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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오피스 기획자는 무슨 음악을 들어?

공유오피스 기획자는 무슨 음악을 들어?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5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8화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좁게는 우리 팀과 회사, 넓게는 우리나라와 전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성취감을 느껴.

Q. 왜 일해?

성장과 영향력. 약 8년 동안 다양한 산업, 다양한 팀에서 일하며 정리한 중요한 가치가 두 개야.

첫 번째는 성장. 일을 하면서 나와 내가 속한 팀, 회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성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일해. 또 그런 곳을 찾으려고 하고.

두 번째는 영향력이야. 내가 하는 일이 좁게는 우리 팀과 회사, 넓게는 우리나라와 전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성취감을 느껴. 나를 일하게 하는 동인 중 하나야.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첫 번째 직장을 선택할 땐, 기준을 세우고, 기준별 가중치를 생각하고, 내가 가고 싶은 회사, 지원할 회사를 평가했었어. 운 좋게 내가 나름 꽤 좋은 점수를 매겼던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실제 다녀보니 내 생각과 꽤 다르더라. 아마 평가 기준에 내 관점보다 외부의 시선이 많이 투영된 탓 아닐까 싶어.

이후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선택의 순간엔 자연스러움, 나다움에 대해 생각했어. 단순히 어떤 회사, 어떤 직무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how)'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how)'를 목표로 삼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았고, 그때부터 '무엇을(what)'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조금 모호한 말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설명해볼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크리에이터'가 지향점이었고, 이 방향으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된 것 같아.

Q. 쉴 때 뭐해?

퇴근하면 보통 사람을 만나. 평일에는 주로 와인을 마시거나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하고, 주말에는 커피나 와인을 마셔.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어딘가 찾아가. 좋아하는 공간, 새로운 공간에서 좋아하는 걸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 평일 저녁, 주말 모두 똑같아.

‘쉰다’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고요한 순간을 갖는 것’이라면, 그럴 때가 있긴 있어. 침대나 소파에 멍 하니 기대어 있을 때, 혹은 세수할 때나 화장품을 바르는 그런 짧은 순간.

그런데 재밌는 건 이런 시간을 통해 생각이 정리된다는 거야. 그 짧은 순간을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를 고민하하는 시간으로 쓰는 것 같아. 말이 좋아 고민이지, 사실은 공상이랄까.

Q. 취미가 뭐야?

사람 만나기.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하고 관계를 맺고 거기서 오는 유대를 즐기는 것. 매일 이걸 반복적으로 해왔어. 커피, 와인, 공간 등등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데, 사실 이런 건은 매개체일 뿐이고 결국 그 안에는 사람이 있더라.

사람을 만나 커피를 내리거나 마시고, 와인을 마시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곤 해. 이 취미가 보다 생산적일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고, 작당모의를 준비 중이야.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내 방 문 바로 옆에 놓인 2단 책장. 이 책장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 다양한 여행지에서 사온 원두와 커피 추출 도구, 다양한 지역의 술, 그리고 커피와 술에 관한 책과 엽서가 있지. 사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 자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공간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 틈틈이 활용하기도 하고.

힘들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이 공간이 요긴해. 갖고 있는 원두 중에 지금 마시고 싶은 원두를 고르지. 이때 덤으로 그 원두를 선물해준 사람이나, 그걸 구매했던 순간 등 그 원두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려. 

저울에 원두의 양을 재고, 이를 그라인더에 갈면서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져. 물을 끓이고, 곱게 갈린 원두를 드리퍼에 놓은 뒤, 온 정신을 집중하여 물을 부어.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짧게는 5분, 때로는 10분 정도 걸리는데, 그걸 하고 나면 직전에 품었던 안 좋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잊게 돼.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내리는 것도 좋다. Ⓒ김상우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질문에서 나온 ‘제일’이라는 단어가 조금 부담스러워.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다 좋고, 때마다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달라서 가장 좋은 걸 꼽기가 어렵거든.

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공간에서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 그래서 좋아하는 공간 사이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워. 많이 힘들 때 생각이 나는 공간이나 2019년에 가장 자주 방문한 공간은 있는데, 그곳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좋은 감정을 만드는 요소는 너무나 다양하니까.

특히 세 가지 요소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해.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 이 세 가지 충족되면 그 공간은 내가 집 외에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변하지.

그럼에도 굳이 한 곳을 꼽자면, 의심의 여지 없이 성수동에 있는 내추럴 와인 바 TBD를 꼽고 싶어. 2019년 가장 좋아한 공간이야. 미니멀한 공간과 따스한 조명, 그리고 공간을 둘러싸는 편안한 음악, 거기에 맛있는 음식과 합리적인 가격의 다양한 내추럴 와인까지,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많이 지닌 공간이지.

특히 이 공간의 최고 매력은 셰프 겸 매니저야. 공간처럼 셰프님도 따스하고 편안한 분인데, 접객에 있어 전문가야. 그분 때문에 이곳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냐.

Q. 즐겨 듣는 음악은?

015B의 '이젠 안녕'. 모임을 마무리하는 용도 혹은 '퇴사송'으로 자주 사용해. 서로 친하지 않던 사람들이 서먹하게 첫 만남을 시작해서, 끈끈한 관계로 성장하고, 그리고 다시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노랫말이 사실적이야. 게다가 멜로디와 015B의 목소리도 서정적이라 마음을 울리지.

이 외에도 김광석의 노래도 좋아해. 예를 들어 '잊혀지는 것',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서', '사랑했지만', '광야에서' 등.

왜 이 노래들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담백한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 가사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나에게 더 또렷이 와닿으니까.

하지만 재미있게도, 실제 데이터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애플뮤직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나는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부른 ‘섈로우(Shallow)’를 가장 많이 들었고, 그다음으로는 케이브타운의 ‘토크 투 미(Talk to me)’, LSD의 '썬더클라우즈(Thunderclouds)를 많이 들었어. 즐겨 듣는 아티스트는 케이브타운(Cavetown), 파슬스(Parcels), 코다라인(Kodaline), JR JR,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라고 하더라고.

80~90년 대의 옛 우리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팝을 듣는 거지.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이 다른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온전히 음악을 음미할 때 듣는 노래와 노동요가 다른 거지.

Q. 소울 푸드는?

면을 좋아해. 정말 꾸덕꾸덕한 파스타나 짜파게티를 좋아하지. 고슬고슬한 볶음밥도.

내 취향의 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몇 군데의 몇 가지 음식을 꼽을 수 있어. 해방촌 쿠촐로 오스테리아의 트러플 타야린(에그 누들로 만든 트러플 치즈 파스타), 압구정 이치에의 고등어 볶음밥.

원할 때 바로 먹을 수 없지만, 언제든 먹으면 힘이 나고 위안이 되는 ‘찐’ 소울 푸드야. 너무 먹고 싶다!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 모두가 소중해. 단순히 퇴근 이후의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시간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지.

그래서 점점 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알기 위해 집중하는 것 같아. 어떤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면 왜 그랬던 것인지, 또 반대로 신이 났다면 왜인지 회고하곤 해. 그렇게 내 일상에 좋아하는 시간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먹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김상우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아?

지금처럼 철이 없기를 바라.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져 있기를 바라. 커리어나 삶 전반에 대해서. 나 혹은 우리의 브랜드를 하고 있으면 좋겠어. 그게 무엇일지, 어떤 형태일지 지금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근시일 내 발견해 시작하고 싶어.

또 내가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는 40대가 되고 싶어. 어떤 거창한 기여가 아니라 20대, 30대와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바로 앞 답변과 같은데, 나 혹은 우리의 브랜드를 시작하고 싶어. 어느새 직업인으로서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제는 그만 배회하고 싶어.

30대까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를 알아가는 시기라면, 40대부터는 이를 더 단단히 하고 농후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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