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종교적 이유로 금지된 와인대신 커피를 마셨죠.
그림은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블에 생긴 카흐베하네 풍경입니다. [그림=위키디피아] 

카페의 조상 격인 ‘커피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생긴 카흐베하네(kahvehane: 커피하우스. 시기는 1554년 또는 1555년으로 알려집니다,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1475년에 생겼다는 설도 있죠. 어쨌거나 커피는 이슬람권에서 종교적 이유로 금지된 와인 대신 마시는 음료였다고 합니다.

15세기 말~16세기에 이슬람권에서 유행한 커피가 당시 이슬람 대국인 오스만제국으로까지 퍼졌다고 하죠.)로 전해집니다. 오늘날 주로 알려진, 그러니까 예술과 정치, 철학과 과학, 그리고 혁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커피하우스는 1600년대 유럽이 배경입니다.

유럽에서도 1650년 영국에서 처음 생긴 커피하우스는 사회의 새로운 주도계층으로 떠오른 부르주아 상인과 지식인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문학가, 정치인, 상인, 의사, 무역업자가 모이는 커피하우스가 따로 있었다고 할 정도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요? 프랑스혁명 그리고 미국독립혁명 같은 세기의 혁명도 그 시작은 커피하우스였다고 하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도 상당하리라 짐작합니다. 그렇게 역사는 쌓여 갔겠죠.

어쩌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카페라는 공간, 또는 카페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부터 각종 정치, 사회, 경제를 논하는 공동체의 거점이 되는 공간입니다. 바로 카페가 500년 상당의 역사를 지켜온 이유겠지요.

덕분에 카페가 참 많은 세상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선택의 여지가 넓어 좋습니다. 가보고 싶은 카페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많습니다. 한 번 가보고 좋으면 또 가고 싶으니, 가고 싶은 카페는 매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더군요.

소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카페를 업으로 삼은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요? 한국경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뉴스로 소개하는 뉴스래빗의 서울 커피 맵 기사를 보면 서울의 카페는 1만 5,184개(2017년 기준)라고 합니다. 전국의 카페 수는 9만 1,818개(2017년 기준)입니다.

“카페나 차려볼까…”라며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저를 신중하게 만든 숫자입니다. 게다가 카페는 수익성과 생존율도 다른 업종에 비해 낮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매출통계에 따르면 영업 수명이 '2년 미만'인 업체가 41.1%, '5년 이상'인 업체는 29.8%에 불과합니다. 

뉴스래빗의 통계를 봐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 카페의 평균 영업 기간은 423일(1.1년)~1,723일(4.27년)입니다.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다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고요.

1960~1970년대 건축한 양옥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프릳츠 도화점.


2014년 문을 연 프릳츠는 그 어렵다는 5년을 갓 넘어선 카페입니다. 정식 이름은 ‘프릳츠커피컴퍼니(Fritz Coffee Company)’입니다. 프릳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프릳츠커피컴퍼니는 빵과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들의 공동체라고 합니다. 회사 소개 내용도 굉장하지만, 프릳츠 매장 3곳(도화점·원서점·양재점)에 직접 가본 사람이라면 더 굉장한 사실에 놀라고 맙니다. 5년째 손님이 바글바글해서죠. 

여긴 아직도,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가게에 들어서며 진심으로 깜짝 놀라던 도화점의 한 손님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묻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프릳츠가 아직도 손님이 바글바글하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프릳츠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겠죠. 매장의 고유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프릳츠 직원들이 친절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카페를 선호한 경험이 있는 여러분이라면 납득할만한 이유일 것입니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 카페’ 혹은 ‘맛있는 그 집 커피(또는 빵)’를 말할 때 우리는 맛 자체만을 가지고 논하지 않습니다. 척 주관적인 이런 평가는 맛은 물론이고 그날의 날씨, 나의 기분,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때 나온 음악, 그리고 서비스까지 포함하죠. 그리고 저는 대체로 이 모든 요소를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이 만들어내고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람의 힘입니다. 그렇다면 프릳츠가 5년째 성황리에 영업하는 이유를 ‘프릳츠 사람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 일하는 방법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도화점 커피바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프릳츠 김병기 대표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는 프릳츠커피컴퍼니의 김병기 대표와 커피 한잔하는 사이(한창 취재를 하던 3월 한 달에 한정된 사이입니다만)가 됐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프릳츠를 찾은 날이면 김 대표는 특유의 미소와 함께 “커피 한잔하시겠어요?”라고 정중하게 묻고 맛있는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 주시더군요. 

대화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커피에 관심이 많다면, 맛있는 커피와 빵을 좋아한다면, 또는 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로망이라거나 카페 창업을 생각한 적이 있다면 흥미로울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핵심, 즉 대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관통하는 주제는 ‘일하는 방법’이었습니다.

2019년 한국, 그리고 서울(동시에 다른 여러 지역에서)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직업을 대하는 태도, 직업과 삶의 연관성, 그리하여 삶의 가치관을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있고 직업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을, 아니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을 그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이세라 외 2명

    매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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