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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사업가의 동네 여행법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은 어떤 책인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떠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나요? 연말 약속으로 빼곡한 달력을 보며 ‘나한테 여행은 사치지’라고 되뇌고 있나요? 이런 분들에게 비행기 대신 버스나 지하철로 다녀올 수 있는 국내 비즈니스 트립 여행지를 소개해드릴게요.

폴인이 소개하는 여행지는 서울의 한남동입니다. ‘한남동’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삼성, 농심 등 성공한 기업가들이 사는 부촌의 대명사? 소문난 브런치 맛집이 모여 있는 핫 플레이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와는 또 다른 모습의 한남동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은 약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업가 출신 기업 컨설턴트가 쓴 한남동 비즈니스 트립 안내서입니다. 그냥 여행과 비즈니스 트립은 어떻게 다를까요? 저자는 그 차이점으로 ‘관점’을 꼽습니다.

여행이 소비자 관점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라면, 비즈니스 트립은 소비자 관점에서 즐긴 것을 사업자 관점에서 다시 해석합니다. 이미 봤던 공간이나 상품도 사업가의 눈으로 다시 보면 ‘왜’라는 질문이 남게 되죠. 예를 들어 소비자 관점에서 레스토랑의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사업자 관점에서는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찬찬히 생각해봐야 그 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책은 한남동에서 찾은 인사이트를 ‘연결’, ‘플래그십’, ‘재생’, ‘팬심’, ‘라이프 스타일 제안’의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폴인은 블루스퀘어에서 제일기획으로 이어지는 ‘한남동 가로수길’을 따라, 책에 나온 네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공간을 구경한 후에는 사업자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합니다. 볕 좋은 오후,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1. 투핸즈 : 예술의 비즈니스화를 가능케 한 ‘연결’의 힘

한남동 비즈니스 트립의 시작점은 블루스퀘어입니다. 블루스퀘어는 인터파크와 서울시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알려져 있죠.

블루스퀘어에서 폴인이 주목한 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투핸즈’라는 화방입니다. 투핸즈는 열 명의 작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방 한 편에는 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죠.

‘투핸즈’를 보는 순간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왜 공연장 지하에 화방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연결’입니다. 첫 번째는 블루스퀘어와 투핸즈 사이의 연결인데요. 사실 블루스퀘어에는 공연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예술 전문서점인 ‘북파크’와 VR 체험관도 자리잡고 있죠.

블루스퀘어는 볼거리와 읽을 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합니다. 투핸즈는 블루스퀘어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브랜드였고, 인터파크 측에서 먼저 투핸즈에 입점을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는 투핸즈라는 공간 안에 있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의 연결입니다. 투핸즈는 화방뿐 아니라 카페, 쇼핑몰, 체험관, 갤러리, 강연장의 역할을 모두 해내는 공간입니다. 화방에서 다 채우지 못한 수익의 빈 공간을 다른 비즈니스가 메워주는 것이죠.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투핸즈에서 예술을 비즈니스로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왜 예술을 하는 사람은 배가 고파야 할까? 정말 예술과 비즈니스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존재일까? 예술을 비즈니스로 풀려고 하면 예술의 순수성을 잃게 되는 것일까? 
여전히 예술을 비즈니스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 그 가능성이 단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곳이 블루스퀘어 지하 1층에 있는 투핸즈다. p.68

2. 패션5 :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한 ‘고급화’ 브랜딩 전략

블루스퀘어에서 5분 정도 걸으면 가운데가 텅 빈 외관이 시선을 끄는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07년 한남동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은 플래그십 스토어 ‘패션5’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기업의 주력상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매장을 의미합니다. 패션5의 등장 이후로 꼼데가르송, 구호, 띠어리,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여러 기업들이 앞다투어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죠.

저자는 한남동이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지’가 된 이유를 소비층에서 찾습니다. 한남동은 문화를 즐기고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며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동네입니다. 이들은 가격대가 높아도 가치있는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죠.

또, 한남동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많이 삽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기업 중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승산이 있을지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실험해보려는 기업이 많은데, 이런 기업에게 한남동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패션5 건물에는 독특한 외형 말고도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간판이 없다는 건데요. 자세히 보면 영문으로 된 작은 간판이 있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 간판이 없을까?

이쯤에서 패션5의 주인이 누군지 밝혀야겠습니다. 패션5는 SPC그룹이 고급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꿈꾸며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패션5 건물에 간판이 없는 이유도 ‘고급화’라는 SPC의 브랜딩 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수익을 내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매장처럼 매출을 기반으로 한다면 간판도 크게 내걸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했겠지만, 패션5는 대중화보다는 고급화를 선택했다. 열심히 연구해 개발한 고급 빵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고객들을 원했고, 한남동은 그런 고객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p.90

굳이 커다란 간판을 걸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알아서 찾아 올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실제로 패션5 매장에는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색적인 빵들이 가득하고, 50여 명의 셰프가 매일 빵을 연구하는 주방에서는 새로 개발한 빵을 수시로 선보입니다. 패션5에서 개발된 빵 중 인기를 끈 빵은 파리크라상에서 재차 검증을 받고, 인기가 확인되면 전국 파리바게트 매장에서 판매된다고 합니다. 패션5를 찾는 사람들은 전국 파리바게트에 진열될 빵을 몇 걸음이나 앞서 맛보게 되는 거죠.

3.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마니아층을 만드는 ‘팬덤’ 마케팅

패션5에서 다시 5분 정도 걸으면 패션5 못지 않게 인상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입니다.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외관과 달리, 건물이 담고 있는 콘텐츠는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건물 2층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매된 레코드 1만여 장이 비치되어 있는데요. 턴테이블에 음반을 놓고 음악을 들으면 디지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에 빠져들게 되죠. 내로라 하는 음반회사에서도 쉽게 만들 수 없을 만큼 전문성이 높은 이 공간을 둘러보면,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왜 카드회사에서 문화공간을 만들었을까?

카드회사는 고객들에게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주어 카드를 많이 쓰게 합니다. 그래야 수익이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현대카드는 어느 카드회사나 줄 수 있는 혜택이 아닌,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혜택을 주고자 했습니다. 수준 높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현대카드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책에서 저자는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은 고객이 아닌 팬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팬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입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입장할 때 현대카드를 찍어야 열리는 구조여서 마치 특별한 사람만 초대받을 수 있는 비밀공간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한마디로 현대카드 고객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는 출입증인 셈이다.
라이브러리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일조한다. 현대카드 이용자는 두 사람을 더 데리고 라이브러리를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현대카드를 소지한 사람을 따라 라이브러리를 구경하고, 그 멋진 문화공간에 매료돼 현대카드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p.208

1년에 평균 20여만 명이 이 곳을 찾습니다.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힘든 문화를 체험한 기존 고객들은 현대카드를 더 좋아하게 되고, 우연히 따라봤던 사람들은 새로운 고객이 됩니다.

4.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 낡은 외관에 담은 ‘재생’의 메시지

"이번 목적지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도보로 딱 1분 거리에 있습니다."

이렇게만 알려드리고 목적지 앞에 서면,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하실 겁니다. 주변의 화려한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는 ‘꼬질꼬질한’ 외관 때문입니다.

원래 하얀색이었을 타일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역시 새 것의 깔끔함과는 거리가 먼 뒷길의 입구에서 3층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보입니다.

왜 유독 이 건물만 낡았을까?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는 순간, 매장이 추구하는 가치와 건물의 낡은 외관이 소름 끼칠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매장 안에는 옛날 상표가 인쇄된 유리컵,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무쇠솥, 학교 앞 분식점에서 보던 플라스틱 접시 등 옛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갬성’을 자극하는 물건들이죠.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만든 ‘롱 라이프 디자인’ 브랜드입니다. 오래전에 생산되었지만 여전히 쓸모가 있는 상품들을 통해, 오래 살아남은 것들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밀리미터밀리그람의 배수열 대표가 운영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은 디앤디파트먼트의 여덟 번째 매장이자, 첫 해외 지점입니다. 올해로 오픈 7년차가 된 이 매장은 해외 프랜차이즈의 성공적 현지화 사례로 꼽힙니다.

서울점은 디앤디파트먼트의 가치와 철학을 한국적인 특성을 더해 잘 풀어냈다. 기본적으로 서울점에는 일본과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롱 라이프 디자인 상품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발견해 재정의한 상품들도 무척 많다. 전체 상품 중 서울점이 자체적으로 고르고 재정의한 상품이 50%에 달한다.
원래 디앤디파트먼트는 지역 경제와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자체 발굴한 상품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그 비율이 30%를 넘기 어렵다. 그만큼 서울점이 단순한 프랜차이즈점이 아니라 디앤디파트먼트의 철학에 한국다움을 입혀 가치를 더한 매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p.163

비즈니스에 어떻게 가치를 담을지 고민하는 분들,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해외 프랜차이즈 지점을 열고 싶은 분들이라면 디앤디파트 서울을 눈여겨보세요.

fol:n의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읽기 가이드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는 정작 주변의 가치 있는 것들을 못 보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있죠. 저자 역시 10년 가까이 한남동에 살면서도 한남동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걸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해외로 가지 않아도 비즈니스적 영감을 주는 장소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책상 위에서 고민하는 대신 밖으로 나와보세요. 한남동 외에도 성수동, 망원동, 성북동 등 비즈니스 트립을 할 만한 동네는 서울 안에도 많습니다.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윗옷을 걸쳐 입고 가볍게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 오는 건 어떨까요? 매일 걷던 골목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여행을 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죠.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는 만큼 안다’는 말로 바꿔도 말이 되지 않을까요? 지식이나 깨달음은 결국 경험의 산물이니까요. 바람은 차고 몸은 바쁘지만 잠시나마 일상에서 빠져나와 ‘보는 만큼 아는 기쁨’을 느껴볼 수 있는 12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 쓴 ‘7가지 비즈니스 여행법’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10여 년 동안 틈날 때마다 비즈니스 트립을 떠났던, 여행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창업해 매출 200억에 달하는 기업을 일궈냈던 저자가 경험에서 길어 올린 비결입니다. 여행지에서 한번 적용해보세요.

1. 소비자 관점에서 한 번, 사업자 관점에서 또 한 번 보라.
2. 그곳만 보지 말고 주변까지 함께 보라.
3. 내부를 구석구석 살피고 외관까지 보라. 
4. 서로 다른 업계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라. 
5. 한 번만 가지 말고 여러 번 가라. 
6. 여행한 다음에는 꼭 내 비즈니스에 적용할 것을 찾으라.
7. 항상 트렌드를 관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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