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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도대체 왜 중요할까?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어떤 책인가

언젠가부터 ‘스토리텔링’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소설이면 소설, 영화면 영화, 이런 식의 장르 구분만 있었는데, 이야기가 있는 모든 것이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로 묶이기 시작했죠.

이미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를 넘어 식상한 키워드가 됐고, 기업의 제품, 브랜딩, 심지어 조직문화에서까지도 스토리텔링이 강조됩니다. 한 가지 이야기가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이름을 달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변주되는 것도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남다른 기획을 고민하는 기획자라면 이 흐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획 또한 스토리텔링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이렇게까지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요?

워싱턴&제퍼슨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젊은 학자 조너선 갓셜은 우리가 스토리텔링에 빠져들도록 진화한 동물, 즉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점을 이 책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적응해왔기 때문에 이야기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이죠.

남다른 기획은 남다른 ‘하우투’보다 ‘본질’에 대한 남다른 집착에서 나온다고 믿기에, 조너선 갓셜의 안내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본질에 한번 빠져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은 픽션, 이야기 등의 단어와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스토리텔링 본능 : 아이부터 어른까지

어느날 저의 다섯 살난 조카가 태권도와 비슷하지만 태권도는 아닌 어떤 이상한 격투 동작을 하며 방을 왔다갔다 하는 걸 봤습니다. 그러다 소리치더군요.

“어떠냐, 악당!”

‘누구랑 싸우는 거냐’고 묻자, 바닥이랑 싸웠다고 합니다. 바닥은 나쁜 놈이라고요. 삼십 대와 5세 간의 언어적 한계로 바닥이 왜 나쁜 놈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 조너선의 딸내미 애너벨과 애비게일 또한 다르지 않더군요. 소꿉놀이를 하거나 흉내내기 놀이를 합니다. 전 세계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요.

나이 어린 아이들을 한방에 데려다 놓으면 저절로 예술 행위가 벌어진다. 능숙한 즉흥공연자처럼 극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연기하며 때로는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와 현실을 넘나들기도 하고 연기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p.46

그런데 아이들만 그럴까요? 어른들 또한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지어냅니다.

우리는 해야 했거나 한 일,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떠올립니다. 회사에서 일어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하고요. 운전할 때, 걸을 때, 아침에 옷을 입을 때, 일을 하다가 먼 산을 볼 때 늘 어떤 상상의 나래가 머릿속에서 펼쳐집니다.

백일몽은 평균 14초간 지속되며 우리는 하루에 2000번가량 백일몽을 꾼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가량, 그러니까 일생의 3분의 1을 몽상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p.31

뿐만 아니라 여전히 문학을 읽고, 스크린을 통해 이야기를 만납니다. 원래부터 픽션으로 쓰인 것만 소비하는 것도 아닙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포츠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세요. 원래부터 픽션은 아니었으나 역경과 분투, 배신과 사랑 등의 요소를 넣어 픽션화 되죠. 광고도 역사도 정치도 모두 우리에게서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려는 인간의 충동은 문학, 꿈, 공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잠재한다. 우리는 뼛속까지 이야기에 푹 젖어 있다. p.39

우리는 이만큼이나 이야기와 가깝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빠져드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스토리의 구성요소 : 말썽

놀이 연구자 브라이언 서턴스미스는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나 해줄래?”라고 물었을 때 들은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짧고 두서 없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말썽’이 주제라는 거죠. 가령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원숭이가요, 하늘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떨어졌어요. 칙칙폭폭 기차가 하늘에 있어요. 제가 하늘에서 바다로 떨어졌어요. 보트에 탔는데 다리를 다쳤어요. 아빠가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p.56

말썽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였던 비비언 페일리의 관찰 연구에서 드러납니다.

사실 페일리는 처음엔 전쟁 놀이를 하는 남자 아이들은 격렬하고, 인형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은 고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여자 아이들의 놀이 내용이 ‘말썽’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남자 아이들 만큼 위협적이고 격렬한 ‘말썽’을요.

여자 아이들이 돌보는 아기 인형은 독이 든 사과 주스를 먹거나 악당이 훔치려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악당을 폭약으로 살해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즐겨 들려주는 동화와 동요는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식인 마녀에게 협박을 받거나, 늑대가 돼지를 삼키거나, 고아가 되거나, 질투 때문에 발을 잘라내는 이야기들이 있죠.

어른들의 이야기에도 물론 ‘말썽’이 주요 요소입니다. 한번 생각해볼까요? 말썽이 없는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사무실 내 에피소드를 다룬 <오피스>같은 가벼운 시트콤에도 문제 요소가 등장합니다. 두 직원인 짐과 팸이 연인이 될지의 문제는 그 시트콤을 계속 보게 하는 힘이 되죠. 민담, 설화, 현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전 세계 픽션에는 보편 문법, 즉 주인공이 말썽과 맞서 이를 극복하려고 분투하는 심층 패턴이 있다. p.81

그렇다면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이야기는 왜 이렇게 말썽에 집착하는 걸까요? 우리는 왜 이 ‘말썽’ 가득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걸까요?

스토리텔링에 빠져드는 이유 1 : 시뮬레이션

일부 진화 이론가들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사회생활의 주요 기술을 연습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야기는 위험한 사람에게 대들거나 남의 배우자를 유혹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줍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르지도 않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죽거나 다치죠. 우리에겐 지극히 비용이 낮은 대리경험일 뿐입니다.

게다가 우리 뇌도 실제 상황에 반응하는 것처럼 이야기에 반응합니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 과학자들이 발견한 ‘거울 뉴런’ 실험이 대표적으로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연구는 원숭이가 나무 열매를 집기 위해 손을 뻗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집는 것을 보기만 할 때에도 똑같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우리가 궁지에 몰린 이야기 속 주인공을 보며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는 것, 공포영화 속 희생자가 공격당할 때 우리의 몸 또한 움츠러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픽션이 허구임을 알더라도 정서적 뇌는 픽션을 현실처럼 처리한다. 우리가 슬래셔 영화의 여주인공을 향해 “휴대폰 내려놓고 뛰어! 제발 도망가! 달리란 말이야!”라고 소리치려는 어리석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p.88

이처럼 이야기를 통해 삶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술을 높이는 데 이롭기 때문에 우리가 말썽이 담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넘어 뇌 또한 반응하니까요.

스토리텔링에 빠져드는 이유2 : 생존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우리 뇌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신경회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신경회로는 좌뇌에 있습니다. 그때문에 사람들은 모호한 단서를 배열해 질서 정연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거죠. 마치 셜록 홈즈처럼요.

좌뇌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신경회로가 있다는 사실은 ‘분리 뇌’ 환자들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부분을 뇌량이라고 하는데요, 분리 뇌 환자들은 이 뇌량이 제거된 환자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힐 수 있었죠. 좌뇌는 말하기, 생각하기, 추론하기에 특화됐고 우뇌는 얼굴 인식, 주의 집중,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 등을 관장한다는 사실을요.

이를 증명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좌뇌와 우뇌가 따로 노는 분리 뇌 환자조차 이야기를 어찌나 교묘하게 지어내는지 실험실에서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이다 p.129

이야기는 아마 인류의 생존에 유리했을 것입니다. 우리 뇌가 이야기를 좋아하도록 진화한 것을 볼 때 추론할 수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세상에는 음모나 책략, 제휴, 인과 관계와 같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 이야기를 빠르게 탐지해내는 능력은 생존과 직결되었을 것입니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그림자 : 음모론

그런데 이야기에 대한 집착이 과할 때는 의미 없는 것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만들어내려고 하기도 합니다. 마치 구운 빵에서 예수의 얼굴을 찾아내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실험으로 증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와 마리안네 지멜입니다.

여기를 클릭해 두 학자가 실험을 위해 만든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아주 간단한 동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보고 방금 본 것을 묘사해보세요. 당신은 어떻게 묘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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