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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다가 출판사 차려버렸어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3화입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을 만나 기존의 내 가치관을 부수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싶어. 지금의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하면 지루할 것 같아서.

Q. 왜 일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때 그때의 내가 선택해. 어떤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은 돈 이상의 가치 또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기도 하고. 이유는 붙이기 나름인 듯.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쓸 돈을 벌고자 하기 싫은 일을 견뎌가며 일했어. 하지만 지금은 견뎌내야 하는 일을 버리고, 하고자 하는 일만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돈 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좀 더 포장하자면, 가치를 위해 하는 일들이야.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질문처럼 ‘어쩌다’ 하게 됐어.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는 게 재밌어서 항상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니 글을 쓰게 됐고, 그 글을 엮어 투고를 하다 보니 작가가 됐지. 책을 한 권 내고 나니 책을 내는 것 자체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물론 좋은 책을 만들고, 그 책을 널리 알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책 한 권을 더 내고 나서는 직접 출판사를 만들었어. 출판사와 계약해 내 글을 거기 맡기는 것보다, 그냥 내가 혼자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물론 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망해도 내 탓, 잘 돼도 내 탓'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 출판사를 시작하는 데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쇄비 정도만 준비한다면 문제 없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

지금은 비로소 내가 만든 비로소 출판사에서 두 권의 책을 냈어. 다행히도 전에 냈던 책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두고 있고.

강주원 산문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강주원

Q. 쉴 때 뭐해?

먹고 자고 뒹굴거려.

가만히 있으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주로 영화를 봐. 예전에는 철학적이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만 찾아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벼운 영화를 즐겨 봐. 영화를 보는 데 머리까지 써야 하는 게 때론 곤욕이더라.

웹툰도 즐겨 봐. 몇몇 웹툰은 미리보기까지 구매해가며 보고 있어.

Q. 취미가 뭐야?

취미로 글을 써. 각을 잡고 쓰는 게 아니라, 그저 떠다니는 생각을 메모하는 걸 좋아해. 그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걸 좋아해.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쓴 글을 공유해.

누군가는 나를 작가라고 부르지만, 나에게 글은 아직까진 취미야. 그리고 아직까지 글을 쓰는 게 취미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 글을 쓰는 게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집이 원룸이라서 딱히 공간이랄 게 없어.

굳이 공간을 세분화하자면, 푹신한 매트리스 위, 그리고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 안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아, 최근엔 전기 난로를 사서, 전기 난로의 열이 닿는 매트리스가 더욱 좋아졌어.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이 공간을 벗어나기가 힘들어.

누군가 그랬어. 겨울에는 "내가 이 이불을 이겨내겠다!" 소리치면서 일어나야 한다고. 그래서 요즘은 "내가 이 이불을 이겨내겠다!" 소리치면서 매트리스 밖으로 뛰쳐나오고는 해.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성수동. 성수동에 있는 카페를 좋아해서야.

카페를 3년 간 운영했는데, 그러면서 커피 마실 기회가 많아졌어. 예전에 커피는 딱 ‘카페인 덩어리’ 정도였지. 하지만 지금은 와인 같은 존재야.

커피 산지마다 맛이 다 다르고, 원두를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또 맛이 달라져. 로스팅한 원두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이런 걸 느낄 수 없어. 정말 고맙게도, 성수동에는 그저 분위기만 좋은 카페가 아닌 '커피'가 맛있는 커피 맛집이 많아.

그중에서도 ‘로우키’에 자주 가.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를 내려주거든. 주에 1,2번은 가는 것 같네. 그곳에서 로스팅한 원두는 다 마셔볼 정도야. 요즘엔 그곳의 원두를 사서 집에서 매일 내려 먹어. 이 정도면 로우키 마니아라 할 수 있을 듯.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창 아래 있는 소파도, 내가 로우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고.

Q. 즐겨 듣는 음악은?

재즈를 좋아해. 턴테이블을 사서 가끔 LP를 들어. 최근엔 빙 크로스비의 캐롤 LP를 샀어. 이렇게 말하면 재즈를 꽤 아는 사람 같아 보이는데, 잘 몰라. 그냥 명동 지하 상가의 LP바에 가서 사장님이 추천해주는 걸 샀어. 그렇게 재즈 뮤지션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어. 가장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은 쳇 베이커.

Q. 소울 푸드는?

한남동의 ‘마음과 마음’이라는 음식점에 있는 카츠산도. 등심 카츠산도와 안심 카츠산도가 있는데 둘 다 맛있어. 사실 카츠산도 뿐 아니라 그곳에서 나오는 음식은 다 맛있어. 나이프로 살살 가르면 쫙 하고 좌우로 벌어지는, 몽글몽글한 오므라이스도 일품. 정말 ‘와’ 하고 감탄사를 뱉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야.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기념해야 하는 날엔 무조건 가는 곳이지.

소울 푸드를 물었는데 매장 홍보를 해버렸네. 어쨌든 ‘마음과 마음’에서 만드는 모든 음식이 나의 소울 푸드야.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노을이 지는 저녁을 좋아해. 별 이유는 없어. 그냥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따스한 햇살이 저물어가는 그 시간이 좋아. 집이 서향이라 아침에는 해가 잘 안 들지만, 저녁에는 노을이 잘 들어오는 편이야. 그 노을을 맞으며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재즈 LP를 듣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아지와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좋아. 그 시간이 굉장히 짧아 아쉬울 따름.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아?

지금과 별 다를 게 없을 것 같아. 서른이 되기 전엔, 주변에서 다들 서른이 되면 달라진다고 했어.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됐을 땐 아무런 느낌이 없더라. 요즘엔 또 그런 소리를 해. 마흔이 되면 달라질 거라고. 근데 딱히 마흔이 된다고 해서 새로운 감정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아. 나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성격 탓인 것 같아.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위 답변처럼, 나이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 그래도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어.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관을 부수고 싶어. 그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싶어. 지금의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하면 뭔가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Q.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길을 걸을 때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

계속 그런 길을 걸어왔던 것 같아. 27살에 첫 퇴사를 하고, 29살에 또 퇴사를 하고, 그 이후론 비정규직 인생을 살아왔어. 내가 선택한 삶이었지. 알바, 파견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그 외 시간엔 하고 싶은 일을 했어. 청년들의 고민을 소통하는 공간인 ‘꿈톡’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뭐 그런 일.

나의 그런 선택을 주변 사람들은 ‘틀렸다’고 했어. 나를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일수록,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 선택을 뒤집고 싶어했지. 각자의 선택이 있을 뿐인데, 자기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그 선택을 틀리다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더라.

예전에는 그런 시선 때문에 꽤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내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 길을 걸어왔어.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성과가 나기 시작하더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반대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의견을 바꾸기 시작하더라.

안 될 거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될 줄 알았다’고 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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