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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와 바꾸기는 다르다 : 20년 차 스타트업 텔레칩스의 조직문화

만들기와 바꾸기는 다르다 : 20년 차 스타트업 텔레칩스의 조직문화

Story Book성공을 거듭하는 조직의 비밀 : 스타트업 조직문화 탐구서

17분


사실 덩치로 보면 텔레칩스는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보다 작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임직원은 800명이 넘고, 텔레칩스는 300명이죠. 매출과 영업이익을 봐도 그렇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3193억 원(매출)을 벌고, 586억 원(영업이익)을 남겼습니다. 텔레칩스는 1261억 원(매출)을 벌고, 82억 원(영업이익)을 남겼고요.

무슨 얘기를 하려고 서설이 이렇게 기냐고요? 텔레칩스의 조직문화를 들여다보는 포인트는 ‘스타트업이 이만큼 커졌을 때’가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스타트업이 이만큼 오래됐을 때’가 포인트죠. 덩치 면에서는 분명 텔레칩스보다 압도적이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아직 8년 차입니다. 10년 후 우아한형제들이 시장에 존재할지는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텔레칩스로부터 얻어야 할 건 20년을 살아남은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죠.

5년, 10년 사업하려고 창업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영속하는 기업을 꿈꿉니다. 하지만 살아남기란 만만치가 않죠. 다행히 비교적 빨리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찾았다고 해도, 그 시장이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에 맞춰 주력 상품을 바꿔가며 살아남아야 하고, 그래야 기업은 영속할 수 있습니다. 텔레칩스는 바로 이걸 해봤죠. 모바일 반도체에서 전장 반도체로의 전환을 말입니다. ‘스타트업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텔레칩스 창업가 이장규 대표를 만난 건 그래서입니다.

두 번째 데스밸리를 넘다

텔레칩스는 올해 들어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고 사내 공유하며 조직문화 정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창업자인 이장규 대표가 있습니다. 그는 2014년 대표가 됐습니다. 창업 15년 간 대표를 역임해온 서민호 전 대표에 이어 키를 쥐었을 당시 매출은 753억 원에 영업이익 17억 원이었습니다. 매출은 5년째 답보 상태였고, 영업이익 역시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째 데스밸리가 찾아온 겁니다.

1999년 세워진 텔레칩스가 창업 5년 만에 IPO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같은 스마트폰 이전의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업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2008년 연 매출 892억 원을 달성하며, 연 1000억 매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뒤로 모든 게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은 ‘빅 자이언트’ 업체 몇 개가 시장을 다 먹습니다. 삼성전자, 퀄컴, TSMC 등이 대표적이죠. 제조사 역시 애플과 삼성, 중국 화웨이 등 몇 개 안 되고요. 우리는 거기에 끼지 못했고, 낄 수 없습니다.

첫 번째 프로덕트였던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시장이 죽으면서 2009년 이후 텔레칩스 성장에는 브레이크가 잡혔습니다. 돌파구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Q. 취임 당시 어깨가 상당히 무거웠을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2007년 자동차용 오디오 프로세서를 만들었거든요. 카 오디오에 USB 포트를 장착할 수 있게 만들면서 전장 시장에 들어갔는데, 휴대전화 반도체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전장 반도체 시장이 성장했어요. 자동차가 컴퓨터가 되는 ‘스마트카’를 필두로 한 모빌리티 시장이 급성장했잖아요. 카 오디오 프로세서를 공급하면서 그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덕에 회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전장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텔레칩스는 없어졌을 겁니다.”

Q. 자동차 시장이 열릴 거라는 걸 예측한 건가요?
“맞는 예측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다음 제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업에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해요. 사실 전장 반도체에 몇 년을 투자하면서 돈 한 푼 벌지 못했어요. 그때 휴대전화용 반도체가 떠받쳐 줬습니다. 그리고 주력 제품이 힘을 잃었을 때 전장 반도체가 치고 올라왔고요. 지금은 전장이 텔레칩스를 먹여 살리지만, 이 시장 역시 언제 바뀔지 몰라요. 우리가 셋톱박스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는 건 그래섭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Q. 현대차가 제조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오디오 칩의 85%가 텔레칩스 제품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자리를 잡은 건가요?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 시장의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빅 플레이어가 없어요. 글로벌 시장 전체의 20~30%를 장악한 제조사가 없어요. GM, 폭스바겐, 르노, 도요타, 현대 같은 메이저 플레이어 연 생산량이 1000만대 수준이고, 연 50만대 아래로 생산하는 업체도 많고, 회사마다 특장점이 달라요. 그래서 기회가 있는 거죠. 퀄컴 같은 곳들은 반도체 칩을 개별 업체에 맞춰주는 일명 커스터마이징에 인색하거든요. 자동차 제조사의 세세한 요구를 공략하면 기회가 오는 거죠.”

Q. 그렇다고 해도 반도체 설계야말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 아닌가요?
“전장 반도체 시장이 이제 막 열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입할 기회가 많은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 정도가 아니면 진입하기가 쉽지 않죠.”

Q. 중소기업인 텔레칩스가 어떻게 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건가요?
“중소기업의 반도체 칩을 채택하기 꺼리는 이유는 없어질까 봐 에요. 소비자가 제품을 사면 몇 년은 쓰잖아요. 자동차는 10년씩도 타고요. 그 기간은 A/S 수요가 발생한다는 건데, 거기 들어간 반도체 회사가 없어졌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있다는 걸 계속해서 알려야 해요. 우리를 알고 있어야,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당장 매출이 일어나지 않아도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제적으로요. 몇 년 제품을 보여주다 보면 ‘어, 얘네 제법 오래 가네?’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유럽에 우리 제품을 들고 가면 ‘듣보잡’ 취급을 받았어요. 만나주지도 않았죠. 그런데 몇 년을 그렇게 하니까, 이제 만나줍니다. 그렇게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빈틈이 보여요. 제조사가 아쉬워하는 지점이 말입니다. 그때 우리는 거길 공략해서 제품을 제안하고요.”

선제적으로 가자

Q. ‘선제적 투자’라는 단어가 귀에 꽂힙니다.
“20년쯤 되면 연 매출 5000억 원 정도 하는 회사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텔레칩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을 했어요. 여전히 고민하고 있고요. 선제적 투자는 그 고민 끝에서 나온 겁니다. 투자는 상황에 따라 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하자’가 아니라 로드맵을 가지고 해야 해요. 그래야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Q. 투자의 선순환은 어떤 건가요?
“저희가 기술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게 ‘품질’이었어요.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중소업체로서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품질이 중요해요. 품질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품질이 낮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데 쓰는 비용을 말이죠. 문제 해결에 돈을 쓰는 네거티브 체인을 끊고, 그 비용을 투자에 다시 집어넣을 수 있어요. 선제적 투자가 결과적으로 비용을 투자로 바꾸는 포지티브 체인을 만든 겁니다.”

Q. 선제적 투자의 핵심은 기술과 영업 네트워크였군요?
“하나 더 있습니다. 조직문화에요. 조직문화는 두 번째 데스밸리를 건너온 지금 텔레칩스가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이죠.”

이장규 대표를 만난 건 텔레칩스가 두 번째 데스밸리를 건너온 만 20년 업력의 기업이라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조직문화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텔레칩스는 지난해부터 미션과 비전을 재정립하고 사내 공유하며 조직문화 정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올 5월 이장규 대표는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는 조직문화 간담회를 9차례나 열기도 했죠. 300명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설명회를 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30여명씩 9번을 만나는 소규모 간담회를 선택했죠. 돌고 돌아 왜 조직문화일까요?

Q. 왜 조직문화인가요?
“회사가 가장 힘들었을 때가 2013~2014년 무렵이었어요. 매출은 고만고만하고, 가지고 있던 제품 중에서 뚜렷하게 성장세가 보이는 것도 없었어요. 구성원들 마음이 떠나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얼떨결에 대표가 된 거예요. 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접을 건 접고, 졸라맬 건 졸라맸죠. 저는 변화는 당위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당연히 따라와 줄 거라고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더군요.”

Q. 어땠나요?
“변화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어요. 변화를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세게 변화에 대해 주문을 했죠. 견디지 못한 사람들을 회사를 떠났습니다. 변화에 적응할 생각이 없다면 저 역시 붙잡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고 나니 오히려 변화에 탄력이 붙었지요”

Q. 그렇다면 조직문화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닌가요?
“전열을 가다듬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런데 각자가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면 될까요? 공을 여러 명이 각자의 방향으로 힘껏 당기면 어떨까요? 안 움직이겠죠. 한 방향으로 밀거나 당겨야 움직여요. 조직이 움직이려면 방향, 지향점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모두가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게 바로 조직문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만들기와 바꾸기의 차이 : 다 같이 그리고 동시에

Q.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었나요?
“저희도 한때는 매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까지 얼마 매출을 달성하자’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그런 식의 목표는 사람을 지치게 했어요. 결과적으로 마음도 떠나게 하고요. ‘왜’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목표는 주입된 목표거든요. 회사의 방향 혹은 지향과 나의 방향 혹은 지향의 ‘싱크’가 맞아야 해요. 그래야 회사의 방향이 내 방향이 되는 거거든요.

Q. 구성원들이 스스로 ‘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가요?
“대표가 되기 전, 부사장이던 시절부터 C5란 걸 해왔어요. ‘Change by 5 minutes’의 줄임말인데, 저랑 직원 10명이 1시간 동안 미팅을 합니다. 참석자 1명에게 5분씩을 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합니다. 50분간 듣고 제가 10분간 답하는 거예요. 그때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왜 이 업무를 하는지 모르겠다’였어요. 업무가 주어져요, 언제까지 하라는 시한도 같이요. 그런데 정작 이걸 왜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거예요. 더 나아가면 이 질문은 ‘왜 텔레칩스에서 일하는지 모르겠다’가 됩니다. ‘우리는 왜 여기서, 그것도 아등바등 일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퀄컴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Q. 어떻게 해야 ‘왜’에 스스로 답할 수 있죠?
“그러려면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해요. 주어진 일을 하면 안 됩니다. 스스로 일을 디자인해야 해요. 회사는 디자인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를 가이드하면 됩니다.

Q. 텔레칩스는 어떻게 하셨죠?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The Color of Telechips’라는 이름에 담아서 공유했어요. 이른바 핵심가치죠. ‘The Color of Telechips’는 크게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총 9개의 가치를 담았어요. 세 가지 주요 가치를 중심으로 설명을 좀 해볼게요. 먼저 일할 때, 자기의 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telling stories). 그러자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할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일할 때는 결과적으로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realizing value).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방향에 대해 서로 동의한 후, 의사결정하고 액션을 해야죠. 그래야 결과가 나오니까요. 마지막으로 일을 통해 우리는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earning trust). 그러자면 양이 아니라 질을 우선시해야 하고, 뭔가를 수행하면서 항상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다시 규정하기 위해 이장규 대표는 사람을 뽑았습니다.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기능만 있던 텔레칩스 HR 부문에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OD(Organization Develop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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