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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고?

아랍어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고?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2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11화입니다.
'Connecting the dots'의 힘을 믿어. 점과 점 사이의 선을 이으려 애쓰지 말고, 점을 여러 개 찍어 둬. 그리고 그 점들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서로 이어질 거라는 것을 믿어봐.

Q. 왜 일해?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고 있으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일, 그뿐이야.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행운이야. 누구나 일을 하고, 일을 통해서 재미를 찾을 수는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른 재미지.

그래서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 때때로 수익도 얻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건 내게 큰 행운이야. 이런 천운을 가졌으니,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천천히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어.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어릴 적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가지려면, 흔히들 말하는 미대를 나와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지. 꿈을 좇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아. 그런 아쉬움을 가진 채 20대를 보냈어. 그래도 전공 언어인 아랍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걸로 나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갈증이 늘 있었어. 그렇게 29살이 되던 해, 남자 친구가 간단한 제안을 하더라. 매일 하나씩 그림을 그려보자고. 일 년을 매일매일 한 편씩 그림을 그렸어. 간단하고 작아야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간단하고 작게 매일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일로 발전하게 되었어.

돌이켜보면, 힘을 주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시작을 했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도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만큼은 힘을 주고 싶지 않아.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서. 오래오래 그림그리고 싶다 ⓒ김지원

Q. 쉴 때 뭐해?

넷플릭스에서 만화를 뒤적여. 상상력을 자극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영상과 이야기가 나에게 최고의 행복을 주거든.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만화를 즐겨봐.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업들은 수십 번을 되새김질한 것 같아.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이웃집 토토로'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만화를 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소름 끼치게 행복해.

Q. 취미가 뭐야?

풋살이야. 고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거닐며 여학생들은 왜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축구는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농구공을 들고 친구들과 농구 코트 하나를 차지한 기억이 나. 여자 축구가 생소했던 옛날의 이야기야.

성인이 되어서도, 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 이런 나를 이해해준 남자 친구의 도움으로 2015년도에 여자 풋살 동호회 '하비'(인스타그램 @hobbyfc)를 창설하게 됐어. 초록색 구장 위에 서면, 한 주의 스트레스와 기분 나빴던 일들을 하얗게 잊게 되는 것 같아. 골을 넣고 못 넣고는 중요하지 않아. 하나의 팀이 되어 패스를 주고받으며 구장을 뛰는 자체가 풋살이 주는 기쁨이야.

그리고 팀으로 하는 운동은 건강에도 마음에도 안정을 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지 못했을 많은 인연을 선물해준 값진 시간이야. 올해 결혼을 하면서 잠시 풋살을 멈추었는데, 내년에는 다시 열심히 할 계획이야. 여자 풋살이 생활운동으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우리 집에는 2m가 안 되는 길이의 넓은 나무 책상이 있어. 결혼을 하면서 내가 고른, 가장 마음에 드는 가구야. 나는 주로 이 넓은 책상에 앉아 작업하는데,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도 이 책상 앞이야.

넓은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붓, 노트, 연필, 도자기 인형 그리고 음악이 나오는 스테레오를 올려두고 있으면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사는 집은 이 넓은 책상을 두기에는 많이 좁은 공간이긴 해. 하지만 이 책상도 언젠간 본인이 있을 자리를 찾게 되겠지.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조금 애늙은이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도심보다는 산과 바다를 좋아해. 그래서 두 가지가 다 갖추어진 속초에 자주 가. 어릴 적부터 아빠가 자주 데려가던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곳 지리는 서울 다음으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 이렇게 자주 다니다 보니,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거든.

다행히 근래에는 속초로 향하는 터널이 뚫려서 더는 미시령 고개를 넘으며 차멀미를 하지 않아도 되더라. 그래서 기회가 되면 시외버스를 타고 속초로 자주 놀러 가려고. 뻥 뚫린 바다와 산을 바라보고 있자면, 당장 내게 놓인 문제들도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심적 여유를 주는 공간이 속초야.

Q. 즐겨 듣는 음악은?

장르를 막론하고 오래된 음악을 즐겨 들어. 예를 들면, 1940년대 미국의 보컬 재즈 그룹 '잉크 스팟스(The ink spots)'나 여성 아카펠라 그룹 '더 코데츠(The Chordettes)'의 음악을 즐겨 듣는데, 이보다 더 오래전 음악도 좋아. 보통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하는데, 내게는 음악이야말로 오래될수록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야.

노래 속 가사에도, 목소리에도, 책이나 글에선 느낄 수 없는 그 시대만의 바이브가 있어. 그 시대를 향유했을 사람들과 같은 음악에 취할 수 있다는 것처럼 멋스러운 소통이 더 있을까. 요즘의 대중음악이 줄 수 없는 그 바이브에 취해 나는 오래된 음악을 즐겨 들어.

Q. 소울 푸드는?

간장계란밥. 어릴 적에 외할머니께서 많이 해주신 음식이야. 내 기준으로 정통 '간계밥'은 흰 밥 위에 날계란을 풀고 간장과 참기름에 비벼 먹는 것인데, 날계란에 뒤섞인 짭조름한 간장과 참기름 향은 어릴 적의 향수를 불러와.

이 음식을 먹던 시절, 나와 동생은 여름방학이면 외할머니댁에 가서 시간을 보냈어. 나는 할머니네 집 서랍을 뒤지는 것을 제일 좋아했지. 이 서랍 저 서랍마다 나오는 신기한 물건들. 다음 서랍에서는 무슨 물건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열심히 뒤적였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나의 머릿속은 늘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해.

오래간만에 '간계밥'을 만들어 먹어야겠네.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밤 12시. 잠에 들어야 할 시간에 나는 가장 신이 나. 잠을 자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기도 하고, 또 이 시간만 되면 갑자기 작업 영감이 떠올라 열심히 노트에 적어두기도 해. 꼭 잠을 자려고만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잠자기 싫은 세포들의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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