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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공간, 시간을 기획해라

에디터 루시입니다. 이 콘텐츠는 지난 폴인 스터디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를 기반으로 정리한 리포트입니다.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공간을 개발하는 사례를 엮었습니다. 부동산 개발, 도시 재생, 공간 창업, 지역 활성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리포트는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시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공간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개발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사무, 주거, 상업 공간의 트렌드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어느덧 마지막화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상업공간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상업공간에도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구매' 목적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이브인 정창윤 대표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려면, 상업공간의 기획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품의 공간이 아닌, 시간과 경험의 공간으로 기획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의 마지막 이야기 상업공간의 변화를 만나보세요. 

0. 안녕하세요. 다이브인 대표 정창윤입니다. 

우선은 제 소개를 우선 간단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공간과 별개로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에 관심이 많아 자연과 관련한 것들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조금씩 저도 모르게 공간이란 부분을 찾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패션쇼 쪽에도 관심이 가는 거예요. 해외 패션쇼를 보면 15분, 20분 정도 진행하는 쇼에 30억에서 100억 정도 쓰면서 그거를 쇼잉을 하잖아요. 그 30분을 위해 준비하는 패션쇼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Esteem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모델 에이전시로 많이 알려진 곳인데, 초기부터 패션쇼 연출을 기획해온 회사예요. 그곳에서 에르메스 슈즈쇼 등의 패션쇼를 진행했고, 어쩌다 보니 패션쇼 해외 지원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패션쇼를 기획하다 보니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페스티벌이나 이벤트 기획 및 무대감독으로 일했습니다.

이렇게 패션쇼, 물리학, 그리고 이전에 해본 창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 요소를 한 번에 묶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다음 주목한 것이 컨셉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해외로 배우러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컨셉을 기획하는 브랜딩 컨설팅 회사 ‘컨셉추얼’이라는 회사에 다녔어요. 컨셉추얼에 들어가 뷰티부터 시작해서 공간, 패션 그리고 다양한 분야까지 구체적으로 기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쇼핑몰을 기획하는 일도 했고요. 지금은 제가 기획했던 일들을 토대로 직접 해보자 해서 ‘다이브인’이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 상업 공간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행위’

카페가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작업을 하기도 하고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목적이 ‘커피’ 하나였다면, 지금은 그 공간에서 즐기는 시간, 음악, 혹은 운영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공간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하나하나는 경험이 됩니다.

제품의 목적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과 경험을 기획해 제품이 그 안에서 어떤 요소로 쓸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전에는 카페라는 공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어 연상합니다. 쉬는 건 카페 뿐 아니라 여행을 떠나서 혹은 호텔에 가서 쉴 수도 있고 아예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쉴 수도 있습니다. ‘쉬는 공간’이지만 ‘편안하게 쉬고 싶은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공간을 끝도 없이 확장할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자체도 넘나들게 되죠. 그렇다보니 이런 부분을 고려하며 공간 컨설팅을 하고 트래킹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트레킹해온 것들이 여러 가지 있어요. 공간은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 트렌드라는 것이 단순히 사람들이 즐거워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걱정하는 부분, 어쩌다 일어나는 이슈로 발생하기도 해 그런 부분들을 트레킹합니다.

예를 들면, 1997년에 우리나라는 IMF 시절을 겪었어요. 당시 퇴직한 많은 사람은 주변에 얘기도 못 하고 시간은 보내야겠고 해서 등산을 하러 갔습니다. 시장 경제가 대체로 등산화 시장은 유독 잘 되었어요. 등산화 시장이 커지면서 그걸 본 사람들이 ‘등산을 한번 가볼까.’ 하며 조금씩 건강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죠. 그리고 바로 다음에 뜬 게 음식 시장이었어요. 사람들이 샐러드를 많이 구매했어요. 예상치 못했던 흐름이죠. IMF로 시작해 시장이 바뀌고 매출이 생겨났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트레킹하며 주목한 것은 SNS와 미세먼지, 프리랜서 수입니다. SNS에 대한 것은 잘 아실 것 같고, 제가 크게 생각하는 부분은 미세먼지예요. 옛날에는 황사가 잠깐 왔다가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1년 내내 미세먼지 피해를 겪고 있잖아요. 미세먼지를 신경쓰게 되면서 소비를 할 때도 활동하는 공간이나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요. 또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은 프리랜서 수입니다. 미국은 이미 30% 이상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창업하는 사람이 매년 7.5%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 120만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타깃팅할지가 중요합니다.

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변화합니다. 예전에는 해외 직구를 하며 내 취향을 소유하기 위해 소비했다면 지금은 취향을 공유하고 같이 하기 위한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고, 예전에는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클래스 시장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많을 때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다면 지금은 5~7만 명대 사람들이 강의를 소비합니다. 온라인 쪽에는 웹사이트 ‘클래스101’이 있어요. 생각보다 비싸지만 주요 고객들은 10대에서 20대입니다. 10대와 인터뷰하며 물은 적이 있는데, 왜 그냥 사지 않고 직접 만드는지 물었더니 상품을 사는 건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내가 만드는 것은 ‘경험’할 수 있고 만드는 경험뿐 아니라 직접 만든 상품을 가질 수 있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밀레니얼 세대는 경험을 중요시하니 소비를 안 한다고 많이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다이브인을 5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벌써 느끼고 있어요.

최근에 광교에 쇼핑몰 앨리웨이가 오픈했습니다. 수요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쇼핑몰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점은 쇼핑몰이 아니라 쇼핑몰과 주거시설이 함께 있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바로 슬리퍼를 신고 나와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인프라를 내 삶의 영역 안에 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이를 중요하게 느낍니다.

2.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한 ‘상하이’

벤치마킹할 장소를 고를 때 트렌드에 맞게 배움에 관심이 많고 문화를 살피는 곳, 거기에다가 미세먼지가 많은 곳을 기준으로 두고 찾았어요. 일반적으로는 쇼핑몰 공간을 벤치마킹할 때 대부분 유럽, 미주, 일본 이런 곳들로 많이 가요. 그런데 미세먼지가 많아진 부분도 고려해 공간을 봐야 했어요. 저는 우리나라가 환경적으로 미세먼지가 잦아지면서, 이 환경이 먼저 발생했고, 비슷한 곳을 찾았고 그곳은 ‘상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공간은 미세먼지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고 트래킹하고 싶어서 거의 5년 전부터 1년에 한두 번씩은 가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너무나도 놀랐던 공간은 ‘조이시티’라는 쇼핑몰입니다. 조이시티에는 12가지 카테고리의 숍들이 있어요. 기존 크래프트 숍처럼 보이지만 모두 교육이 가능한 공간이에요. 모든 공간은 쇼윈도로 되어있어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 사는 모습, 즐기는 모습이 다 노출됩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도 슬쩍 보며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카테고리는 금속 공예, 미술, 요리,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합니다. 수업은 원데이 클래스부터 고급까지 있어요. 보통 원데이 클래스를 하면 한 10분에서 30분이면 되는데, 아무래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니 더 배우고 싶잖아요. 그래서 고급반이 되면 4~5시간 정도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5시간 내내 망치질을 하고 배우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 2시간 정도 하고 쉬어요. 쉬는 동안 카페에 가서 쉬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공간으로 나뉘어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는 거예요.

다른 카테고리끼리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목공을 배울 수 있는 ‘조우’라는 곳이 있어요.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던 사람이 다 배운 거예요. 그러면 또 다른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작업 공간이 뻥 뚫려있다보니 사람들이 지나가며 보고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공간은 진짜 시끄러워요. 가면 망치질 하고 소리지르고 하는데 시끄럽죠. 하지만 하는 사람은 당연히 즐겁고 보는 사람도 너무 재밌는 거예요. 또한, 만든 작품은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아티스트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거기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고 앞으로는 이러한 공간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조이시티를 갔던 게 4년 전이었는데, 1년 전 다시 갔더니 5개 층을 운영하는 한 쇼핑몰의 한 층이 조이시티와 같이 사람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왜 이렇게 바뀌었냐고 물어보니 조이시티가 워낙 수요가 높아서 확장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단순히 가격대가 비싼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기는 것, 내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방향으로 소비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거죠.

다이브인 소비자는 처음에는 아무래도 30대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딸과 같이 오기도 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주변에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기고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클래스 시장에 10대, 20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런 공간들의 수요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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