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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멋남을 사로잡는 법

“레트로(Retro)란 흘러간 대중문화에 향수를 느끼며 과거의 것을 무분별하게 복제하는 것이 아닌, 복제와 인용을 통해 과거를 창의적으로 복원한 시대양식이다”

책 『레트로 마니아』의 서문에서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레트로’를 위와 같이 정의합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레트로는 모든 시대에 존재했고, 끊임없이 반복되며, 때로는 진정성을 담은 문화로, 때로는 하나의 소비양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 (2011)는 모든 시대에 존재하는 레트로 마니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길’은 소설가를 꿈꾸는 헐리우드의 각본가입니다. 그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버린 글쓰기에 환멸을 느끼며, 문학의 황금기인 1920년대를 동경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약혼녀와 함께 파리를 방문하게 된 길은 진로 문제로 약혼자와 다투게 됩니다. 이제는 각본이 아닌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의 말이 갈등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온 길은 술에 취해 거리를 거닐다 길가에 세워진 클래식 카에 오릅니다. 잠시 후 차에서 내린 길은 놀라운 광경과 마주하게 되죠. 그곳은 캬바레에서 콜 포터가 음악을 연주하고, 헤밍웨이가 담배를 태우며 타인의 소설을 검토해주는 1920년대 파리였습니다.

꿈꾸듯 파리 곳곳을 누비며 감탄사를 연발하던 길은 자신의 이상형인 ‘아드리아나’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또한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가 1920년대를 동경한 것처럼, 아드리아나는 ‘벨 에포크’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레이놀즈의 말처럼 르네상스가 그러했고, 또 의 아드리아나가 그러하듯 레트로 마니아는 그 형태만 다를뿐 어느 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입니다.

흘러간 대중문화를 동경한 길의 이야기 가 개봉할 즈음, 미국에서는 1920년대 유행을 복원하는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었습니다. 뉴욕 골목에는 금주령시대 미국의 신사들이 즐겨 방문하던 스피크 이지바(Speakeasy Bar)는 물론,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한 남성 전용 바버샵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루밍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기죠.

이번 시간의 주인공인 남성 전용 바버샵 헤아(HERR)의 이상윤 대표는, 당시 외국계 투자은행을 막 퇴사하고 ‘도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뉴욕의 옥상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빌딩 옥상에 펼쳐진 텃밭이 아닌 옛 남자들의 멋을 재해석한 바버샵이었습니다. 고풍스런 빈티지 가구와 남성 전용 헤어 제품이 늘어선 FSC바버샵(Freemans Sporting Club Barbershop)이 과거의 향수를 머금은 채, 시대를 넘어서는 멋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멋지게 입고 사는 것을 꿈꾸던 이상윤 대표는 우연히 들어간 바버샵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나오면서부터 ‘헤아’에 관한 구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옛 문화의 재활용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대표의 눈에는 레트로 열풍이야말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바버샵 사업을 더할 나위 없는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도시 농업의 꿈은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1%의 남성을 사로잡는 1% 바버샵

폴인 스터디 [남성그루밍 비즈니스 연구회]에서 3번째 강연을 맡은 헤아의 이상윤 대표. 이 대표는 상위 1% 남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는 디테일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윤 대표는 ‘상위 1%의 남성을 사로잡는 법’이라는 주제로 80분 가량 강연을 했습니다. 2013년 겨울, 한남동에 첫 매장을 연 헤아는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습니다. 내로라하는 브랜드가 헤아와 협업을 진행했죠.

샤넬·루이비똥·구찌·콘스탄틴 같은 명품부터 앳킨슨·조니워커·필립 모리스·벤츠·할리데이비슨 처럼 남성이 선호하는 여러 브랜드가 헤아와 함께 크고 작은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그루밍 비즈니스 연구회의 모더레이터자 에스콰이어 편집장 출신인 신기주는 “2013년 겨울,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 중 헤아에 가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라고 말합니다.

6년이 지난 현재, 헤아는 서울 내 5개, 홍콩에 1개 매장을 운영하며 리퍼트 전 미국대사, 김창옥 교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남성을 단골로 둔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었고, 어떤 방법으로 그루밍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말해 헤아의 창업 스토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대중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의 필수요소인 ‘위기’와 ‘절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헤아는 오픈하자마자 ‘대박’을 쳤습니다. 때문에 창업 초기 비용이 바닥날까 걱정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 헤아의 성공비결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창업 초기 헤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오픈 기념 파티의 공이 큽니다. 기획 당시 한남동 매장에 100명 가량의 손님을 모실 예정이었지만 행사 당일 500명의 인파가 몰리며 ‘대박’을 쳤습니다. 국내에서 보기드문 정통 바버샵의 론칭 소식에 ‘멋남’(멋있는 남자)들이 앞다투어 찾아온 것입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파티는 무사히 진행됐습니다.

독일의 유명 브랜딩 팀과 협업해 만든 브랜드 로고, 해외 경매에서 사들인 빈티지 가구로 꾸민 매장 인테리어, 유명 감독과 협업해 만든 정성스러운 브랜드 소개 영상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우버’에서 협찬한 리무진을 타고 싱글몰트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헤아는 이곳에서 위스키와 시가는 물론, 구두를 신고 온 멋쟁이들을 위한 슈케어를 제공했습니다. 까다로운 신사들의 취향을 만족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한 것입니다.

사실, 일개 바버샵의 오프닝 행사치고는 꽤 호화스러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볼 수도 있었죠. 미용업계의 전문가가 연 가게도 아닌데다, 유명 바버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파티가 성공한 것은 당시 그루밍 시장이 멋내기 좋아하는 남성들의 갈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브랜딩부터 영상작업, 오프닝 파티까지 엄청난 노력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지만, 파티 다음날부터 몇 주간의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 대표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일에 집중했기에 헤아가 멋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스스로가 멋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이기에, 멋남들이 느끼는 갈증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에서 천천히, 충분한 서비스를 받으며 자신만의 ‘멋'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그루밍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체득한 것입니다.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충족시킬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입니다. 이 대표는 남성들이 막연히 상상해온 그루밍에 관한 수요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고, 헤아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임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바버샵 콘텐츠를 현지화해라.   

헤아의 전략적인 브랜딩과 오프닝 파티가 시장 안착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바버샵을 열기로 결심한 뒤, 이 대표는 1년 가까이 그루밍 분야의 최고 기술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훌륭한 바버(Barber)는 물론이고, 면도와 슈케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장인을 섭외하려 애썼고, 그들의 기술을 배우는 데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직원들과 함께 미국과 영국의 유명 바버샵을 방문해 서비스를 배우고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습니다. 짤막한 해외연수를 다녀온 셈입니다.

이 대표는 바버샵도 현지화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한국 남성에 맞는 모질 특성이 고려되어야 만족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버샵을 향한 비판 중 하나는 “바버(Barber)가 되기 위한 연습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커트 외에도 퍼머와 같은 모발 관리 기술을 익히기 위해 최소 1~2년 동안 훈련을 받는 미용사와 달리, 커트와 포마드 위주의 작업을 하는 바버의 훈련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입니다. 이대표는 이런 비판에 대해, 바버샵도 현지화 되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고객서비스에 대한 현지화 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현지화도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헤아에서는 기존 바버샵에서는 하지 않는 화학시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남성들의 모질 특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죠. 또 앞을 내다보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한국 남성들은 면도, 수염을 관리하는 비율이 낮아서 다른 바버샵에서 면도교육 기간이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 년에 걸쳐, 이론부터 실습까지 면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루밍에 관련한 남성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점점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용실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제공하고, 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구두를 닦아주는 등 바버샵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는 고객이 헤아를 그저 그런 커트 전문점이 아닌 ‘남성들을 위한 특별한 휴식처’로 느끼게 만듭니다. 다재다능한 바버를 기르기 위해 ‘바버 양성 가이드’도 제작했습니다. 가이드에는 미용 기술 외에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방면의 지식이 담겨있습니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헤아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꼽는다면 시대적 흐름’일 것입니다. 이 대표는 2010년을 기점으로 ‘꽃중년’, ‘액티브 시니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그루밍이 1-20대만의 전유물이 아닌 3-40대, 나아가 5-60대에게도 환영받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남성들이 몸에 꼭 맞는 수트, 정돈된 헤어, 깨끗한 피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2010년 이후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한 중년 남성들이 점차 자신의 남성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헤아는 이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구체화될 무렵인 2013년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여성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미용실과 헤어살롱에서 머리를 자르던 중년 남성들은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대로 외모를 가꿀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본인을 위한 일이라면 넉넉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중년 남성들은 바버샵의 등장 이후 더이상 사우나 속 이발소나 동네 이용원에 가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바버샵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1%를 위한 선택, 99%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 

물론 중년 남성 모두가 바버샵을 찾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야 하는 곳에서 매번 8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이 대표는 중년 남성 중에서도 멋을 알고, 타인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상위 1% 남성을 매장의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헤아가 말하는 1%의 남성은 어떤 사람일까요.  


남성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
자신만의 독창적인 커리어를 쌓은 사람
동년배 남성이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
자신에게 어울리는 멋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

헤아는 바로 이 1%의 남성을 단골로 만들어 그들을 따르는 일반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합니다. 그들이 1%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대표는 이번에도 서비스를 이야기합니다.

헤아는 고객이 선호하는 헤어 및 스킨케어 제품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반 미용실에서는 모든 제품을 미용사가 개인 비품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따라서 비싼 제품을 마음껏 쓸 수 없죠. 반면 헤아는 모든 헤어・스킨케어 제품을 바버에게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고객이 선호하는 향과 라이프스타일, 피부타입을 파악해 그에게 맞는 최적의 제품을 시연하라”는 것이 헤아의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잘 먹혀들었나봅니다.

“제품을 뿌린 뒤에 부채질을 해드립니다. 향을 맡고 시원함을 느끼게끔 돕는 거죠. 바버들에게 제품 서비스 시간을 늘리고 제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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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주 외 6명

    매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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