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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왜 조직문화인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스타트업이라서 필요해요.

“스타트업인데 조직문화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김성준 작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질문의 의도는 이랬습니다. 스타트업은 작은 조직이잖아요. 초기 기업일수록 비슷한 사람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창업가 그룹의 성향이나 성격이 조직에 그대로 묻어나는 시기니까요. 그러다 보면 구성원들끼리 상대적으로 더 친밀하고요. 그런데도 굳이 조직문화가 필요하겠느냐는 의미였습니다. 고백하자면 당장 다음 달,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 ‘조직문화’라니, ‘겉멋’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성준 작가는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답의 의도를 듣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인데요. 조직문화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스타트업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순 없을 테니까요.

Q. 조직문화, 굉장히 많이 쓰는 말이지만 정작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정의를 좀 내려주세요.
“에드가 샤인이라는 학자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조직문화는 한 집단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내부를 통합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학습하여 공유한 기본 가정’이라고요.”

Q. 기본 가정’이란 뭔가요?
“‘세계관’이란 단어로 대체할 수 있어요. 판타지 소설을 보면 세계관이 있잖아요. 그 세계의 정의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영웅이 되고, 어떤 사람이 반역자가 되는지 등이요. 그런 세계관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같은 걸 결정합니다.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나요? 캐릭터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작가가 부여하기도 하죠. 조직문화도 마찬가지예요. 에드가 샤인의 정의처럼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학습하기도 하고, 그렇게 학습한 걸 집단 차원에서 다음 세대나 구성원에게 학습시키기도 하죠.

Q. 다음 세대나 구성원에게 학습시킨다고요?
“아마존 직원들은 ‘도어 데스크’라는 책상에 앉아서 일해요. 문짝을 뜯어 만든 것 같은 이 책상은 창업 초기 제프 베조스가 책상보다 문짝이 싼 걸 보고 문짝을 사다가 책상을 만들어 쓴 데서 유래했어요. 도어 데스크를 만들어 쓰던 정신은 비용을 아끼고, 그걸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요. 그 ‘세계관’을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학습시키기 위해서 ‘도어 데스크’를 지급하는 거죠.”

Q. 일반적으로 조직문화는 HR(Human Resource) 부문에서 담당하던데요, 조직문화는 HR에 포함되는 건가요?
“HR을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성원을 집단으로 이르기도 하고, 때로는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 맨파워를 뜻하기도 하고, 인사와 채용·교육 같은 구성원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 또는 그런 제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조직문화가 HR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서 HR은 제도로 쓰인 듯한데요, HR 제도는 시스템입니다.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배치하고, 평가하고, 해고하는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놓은 거죠.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는지 정하고, 누가 그걸 주관할지 문서화해놓은 겁니다. 반면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죠. 암묵적이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경쟁이 최고의 품질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진 조직과 ‘협력이 최고의 품질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진 조직이 있다고 해봐요. HR 제도가 같을까요?”

Q. 조직문화가 HR에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창업 초기에는 조직문화가 HR에 선행합니다. 창업가 그룹 2, 3명이 모여서 제품을 만들면서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생기거든요. HR 존재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거죠. 그러다 구성원이 늘면서 담당 부서와 시스템이 생기면, 그게 다시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뽑아서 교육하고 평가하는가는 조직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잖아요. 조직문화와 제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셈이죠.

Q. 그렇다면 왜 조직문화가 중요한가요? 시스템으로서의 HR이 더 중요할 거 같은데요?
“둘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스타트업으로 좁혀서 생각하면 답이 달라집니다. 스타트업에선 조직문화가 중요해요. 구조와 특성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스타트업은 심플해요. 구성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담당자 뽑고 부서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또 스타트업은 속도가 경쟁력이에요.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성이 여기서 나옵니다. 작고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수정해요. 제도는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Q. 제도는 속도를 떨어뜨리나요?
“제도는 원칙과 절차로 구성되는데, 절차는 A 다음엔 B로 가야만 해요. 특정 단계를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로 가는 거죠. 공정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선 절차가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정확성보다 속도가 중요하잖아요. A에서 Z로 바로 갈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 제도보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거죠.”

조직문화와 과제 달성, 그리고 스타트업

Q. 조직문화가 나빠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성공하는 팀이 있잖아요. 조직문화가 성과를 내는 데 필수요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수많은 연구가 조직문화는 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조직문화가 좋으면 더 높은 확률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성공해요. 다만 스타트업에선 그 연결고리가 약해요.”

Q. 왜죠?
“성과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투입되는 리소스의 양, 규제 문제 같은 다양한 게 영향을 미쳐요. 대기업의 경우 이런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요. 사람도 있고 돈도 있으니 집어넣으면 되죠. 대관 담당 부서를 두고 정부나 국회의 소통 채널을 관리하고 있으니 규제 문제도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쉽고요. 환율 이슈 같은 경제적 이슈도 유보금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그렇질 못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좋다고 해도 이런 변수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거죠.”

Q.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조직문화보다 그런 외부 변수를 통제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외부 변수를 다 통제할 수 있으면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이죠. (웃음)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스타트업도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바로 조직문화죠.

Q. 조직문화 성과를 체감할 수 없는데, 조직문화에 신경을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스타트업은 성과와 과제를 분리해야 합니다.”

Q. 성과와 과제를 분리한다는 게 어떤 건가요?
“제가 네이버 개발자라고 가정해 보죠. 아내가 가계부 쓰는 걸 보면서, 앱 서비스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모으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모아 창업을 합니다. 5개월 안에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어 출시하기로 합니다. 이건 과제에요. 그런데 5개월 안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기로 했다면, 그건 성과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조직문화와 성과 사이엔 너무 많은 변수가 작용해요. 스타트업은 그걸 다 통제할 수 없고요.”

Q. 조직문화가 과제 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데요.
“창업 얘기로 돌아가 보죠. 3명이니까 처음엔 그냥 모여서 일할 겁니다. 누가 나서 정하지 않아도 수시로 모여 회의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삐걱거리기 시작할 겁니다. 이견 조율이 안되는 순간도 오고, 갑자기 경쟁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런 순간을 거치면서 룰을 정하기도 하고, 새롭게 다시 방향을 설정하기도 하겠죠. 그렇게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조직문화에요. 그 과정이 잘 안되면 맨날 회의라고 부르고 의견 충돌이라 부르는 게 반복될 테고 5개월이 지나도 앱은 안 나와 있겠죠.”

잊으셨겠지만, 조직문화의 정의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세요.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학습하고 공유한 기본 가정, 전제 아니었나요? 문제를 해결하면서 체득한 기본 전제라는 점에서 조직문화가 과제 달성(문제 해결)과 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Q. 조직문화가 좋으면 문제 해결, 과제 달성을 더 잘한다는 거죠?
“‘더 잘한다’는 말이 모호한데요, 빈도로 생각해보죠. 조직문화가 좋으면 과제 달성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요. 다시 말하면, 조직문화가 좋지 않아도 과제를 달성할 수 있어요. 심지어 성과를 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걸 반복할 순 없어요. 반복해서 과제를 달성하려면 조직문화가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과제를 달성해야 성과도 나오겠죠. 성과가 날 때까지, 그러니까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려면 조직문화가 좋아야 해요.”

김성준 작가는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조직문화가 좋지 않아도 제품도 잘 만들고 잘 팔고 투자 유치도 잘하는 곳 많은데, 왜 굳이 조직문화에 신경 써야 하나요?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로 이미 아주 바쁜데 말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겁니다. 지치지 않고 문제 해결과 과제 달성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좋아야 합니다. ‘문제 해결과 과제 달성의 반복’은 스타트업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는 있는데, 과정에 대해 합의된 건 거의 없는 상황이니까요. 때로는 목표조차 제대로 없는 경우도 많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례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시도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제품을 고쳐야 하죠. 업계 용어로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찾는 겁니다.

그런데 잠깐, ‘문제 해결과 과제 달성의 반복’은 비단 스타트업에게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Q. 문제 해결의 반복이 중요하지 않은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기업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런데도 조직문화가 스타트업에 있어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 말곤 가진 게 없으니까요. 대기업엔 사람도 있고, 돈도 있고, 시스템도 있습니다. 내부 채용도 가능하고, 그게 어려우면 신규 채용해도 사람 많이 옵니다. 업계 구루를 스카우트해올 수도 있고요. 신사업팀을 지원할 총무팀과 인사팀, 법무팀 등이 있으니 신사업팀은 진짜 사업만 하면 됩니다. 이게 바로 시스템의 힘이죠. 정 안 되겠으면 그거 잘하는 스타트업 하나 인수하면 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어떤가요? 가진 거라곤 아이디어와 지금 모여 있는 몇 명 안 되는 사람뿐이잖아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 모인 사람들이 협업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것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회사 자체가 없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조직문화가 중요합니다.

Q.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 보면, 영업도 해야 하고 투자도 받아야 하는 목전의 일이 있어요. 당장 돈이 떨어져 가는데, 영업과 투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최고경영자(CEO, Chief of Executive Officer)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내치(內治)와 외치(外治)죠. 영업이나 투자는 외치에요. 당장은 그게 더 신경 쓰이겠지만, 내치가 바로 서야 해요. 구성원들이 합을 맞춰 제대로 된 제품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고객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밀레니얼의,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스타트업에 있어 ‘조직문화’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밀레니얼입니다. 사실 조직문화를 범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이들이죠. 본격 밀레니얼 세대인 90년대생들이 기업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신입사원을 포함한 저연차 직원들의 퇴사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이 채용과 교육에 들인 막대한 비용을 허공에 날리면서, 밀레니얼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조직문화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됐죠.

대기업에 독이 됐던 조직문화가 스타트업에는 득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대기업을 떠난 혹은 애초 대기업을 선택지에 넣지 않았던 밀레니얼은 더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어떤 밀레니얼은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어떤 밀레니얼은 스타트업에 입사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스타트업 씬은 밀레니얼의,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Q. 스타트업과 밀레니얼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조직문화 차원에서 중요한 대목 같은데요?
“밀레니얼과 저성장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밀레니얼은 부모보다 가난하게 사는 첫 세대입니다. 저성장의 덫에 걸린 거죠. 이전 세대는 고성장의 열매를 자신이 속한 기업과 나눠 가졌습니다. 회사는 조직원에게 야근과 주말 근무를 요구했고, 그만큼 보상했습니다. 고용은 정년까지 보장됐고, 호봉제라는 이름으로 성과에 관계없이 연차가 쌓이면 월급도 올랐어요. 하지만 기업은 더는 그럴 수 없어요. 과거처럼 성장할 수 없으니까요. 고용을 보장하기는커녕 채용마저 꺼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밀레니얼이 ‘까라면 까라’는 군대식 문화를 견딜 이유가 없어진 거죠.”

Q. 말씀하신 대로 기업이 줄 수 있는 게 작아지면서 더 과감하게 사표를 쓸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취업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잖아요. 퇴사 이후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도 사표를 쓰는 건 왜죠?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어요. 첫 번째, 밀레니얼은 경쟁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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