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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동네, 돈 쓰는 동네의 차이는?

Editor's Comment 건물주와 세입자의 아름다운 공생은 어려운 걸까요. <공간 기획부터 운영까지, 미래 건물주 집중과정>은 지역을 살리고 변화를 이끌 건물주, 혹은 미래 건물주를 위한 콘텐츠 입니다. 동명의 폴인스터디를 정리했습니다. 적절한 토지를 찾는 것부터 콘텐츠를 운영하는 방법까지 업계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이번화에서는 건물 디자인과 운영에 관한 쿠움 파트너스 김종석 대표의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김 대표는 사유 공간을 내어줄 건물주의 마인드가 있어야 공유문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생산재로 기능하는 집이 많은 마을은 돈을 버는 곳이 됩니다. 반대로 소비재로 기능하는 집이 많은 마을은 돈을 쓰는 곳이 되죠. 


저는 리모델링과 증축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리모델링이나 증축을 하면 ‘시간’의 가치를 어느 정도 남길 수 있다고 봅니다. 옛 건물이 가진 아날로그적 감성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죠. 증축이 갖는 시장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감성과 스토리를 가진 공간을 선호하니까요. 그럼에도 리모델링과 증축은 신축에 비해 공사비가 덜 듭니다. 그와 동시에 임대 수익을 올리는 계획을 짤 수 있고요.

반포 서래마을에도 대표적인 증축 사례가 있습니다. 빌라가 많은 지역의 옛날 주택인데요. 원래 신축이 계획된 곳이었죠. 신축 전날 건축주가 작은 음악회를 열었는데, 우연히 저도 초대를 받아서 갔습니다. 바이올린 전공자인 건축주의 따님의 연주가 끝날 무렵 저는 이 집을 이튿날 철거한다는 걸 알게 됐죠. 둘러보니 무척 예쁜 집이었어요. “재생 건축을 해도 가치가 충분하다. 규모에 맞는 건물을 제가 지을 수 있다”면서 “3일만 시간을 주면 옛 집의 추억과 함께 따님이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증축안을 제시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건물주가 설득을 당했습니다.

집은 지하 2층과 지상 6층으로 증축했습니다. 건축주를 설득한 디자인 도면과 실제가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시공할 때 무던히 노력했습니다(웃음). 기존 벽돌 주택 위에 6개 층을 올리면 집이 무너질 테니, 고강도 콘크리트 기둥 구조를 30미터 정도 박아서 기존 주택이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이 기둥은 건물 안으로 관통 시켰습니다. 실내에 기둥이 있는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주택의 옛 계단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현재 꽤 유명한 인테리어 브랜드가 이 주택에 입점해 있습니다.

건물 외관은 원래 주택이 가진 세월의 멋을 살리기 위해, 노출 콘크리트에 새 합판을 쓰지 않고 중고폼을 썼습니다. 완성한 집 이름은 ‘해나 하우스’입니다. 바이올린을 하는 따님의 영어 이름이라고 해요. 건물 가장 위는 따님의 바이올린 연습실로 만들었습니다. 옥상 테라스에서는 작은 음악회를 열 수도 있고요. 완공 후 9개월째 됐을 때 건축주는 2칸을 뺀 나머지 모두를 임대했어요. 이곳 임대가는 주변 시세의 3배 이상을 받고 있습니다. 

증축과 신축을 같이 작업한 사례도 있습니다. 전형적인 주택가의 단독주택의 담을 허물어 마당을 증축하고, 그 옆은 신축 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주택과의 밸런스를 고려해 규모를 적당히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래 주택이 가진 조형미를 살리기 위해 많이 고민했죠. 말로만 재생 건축이 아니라, 옛 건물을 제대로 재생했다는 느낌이 들도록 기존 주택에 회색 시멘트 벽돌을 쌓았습니다.

다음은 연남동의 신축 사례입니다. 건축 높이 제한이 없는 지역이라 지하 2층, 지상 8층까지 설계했습니다. 지하는 3개 층 깊이로 2개 층을 확보했습니다. 공연장으로 쓰려면 층고가 10미터는 나와야 합니다. 아마 연남동에서 8층까지 허가가 난 곳은 이 건물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완공 후 건물이 너무 높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구청에서 이처럼 높은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허가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이 사례는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할’을 기획했습니다. 건물을 분할하며 건축비를 평당 100만 원 이상 줄인 것도 장점입니다. 또 500~600만 원 정도 나오는 운영 관리 비용을 80만 원으로 줄였습니다. 지하가 아닌 지상 주차장을 만들면서 건축주가 지하 주차장 운영관리 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됐거든요. 지상 주차장은 청소 용역만 있으면 되는데, 용역비는 보통 80만 원 선입니다. 운영 관리 비용은 건물주의 수익을 갉아먹는 비용인데, 기획 설계에 따라 비용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죠.

이 건물의 가치를 올린 또 다른 포인트는 옥상의 ‘공중 정원’입니다. 높게 솟은 두 개 건물 사이에 있는 가운데 건물 옥상 4층에 정원을 만들었죠.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공간이 있을 때 건물의 가치도 높아지더군요. 게다가 모든 건물을 꽉 채우게 설계했다면 민원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을 겁니다(웃음). 지역의 가치는 건물의 가치와 비례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기획 설계에 임해야 하는데요. 참고로 이 건물이 들어선 후 주변 건물의 임대가는 2배 정도로 올랐습니다.

다음은 합정동 신축 사례입니다. 당인리발전소가 있는 토정로 건물인데요. ‘빈브라더스’와 ‘은하수다방’이란 유명한 카페가 있는 바로 그 길에 있죠. 42평에 8세대를 넣은 건물을 신축했는데요. 재생 건축을 하려고 하니 손댈 곳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신축했습니다. 원래 건물에 상처가 많이 가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 같았죠. 주차는 2대로 해결했고, 층고가 높은 반지하를 만들었습니다. 건물 밖과 안을 잇는 오픈 계단을 올라가면 1층이 나오는 구조죠. 1층은 복층으로 설계했습니다. 건물 전면은 우리 옛날 한옥 문창살에서 모티프를 따왔습니다. 총 6층 건물인데, 이곳 토정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죠. 4층부터는 한강이 보입니다. 임대가 제일 먼저 나간 곳은 6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도 6층은 임대료를 평당 17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 1층도 17만 원을 못 받는데 말이죠(웃음).

건물 기능이 바뀌면서 도시가 재생합니다 

임대가 비싸든 싸든 연희동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뭘까요. 저는 ‘눈높이’ 또는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공간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죠. 건물주는 자신이 사용자를 배려한 공간을 기획해 제공한다고 인식하고, 임차인은 공간의 가치만큼 임대료가 합당하다고 인식하죠.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건물 구성원들은 거리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거리 활성화에 또 다른 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건물 기능의 전환’입니다. 원래의 집은 내 삶을 위한 소중한 공간이지만 돈을 벌지는 않습니다. 집은 세금을 내는 소비재일 뿐이죠. 그런데 카페 거리를 만들겠다며 단독주택을 상가주택로 바꾸자, 집으로 돈을 벌게 됐습니다. 생산하는 건물과 소비하는 건물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생산재로 기능하는 집이 많은 마을은 돈을 버는 곳이 됩니다. 반대로 소비재로 기능하는 집이 많은 마을은 돈을 쓰는 곳이 되겠죠.

생산재로 기능하는 건물이 많아지고, 건물주와 콘텐츠가 있는 사용자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한 덕분에 연희동은 ‘뜨는 동네’가 됐습니다. 연희동 공시지가 및 임대가 상승 그래프를 보면 연희동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5%가 올랐죠. 수익률의 면적을 늘리는 증축 공사를 하면 보통 연간 수익률이 30% 이상 나옵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30% 이상이라는 것은 3년 안에 임대 수익으로 투자 비용을 해소한다는 뜻입니다.

담장이 없어지면 건물이 말을 걸어옵니다.

혹시라도 내 집이 한적한 골목 구석에 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입지에 맞는 기획을 하고, 그에 맞는 사용자를 찾아내면 됩니다. 특히 요즘은 SNS를 통해 좋은 가게가 알려지는 속도가 무척 빠르죠. 지나가던 길에 가게를 발견해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원하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시대입니다. 

연남동 세모길은 연트럴파크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있을 정도로 허름한 주거 지역이었죠.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이 세모라서 ‘세모길’이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이 마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주거환경관리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담장은 없애고, 건물 사이의 법적 이격(사이가 벌어짐) 거리를 골목으로 만들었죠. 골목은 그 옆의 다른 길과 연결했습니다. 골목 안이라고는 해도 상업 시설은 길에 맞닿아 있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죠. 왼쪽 그림을 보면 막혀 있는 길이 보입니다. 저희는 집들로 채워진 막힌 골목을 연결했습니다. 어느 길의 가치가 오르면 이어져 있는 길의 가치도 덩달아 오릅니다. 저희는 세모길 건물주들을 모아 “골목길이 만들어지면 상업적 가치가 오르고 땅값도 오르지 않겠냐”며 설득했는데 다행히 주민들이 그 제안을 받아주셨습니다.

연트럴파크 끝에 있는 세모길은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5~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입지로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곳이죠. 현재 이 골목에는 카페와 아트 스테이, 갤러리와 아틀리에, 사무실, 술집이 입점해 있습니다. 가게들이 알음알음 알려져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죠. 소비재로만 기능하던 주택들을 임대 수익을 받는 상가주택으로 전환한 겁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의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일 텐데요. 인기를 얻다가 저문 지역, 그러니까 지속성에서 실패한 지역들을 보면 담장을 너무 잘 지키고 있습니다. 담장은 소통을 막아버립니다. '여긴 내 땅이야' 라고 구획을 지어버려 사람들과의 소통을 제한하죠. 결과적으로 담장 안의 공간은 숨이 막히게 됩니다. 또 지속성에 실패한 지역들에는 건축물의 변화가 많지 않습니다. 건축물에 변화가 있을 때 도시가 변합니다. 

사실 연희동은 담장이 문제였습니다. 큰 면적의 단독주택이 많은 연희동은 담장이 높고, 마당이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담장을 헐어 마당을 증축하는 개발을 많이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담장을 허물고 건물을 증축하며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갠 덕분에 임대 공급량이 늘어났고, 임대 수익률도 좋아졌습니다.

“담장이 없어지면 건물이 말을 걸어옵니다.” 

조각가 김영중 선생님이 제게 한 말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연희동 카페 거리를 만들기 시작한지 3~4년이 지나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담장 안에 있을 때는 그 존재를 잘 몰랐던 나무와 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또 담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골목길이 넓어진 것 같았어요. 길을 걸으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아기자기한 가게를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새로 생긴 마을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자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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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기획부터 운영까지, 미래 건물주 가이드북

    심영규 외 5명

    매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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