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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창의성은 어디서 오나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어떤 책인가

실리콘밸리에선 회사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게 흔한 일입니다. 작년에 있던 회사를 올해 찾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죠.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똘똘한 인재의 집합체인데 말입니다. 왜일까요?

이 책의 저자이자 픽사의 창업가 애드 캣멀은 그 이유가 ‘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경쟁에 정신이 팔려 창의성을 헤치는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하는 걸 제때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저자는 책에서 33년간 픽사를 운영하며 얻은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하게 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모두가 창작자 마인드를 지켜야 합니다.

그의 주장을 어떻게 믿느냐고요? 개봉 25년이 넘도록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토이스토리>를 보세요. 올여름 개봉한 <토이스토리4>는 전 세계에서 1조217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감독과 각본가, 프로듀서와 애니메이터, 그리고 이들을 뒤에서 돕는 마케터와 경영진까지 다양한 사람의 고민이 깃든 결과물이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품의 성공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과정을 혁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모든 직원은 창작자입니다.

픽사는 어떻게 개개인이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할까요? 창의성을 높이는 픽사만의 조직 운영 노하우를 5가지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름을 고민하는 기획자의 삶에도 적용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정직해야 한다’는 말에 반론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직하기란 쉽지 않죠.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누군가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솔직하게 피드백했다가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직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조심스럽고 정중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때로는 수위를 조절하기도 하죠. 발언의 수위를 조절할 정도가 되면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됩니다.

정직하게 말했을 때 바보처럼 보지 않고, 기분 나쁘게 듣지 않는다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창의적 협업은 불가능합니다. 픽사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반드시 솔직해야 합니다. 에드 캣멀에 따르면 ‘픽사의 모든 영화는 초기 단계에서 더럽게 형편없기 때문’이죠. 더럽게 형편없는 상태에서 괜찮은 상태로 작품을 개선하는 것이 픽사 임직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솔직함은 잔혹하지 않다. 파괴적이지도 않다. 사실 그 반대다. 모든 성공적인 피드백 시스템은 우리 모두 한배를 탄 처지라는 생각, 우리 모두 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있어 당신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 p.155

그래서 애드 켓멀은 픽사의 모든 제작진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회의(회의의 이름은 브레인트러스트입니다)를 만들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당사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조언을 얻는 자리입니다. 이 회의에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룰이 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견을 제시할 뿐, 프로젝트 당사자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프로젝트를 소집한 사람은 특정 제안을 꼭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두 들으려 한다면,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룰 덕에 회의 참석자들 또한 부담 없이 솔직한 생각을 말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극도의 솔직함을 추구할 때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비판이 처벌이나 감정적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믿음입니다. 최고의 창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공포 없이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고 비평할 수 있는 구성원 간의 신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패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보다는 예전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려고 합니다.

픽사의 피트 닥터 감독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정신이 붕괴하고 이성이 얼어붙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프로젝트 전체를 망쳤다는 자책감에 빠져, 새로운 시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패의 무게에 짓눌려 과거의 성공을 답습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픽사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산인 기업이라면 더더욱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설령 그 도전이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는 실패의 두려움을 없애줄 자신만의 철칙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잘못된 것을 조목조목 따져 목록으로 작성해본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문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는 편이 모든 게 다 틀렸다는 비논리적 감정에 휩싸이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p.214

이 작은 노력은 실패의 두려움을 없애줬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습니다. 그 결과 피트 닥터 감독은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이란 작품을 내보일 수 있었습니다.

에드 캣멀은 직원의 창의성을 북돋워 줄 또 다른 방법을 제안합니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죠. 리더의 실패담을 들은 직원은 ‘나 역시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얻은 직원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공포는 많은 것이 걸린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다. 내 목표는 직원들이 공포에 압도당하는 것을 완화하는 것이다. 너무 잦은 실패는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실패 비용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p.164

스몰 토크와 타인에 대한 이해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합니다

일반적인 회의실의 풍경을 상상해 보세요. 준비가 덜 된 아이디어를 쉽사리 꺼내기 어렵지 않나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가 던진 제안이 형편없으면 어떡하지’, ‘이 회의로 내 능력을 평가받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이 언제나 만능열쇠인 것은 아니죠. 오히려 완벽함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그로 인해 경직된 회의실의 분위기가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에드 캣멀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란 때로 설익은 아이디어, 업무와 상관없는 대화, 그리고 농담 따먹기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역설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픽사에서는 이런 사람을 ‘아이디어 보호자’라고 부릅니다. 회의 안건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이죠.

픽사 경영진의 임무는 ‘아이디어가 위대한 작품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리 위대하지 않은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짓밟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다. p.191

픽사의 아이디어 보호자들은 회의 시작 전, 가벼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냥 사고 훈련이라 가정하고 이런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한번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와 같이요. 때로는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거나 지난 주말에 한 일을 얘기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대화가 오간 뒤 회의의 분위기는 놀랍도록 달라집니다. 먼저 직원들은 일상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유대감을 느끼고요, 다른 이들도(바로 아이디어 보호자들입니다) 무르익지 않은 아이디어를 꺼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얻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딱딱하고 어렵던 회의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바뀌고, 직원들의 소통은 활발해집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내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심성모형이란 것이 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두뇌 활동입니다. 이 심성모형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위협적인 것을 즉시 판별해 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동료, 친구, 가족 등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도 이 심성모형 덕분이죠. 마찬가지로 이는 개인에게 특정한 가치관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경험과 성격이 다른 만큼 저마다 다른 심성모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관점이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생각이 정답이라는 오류에 빠져 자유로운 회의의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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