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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20% 일본 도시가 살아난 건 노점 덕?

Editor's Comment 건물주와 세입자의 아름다운 공생은 어려운 걸까요. <공간 기획부터 운영까지, 미래 건물주 집중과정>은 지역을 살리고 변화를 이끌 건물주, 혹은 미래 건물주를 위한 콘텐츠 입니다. 동명의 폴인스터디를 정리했습니다. 적절한 토지를 찾는 것부터 콘텐츠를 운영하는 방법까지 업계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이번화는 지난화에 이어 지역을 살리는 건물주 마인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특히 지역의 캐스팅 매니저 역할을 이야기할 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경영자에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그 일을 해낼 사람일 테니까요.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람밖에 없습니다.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건물주는 지역의 경영자입니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지역의 ‘시장조사’부터 시작합니다.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죠. 일본 기타큐슈(北九州) 고쿠라(小倉)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으로 10~15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1963년에 와카마츠, 야하타, 도바다, 고쿠라, 모지 5개 지역이 합쳐져 만들어진 도시죠. 규슈에서는 후쿠오카 다음으로 큰 지역이며, 일본 전국에서는 13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전성기 시절 인구 106만 명에 달했던 고쿠라는 야하타 제철소 등을 중심으로 발전한 공업도시였죠. 하지만 공장들이 이전하거나 폐업하면서 사람들은 후쿠오카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에 리먼 사태까지 겹치며 2009년 고쿠라 중심 시가지 오피스의 공실률은 20%에 달했죠. 한때 지자체에서는 공장을 다시 유치하려고 수억 원의 예산을 쏟았지만, 자동화된 공장에서 고용인을 늘리기는 어려웠죠.

고쿠라역 남쪽 중심 상업지역의 노선가(도로에 면접한 택지 1평방미터당의 평가액. 상속세 등을 산정할 때 기준) 변화 추이를 보면, 비싼 곳은 값이 10년 사이에 3분의 1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노선가는 도로에 접한 건물의 임대료 수준을 가시화한 데이터인데요. 사실 국내에는 공시지가 외에는 공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태죠. 리노베이션 스쿨은 전략적으로 노선가가 낮은 지역 중에서도 임대료가 낮은 곳을 택합니다. 물론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에요. 지역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에게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할 건물주가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죠.

당시 시장 끝에 있는 건물을 상속 받고 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건물주가 적극적으로 나섰는데요. 건물주와 건축 설계자, 운영자가 공동으로 ‘3번가 사업부’를 발족했습니다. 이곳 건물주와 운영자는 젊을 때부터 임차인과 임대인으로 관계를 맺은 분들이었는데요. 13년 동안 방치됐던 이 상가는 이분들의 노력 덕분에 ‘인큐베이션 스페이스’로 바뀌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 분은 평소 알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수소문하며 임차인을 구했습니다. 콘텐츠가 있는 임차인을 수소문하고 임대료를 조정했죠.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는 임차인에게는 친구 2명과 팀으로 계약해보면 어떠냐며, 적극적으로 매니지먼트했습니다.

인큐베이션 스페이스 건물 일부에는 노면 상점도 만들었죠. 기존 건물이 백화점처럼 규모가 있는 쇼핑센터였는데요, 그때 썼던 장비를 활용해 노면 상점을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콘셉트는 매일 사업자가 바뀌는 노면 상점입니다. 잘 파는 사람은 하루 매출이 100~200만 원도 나온다고 합니다. 만약 하루 임대료가 그날 매출의 10%라고 한다면, 노면 상점 하루 운영에 10만 원이 들어오는 거죠. 월세를 50~100만 원 주고 한 명에게 빌려주는 것보다, 사업자가 매일 바뀌는 노면 상점을 임대하는 편이 건물주에게도 더 이익인 겁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노면 상점은 자신의 사업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루 팔아보고 수익이 안정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빈 건물을 빌려서 자기 가게를 마련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곳은 노면 상점에서 시작해 자신의 가게를 내는 상인들이 늘면서 골목길이 활성화됐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좋은 모델이 되어, 기타큐슈에서는 리노베이션 스쿨이 열렸습니다. 첫 프로젝트의 건물주 분이 또 다른 건물주 친구를 리노베이션 스쿨에 소개해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건축가, 커뮤니티 육성과 소셜 벤처 컨설팅을 하는 요식업 사업가, 지역 대학 교수, 부동산 프로모션을 하는 건물주, 행정가이자 건물주인 분까지 5명이 한 팀이 되어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15년 동안 비어 있던 4층 건물을 코워킹 스페이스로 재탄생시켰죠. 코워킹 스페이스 프로젝트는 입주자를 사전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들에 한해 5년 임대 계약을 했습니다. 이 팀의 확정된 월세를 역산하면 연간 총 수입은 3600만 엔인데요. 관리비 등이 포함된 연간 지출비가 600만 엔이라고 한다면, 연간 순이익은 3000만 엔입니다. 이 순이익은 건물주와 5명이 뭉쳐 만든 매니지먼트 회사가 나누게 되겠죠. 이때 순이익의 3분의 1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자는 ‘3분의 1’ 규칙을 적용했습니다.

앞에서 저는 ‘건물주는 지역과 건물의 경영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영자로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HR(human resources)입니다. 건물주는 지역의 캐스팅 매니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의 HR, 즉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할지 결정하는 거죠. 건물주가 고민하는 HR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내 건물을 잘 써줄 것인가’입니다. 시야를 넓게 보면 건물을 넘어서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이죠. 건물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후에 주변의 가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아닌 지역에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 소개할 프로젝트 역시 지역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례입니다. 이케부쿠로(池袋)역은 도쿄의 3대 도심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2014년 5월 일본창성회의는 ‘소멸 가능성 있는 도시’ 보고서에서 이케부쿠로가 포함된 도시마구(豊島区)를 26년 후 소멸 위기가 높은 도시로 지목했습니다. 보고서가 지목한 도시는 총 896곳인데, 도쿄 23구 중에는 도시마구가 유일하게 포함됐죠. 도시마구의 중심인 이케부쿠로는 하루 유동 인구만 200여만 명에 달하는 상업지역이라 일본 사람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멸 가능한 도시의 기준은 가임기 여성의 주거 여부에 있었는데요. 가임기 여성이 30년 후 그 지역에 얼마나 거주하느냐를 통계적으로 계산한 겁니다. 이 보고서는 도시마구의 여성 인구가 30년 후에 급감할 것으로 계산했죠. 도시마구는 대도시이고 근처에 대학도 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고 직장에서 일할 때까지는 이곳에 살죠. 문제는 이들이 30세가 넘어서 결혼하고 나면 이 지역을 빠져나간다는 겁니다.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렵기 때문이죠. 1인 가구 주택이 과잉 공급된 반면 3인 이상 가족이 머물 주택이 부족한 곳이거든요. 여성들이 강력 범죄가 빈번한 이케부쿠로역 인근을 두려워하기도 하고요.

일본 4개 도시의 인구 코호트(cohort) 그래프를 보면, 도시마구 거주인의 연령대를 알 수 있습니다. 코호트는 특정 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를 뜻하는데요, 사회변동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도시마구 도시에 유입되고, 가족을 꾸릴 때 도시마구에서 빠져나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멸 위기로 지목된 도시마구는 결국 아이와 육아 세대를 위한 도시환경정책을 실행합니다. 단칸방 여러 개를 하나로 합쳐서 2인 이상의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드는 정책을 대안으로 내놨죠.

당시 도시마구에는 이런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건물주인 아오키 씨 가족이 경영하던 건물이 있었는데요. 이 건물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며 공실률이 20%를 넘었죠.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 유학생이었기 때문인데요. 일본 주택시장은 공실률 20%를 치안이 악화되고 슬럼화가 시작될 조짐이 우려되는, 주택경영의 위기라고 진단하는 상황이었죠. 

아오키 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인 부동산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오키 씨는 일본의 임대주택이 건물이나 내부가 아주 표준화된 채로 공급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임대주택에는 방 한 칸 정도 규모의 작은 부엌이 있고, ‘유닛 배스룸(Unit Bathroom)’이라는 빌트인 욕실이 들어가 있는데요. 입주민들은 3평쯤 되는 공간에 침대를 놓고 살죠. 벽은 꼭 흰색 벽인데, 입주할 때 이 상태로 들어가고, 나올 때도 이 상태로 나와야 합니다. 만약 집을 좀 바꾸기라도 했다면, 원상회복 비용을 내거나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죠.

건물주 아오키 씨는 ‘임차인이 직접 벽지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을 셀링 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상당히 일본다운 접근인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했다고 해요(웃음). 심지어 선택권이 있는데도 그냥 하얀 벽지를 고른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아오키 씨는 벽지에서 시작해 조립식 바닥재, 그리고 인테리어 회사와 연계해 집의 구조를 바꾸는 일까지 허용하며 ‘커스터마이징 임대주택’의 콘셉트를 만들어갔습니다. 임차인과의 소통도 늘려갔죠. 만약 어느 가족이 5년 정도 살 계획이고 인테리어를 원한다면, 임차인 가족이 오래 살 수 있도록 건물주도 어느 정도 인테리어 비용을 분담했습니다.  그 결과 이 임대주택의 대기자 수가 한때 200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아오키 씨의 셀링 포인트를 우리나라 용어로 바꾸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오키 씨는 임대주택의 공실률 문제를 임차인, 즉 ‘사용자 입장’으로 접근해 풀어냈습니다. 이 방법이 통했는지, 주민들의 커뮤니티도 자연스레 만들어졌습니다. 주민이 함께 농원을 관리하거나 요리를 만들어 먹고, 이벤트를 열기도 하죠. 재미있게도 아오키 씨의 일의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현재 아오키 씨는 도시 재생 프로듀스이자 임대주택 운영회사인 마메쿠라시(まめくらし) 대표입니다. 그가 ‘성장하는 임대주택(育つ賃貸住宅)’을 콘셉트로 2014년 오픈한 임대주택 풋콩하우스(青豆ハウス)는 셰어하우스에서 나와 2인 주거를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타깃으로 합니다. 건물주를 위한 학교(大家の学校)도 만들었죠. 집주인은 물론이고 장소 만들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임대주택의 경영 노하우와 지역과의 연결 방법, 주민과 관계를 쌓는 것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뾰족한 아이디어가 지역을 바꿉니다.

별것 아닌 일로 시작했으나 생각하지 못했던 큰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핀홀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저희는 이런 걸 ‘핀홀 마케팅’이라고 말합니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그 뾰족함이 하늘을 찌르면 지구 반대편까지도 알려진다는 뜻이죠. 핀홀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와테현(岩手県)의 시와쵸(紫波町)라는 농촌 마을이 있습니다. 인구가 3만 명 정도 되는 곳이죠. 아무것도 없던 빈 땅에 오갈 프라자, 시와쵸 청사, 오갈 센터, 오갈 베이스라는 4개 건물이 단계적으로 신축된 사례입니다.

빈 땅은 시와쵸 지자체 소유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시와쵸 지자체는 땅을 민간회사에 임대해주면서 그곳에 개발도 맡겼습니다. 그중 공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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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규 외 5명

    매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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