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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도시 개발에는 합리적 관점이 필요하다.


에디터 루시입니다. 이 콘텐츠는 지난 폴인 스터디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를 기반으로 정리한 리포트입니다.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공간을 개발하는 사례를 엮었습니다. 부동산 개발, 도시 재생, 공간 창업, 지역 활성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리포트는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시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공간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개발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사무, 주거, 상업 공간의 트렌드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1화는 런던대 문화경제학과 김정후 교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김 교수님은
"도시 재생과 부동산 개발은 다른 말이 아니다"라며, "도시가 합리적으로 개발이 되었을 때, 삶의 질이 높아지는 도시다운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양적 팽창에 집중했던 20세기 도시 개발 관점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함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도시개발 관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스페인 빌바오, 런던 테이트 모던과 리버풀 등 성공한 도시 재생사례를 바탕으로 합리적 개발이 무엇인지 말하는 김정후 교수의 깊은 통찰을 지금, 만나보세요. 

0. 안녕하세요. 런던대 문화경제학과 김정후입니다.

저는 현재 런던대학교 문화경제학과에서 연구하고, 그전에는 지리학과에서 7년 동안 일했습니다. 건축을 전공해 석사과정까지 마쳤고, 영국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건축 전공자로는 드문, 사회학 박사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분야는 건축, 도시, 사회, 지리, 경제입니다. 겉으로 보이기엔 다양하지만 제가 하는 생각은 항상 같았습니다. 두 가지를 제 머릿속에 항상 가지고 일해왔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도시가 어때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와 21세기 도시가 갖는 방향성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21세기에 우리는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 되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결국은 비슷한 고민이죠. 궁극적으로 도시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오늘 제가 강의를 하게 되며 특별히 좋았던 것은 스터디 제목에 ‘도시 재생’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말이 함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혹시 어떤 강연이나 논문에서 제목에 <도시 재생>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말이 함께 있는 것 보신 적 있으세요?

도시 재생과 부동산 개발은 사실 굉장히 가까운 말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가까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분야가 멀다고 느끼고 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도시 재생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주로 도시 재생 쪽에 계신 분들이 제게 강연 요청을 하시죠. 그럼 부동산 개발 쪽에 계신 분들은 왜 안 할까요? 저는 부동산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데, 그분들이 볼 때는 새로운 방향이 아니라 자기들 밥그릇을 뺏어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같은 전문가가 부동산 개발 이야기를 하면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공식적으로 부동산개발협회 도시재생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어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싫든 좋든 간에 둘은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우리가 도시 재생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오면서 얼마나 부동산 개발과 멀리했는지 되짚어보며 우리가 얼마나 이 둘을 가깝게 바라봐야 하는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럽의 여러 사례를 보여드릴 텐데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례들을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이 사례들은 여러분들이 주로 도시 재생 사례로 알고 있는데, 저는 같은 사례로 부동산 개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 도시의 성장은 지속가능성에서 찾아라 

도시와 농촌의 인구 변화 그래프입니다. 강연에 가면 어떤 주제든 이 그래프를 먼저 보여드립니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1950년부터 2050년까지 100년 동안 전 세계 인구 변화를 그린 그래프입니다. 빨간색이 도시이고, 녹색이 농촌입니다. 만나는 점이 몇 년도인가요? 2007년이에요. 2007년이 되면 전 세계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를 넘어섭니다. 즉, 확률적으로 2007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도시에 태어나 도시에 거주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이때를 ‘Urban age, 도시세대의 등장’이라고 합니다.

2007년 전 세계 도시화율은 50%, 2018년 기준으로는 56~57% 정도 됩니다. 2018년 대한민국의 도시화율은 몇 퍼센트일까요? 70%? 80%? 아닙니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도시화율은 92.7%입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예요.

도시화율(Urbanization)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진할수록 높은 겁니다. 우리나라 보세요. 제일 진하죠? 왜 제가 도시화율을 말씀 드리느냐면 도시화율이 통상 60~70%를 넘어서면 도시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해요. 그전에 없었던 문제들이죠. 그런데 90%를 넘어선다는 건 우리가 예측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각종 도시 문제가 다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도시에 거주하는 것이 단순하게 어떻게 살 것인가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로 가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진단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한 삶을 살게 돼 있다는 얘기죠. 대한민국의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섰다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과거에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의 도시와 지금의 도시, 여러분들 자식들, 조카들 살 도시는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그래서 20세기에는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 할지,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지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세계 도시를 평가하는 지표들도 많습니다. 대학이나 언론사, 연구소 등 여러 곳에서 세계 도시를 평가합니다. 그 중 주로 경제, 양적인 것으로 세계 도시를 평가하는 지표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홍콩,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싱가포르, 베이징, 워싱턴이 보이죠. 우리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어디 있나요? 11위죠? 서울이 <세계 도시 평가(Global City Index)>에서 11위예요. 이게 높다고 생각하세요? 낮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서울시에서 도시평가를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이 이미지를 보여주니, 서울시 직원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왜일까요? 서울의 순위가 높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수치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20세기에 도시를 평가했다면 <세계도시평가>에서 서울이 11위를 차지한 것은 굉장한 성과예요. 전쟁을 경험한 나라, 대한민국이 압축 성장을 하면서 11위라고 하는 결과를 얻은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건 맞아요.

문제는 도시를 다른 관점에서 평가한 도시 평가 지표가 또 있어요. 삶의 질을 평가한 지표인데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걸 보여드릴게요. ‘머서휴먼리소스 컨설팅(Mercer Human Resource Consulting)’에서 발표한 <도시의 삶의 질 평가(Quality of Life Index)> 지표입니다. 아까 보여드린 <세계도시평가>가 경제 중심이었다면 이건 사회 중심이에요.

‘사회적 지표’가 무엇이냐면, 얼마나 녹지가 많은지, 얼마나 병원이 많은지, 얼마나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지, 내가 집 밖에 나갔을 때 얼마나 안전한지, 밤 12시 이후에 노약자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럼 서울은 사회적 지표를 평가하는 <도시의 삶의 질 평가>에서 서울은 몇 위일까요?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50위부터 말씀하시네요. 더 낮추셔야 해요. 서울은 한 65위권에서 75위권 정도 됩니다. <세계도시평가>와 일치하면 너무 좋죠. 그런데 일치하는 도시는 없어요. 대략 이 두 지표의 차이가 20위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해요.

그럼 서울은 적어도 30위권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65위인 거죠. 서울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균형이 깨진 도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양적인 성장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강한 도시가 됐으나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은 결코 행복하거나 만족스럽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 그 동안 저에게 던졌던 몇 가지 질문을 오늘 여러분께도 던져볼까 합니다. 그럼, 도시는 과연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어떻게 성장하는 게 여러분들이 바라는 모습인가요?

요즘 이런 말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어요? “이제는 도시 개발이 아니라 도시 재생의 시대다.” 어떠세요? 많이 들어보셨나요? 1년 전만 해도 서울시청 앞에도 그런 말이 붙어 있었어요.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여기서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 것은 개발이 정확하게 뭐고 재생은 정확히 무엇이냐는 거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재생은 합리적 개발이다.

“개발이 아닌 재생의 시대”라는 말은 개발을 부정적으로, 재생을 긍정적으로 정의한 거죠.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개발이 아니라 재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저는 두 개의 정의를 이렇게 붙였어요. “재생은 합리적 개발”이라는 말은 재생이 개발의 한 부분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부분이 아니라 “합리적”이라고 하는 부분이에요. 합리적. 얼마나 합리적으로 도시를 개발해 그것이 재생 개념을 갖는가의 문제지 어느 하나를 포기하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자는 게 아니란 말이죠. 

누군가가 “우리 지자체에서는 재생 필요없어. 개발할래.”라고 해도 전혀 문제는 없는 겁니다. 21세기 도시를 만드는데 이제는 재생이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예요. 도시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도시는 계속 개발만 해도 괜찮아요. 얼마나 우리가 균형을 맞추냐의 문제인거죠.

핵심은 어떻게 무엇을 통해서 균형, 즉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 인 거죠. 그 방법을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데 그건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가 공통으로 도시가 지향하는 바를 이야기할 때 늘 기준점으로 잡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에요.

이 논리가 진부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논리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지속 가능한가를 진부하다고 한다면 얼마나 깊이 있게 지속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물어봐야 해요.

지속가능성은 경제와 환경과 사회, 세 가지 구성이면 됩니다. 그렇다면, 만약 지속가능성을 구성하는 경제와 환경과 사회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걸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환경이요? 또 다른 분 없으세요? 사회? 경제? 만약 20세기에 강의를 하고 있었으면 셋 중 경제라는 답이 가장 많았겠죠. 저도 여러분도 동의하는 건 20세기에 사회가 제일 중요하다고 답할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선진 도시들,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가는 도시들에서 동일한 질문을 던졌을 때, 확률적으로 어떤 답변이 가장 많을 것 같나요?

‘사회’입니다.

우리가 말한 앞서 있는 도시들의 시민들, 학자들,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사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환경, 경제, 사회, 이 세 가지 요소가 33.3%씩 구성하는 균형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금 21세기의 도시를 만드는 데 또는 도시를 개발하는 데, 도시를 재생하는 데, 도시를 기획하는 데 무엇이든 간에 이 세 가지 요소가 다 들어가야 합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도시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그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했는가’, ‘얼마나 환경적 맥락을 고려했는가’, ‘얼마나 경제적 맥락을 고려했는가’를 모두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환경, 경제, 사회,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이것이 지금 우리 21세기 도시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앞서 얘기한 합리적 개발의 기준이에요. 이것은 제가 옮겼을 뿐이지, 이미 21세기의 많은 도시 학자들이 말하는 답입니다.

2. 도시 재생 사례 : 빌바오

이제 사례를 가지고 말씀을 드릴텐데요. 여러분, 도시 재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어떤 걸 얘기할까요? 빌바오입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를 도시 재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이야기하죠.

그런데 스페인에서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7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혹은 유럽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가 빌바오였습니다. 그런 도시가 언제부터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 시작했을까요. 바로 도시 재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를 이야기하면 이 도시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쇠퇴해 지도에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도시가 사람들의 관심으로 떠오르기 시작을 했습니다. 왜 빌바오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됐는지 말씀드릴게요.

빌바오는 네르비온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탄광 도시이면서 제철 및 항만 산업 도시입니다. 쇠퇴했을 때 모습은 이랬어요.

산업도시로써 너무 쇠퇴한 빌바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어요. 도시가 버려졌다는 게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의 도시’였어요. 그랬던 도시가 바뀌었어요.

바뀐 모습이 너무 다르니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어요. ‘도시 재생이 이런 거구나. 완전히 쇠퇴한 도시를 이렇게 바꾸는 거구나.’ 하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럼 ‘왜, 무엇이, 도시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라고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제일 먼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이야기합니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사례로 불리면서 전 세계 지자체에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한국에서도 13곳의 지자체에서 연락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프랭크 게리의 공헌을, 건축적 공헌을 깎아 내리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것은 이랬던 도시가 바뀌는 과정이 어떻게 되고, 도대체 이것 말고는 다른 변수가 없는 건가 하는 거예요.

저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아니라 다른 주변 상황들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네르비온 강 주변에 빨갛게 표시된 건물들은 공공건물이에요.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는 강 주변에 모든 공공시설이 있습니다. 서울도 그렇죠. 따라서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가 쇠퇴했다는 이야기는 강 주변의 공공시설이 모두 쇠퇴했다는 이야기예요.

쇠퇴한 도시의 재생은 결국 핵심이 되는 공간의 공공건물들을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빌바오가 택한 방식은 네르비온 강 주변에 쇠퇴했던 공공시설들 그리고 공공 기반시설을 다시 살리는 겁니다. 첫 번째가 공원이에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옆에 있는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일까요, 시민일까요? 시민들입니다. 직접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스페인 사람입니까, 외국인입니까?, 스페인 사람이라면 빌바오에 사십니까, 아니면 스페인의 다른 도시에 사십니까? 그렇게 설문을 해 통계를 냈더니 공원에 있는 사람들 중 대략 70%가 스페인 사람, 그리고 70%의 60%는 빌바오 사람이었어요. 대다수는 스페인 사람들이고 빌바오 사람이라는 말이죠. 관광객인 외국인의 비율은 적었어요.

빌바오 시가 한 일은 네르비온 강에 산책로를 갖췄고요. 잔디를 심었고 보행자교를 만들었어요. 모두 공공시설이에요. 이렇게 도시가 바뀌는 데 얼마의 시간을 투자했을까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2년,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한 17~18년 정도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칭송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을까요? 전 세계 연간 방문객 박물관 1위는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연간 방문객이 대략 950만 명 정도 됩니다. 루브르를 제칠 수 있는 박물관은 없어요. 2등은 어디일까요? 대영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세 곳의 순위가 계속 바뀌어요.

우리나라 국립 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얼마나 될까요? 350만 명으로 세계 10위 안에 듭니다. 그럼, 우리가 그토록 칭찬하는 빌바오에는 1년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요? 첫 해에 150만 명이 방문했고 그 이후에는 70~80만 명 정도로 100만 명도 안 됩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찾는 것 같지만 우리 국립 중앙박물관의 5분의 1밖에 안 가요.

그러면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질게요. 만약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그 자리에 빌바오 구겐하임이 없다면, (물론 도시재생에서 전제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구겐하임이 없고 무명의 지역 건축가가 지은 미술관이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차이는 없어요. 심지어 박물관이 없어도 이 공간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빌바오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나 관광객을 위한 요소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쉬고 먹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 공간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겐하임의 존재 여부가 빌바오에 주는 영향은 별로 없어요.

구겐하임 미술관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것까지 입니다. 공공공간(public space)이 살아나면서 네르비온 강 주변 4.7km가 되는 거리가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이걸 보통 재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걸 합리적 개발이라고 봅니다.

보전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원래 있던 거리의 상가를 정비하고 상권을 조성했습니다. 차가 들어오던 도로를 보행자 전용으로 바꾸고 새로운 기반 시설들을 만들었어요. 버려졌던 동산에 조경을 다시 하고 시민들이 쉴 수 있게 녹지를 만들었습니다. 도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살아난다고 해서 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교통입니다. 사람이 20만 명이 살던 도시에 갑자기 25만 명, 30만 명 늘어나고 관광객이 늘어나게 되면 당장 그 도시의 교통에 무리가 옵니다.

그래서 빌바오 시는 네르비온 강 중심으로 공공공간을 바꾼 다음, 두 번째로 교통 정책을 펼칩니다. 기존에 있던 지하철을 정비를 하고 노선을 확충하고, 새로운 교통시설인 트램을 설치합니다. 우리 서울에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유럽은 아직 트램을 아직도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데요. 트램이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대단해 보이는 게 있죠. 바로 트램 라인에 있는 녹지입니다.

세계 최초 친환경 트램이에요. 트램은 유용한 교통수단이지만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사람들이 주변에 걸어 다니기 좋진 않습니다. 그런데 트램 라인을 녹지로 하면 주변 기온이 한 1.8~1.9도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전체 네르비온 강 주변을 따라 트램이 돕니다.

지금 제가 설명 드린 부분을 잘 생각해 보세요. '이것을 도시 재생으로 볼 것이냐, 도시 개발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죠. 저는 절대적으로 합리적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재생이 합리적인 개발이에요.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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