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book / Hey bro! 새로운 남자, 20대가 온다.

Hey bro! 새로운 남자, 20대가 온다.

시리얼을 사다 달라는 말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그는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시리얼 진열대와 마주합니다. “이게 무슨….” 그는 한참이나 상품진열대를 바라봅니다.

비비로션, 모이스쳐크림, 이레이징 펜, 스크러버, 픽싱파우더까지. 대형 쇼핑몰 혹은 드럭스토어에 있는 ‘맨즈 그루밍(Men’s Gromming)’ 코너에서 멍하니 서 있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앞서 묘사한 영화 <허트 로커 Hurt Locker>에 등장하는 폭발물 처리반 중사 제임스(제레미 레너 분)가 고국으로 돌아와 마주한 시리얼 진열대에서의 심정을 이해할 겁니다.

아직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루밍(Grooming)이란 마부(Groom)가 자신의 말을 관리하는 행위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과거에는 말을 비롯한 온갖 동물의 털을 손질하는 것을 그루밍이라 불렀죠.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돼 남성이 자신의 몸을 치장하는 행위까지 ‘그루밍’이라 부릅니다. 자신을 꾸미는 행위를 뷰티(Beauty)라 부르기에는 수줍었던 모양입니다.

남성 소비자 그룹은 아직도 화장품 시장에서 ‘미지의 존재’입니다. 국내 남성 대부분이 기초화장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 별도의 그루밍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제품만 봐도 알 수 있죠. *20~30대 남성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종류는 폼 클렌저와 스킨ㆍ로션ㆍ립밤 등을 포함하여 평균 8개인 반면, 같은 나이대 여성의 경우 향수ㆍ네일케어 제품을 빼고도 평균 15개의 화장품을 사용합니다.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고를 때도 남성의 평균 이동단계는 2.8단계, 여성들은 6.3단계라고 하니 아직 남성들은 자신을 치장하는 데 있어 고민이 깊지 않고, 돈도 덜 쓰는 셈입니다.

*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19, 오픈서베이, 뷰티 트렌드 리포트 2018, 오픈서베이

이런 시장에서, 화장품 회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소비자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우선 남성들의 화장품 관여도가 낮아 마케팅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여의치 않습니다. 게다가 제품의 클레임 비율이 낮고, 브랜드 선택 행동에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60%일 정도로 수동적이죠.

“소비자의 속마음을 모르니 선뜻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남성화장품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이끌고 있는 홍성해 팀장. 그는 폴인 스터디 [남성그루밍비즈니스 연구회]에서 브로앤팁스 런칭 배경을 설명하며 '그루밍을 즐기는 더 디테일한 새로운 남자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에서 남성화장품 브랜드 ‘브로앤팁스(BRO&TIPS)’를 이끌고 있는 홍성해 팀장(이하 홍 팀장)은 이런 시장을 가장 앞서 개척하고 있는 주인공입니다. 2017년 7월 탄생한 브로앤팁스는 성장하는 20대 남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린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 출발한, 손꼽히는 성공 사례이기도 하죠. <남성그루밍비즈니스 연구회> 홍 팀장은 브로앤팁스의 정식 론칭을 앞두고 그들이 시장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와 경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홍성해 팀장은 그루밍 시장에 관한 관심 덕에 입사 이후 줄곧 남성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그는 11년 동안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하며 “남성 화장품 라인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회사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이 20년 가까이 남성 전문 화장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라네즈 옴므, 헤라 옴므, 아이오페 맨처럼 여성 화장품 브랜드에 남성 라인을 추가하는 식으로 시장에 접근했죠. 그러나 여성 브랜드에서 파생된 남성 브랜드를 성장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남성 브랜드이 마케팅을 강화할수록 모(母)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을 고민하는 홍 팀장에게 이것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 비오템(Biotherm)을 예로 듭니다. 비오템은 남성라인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남성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대신 여성 제품의 매출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었죠. 따라서 홍 팀장은 여성 브랜드에서 파생된 남성 화장품이 아닌, *랩 시리즈(LAB-SERIES) 같은 남성 전문 화장품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남성 화장품 시장에 남성 전문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랩 시리즈는 에스티로더 그룹의 남성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다. 1987년 런칭해, 세계적으로 분당 4개의 랩시리즈가 판매될 정도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 한 가지 목표를 더했습니다. 바로 ‘온라인에서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3명 중 2명이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이것은 필연적인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남성화장품 시장분석 보고서(2017)에 따르면 여성 화장품의 경우 로드샵이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지만 남성 화장품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수치로 따지면 약 65%의 남성 고객이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약 91%의 고객이 온라인에서 화장품에 관한 정보를 얻습니다. 


  • 그루밍 최전선 5개 기업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남성 소비자는 누구인가.

    신기주 외 6명

    매주 화

스토리북 구매하기
Top
팝업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